집을 떠나면 잠자리가 불편한 모양이다.
지금 새벽 3시, 눈이 뜨인다.
일어나자 말자하는 일은 TV를 켜는 것.
YTN은 일본 원자력발전소 뉴스가 반복되고
CNN은 프랑스공군이 리비아를 폭격한 것이 break news로 나온다.
"후두둑'하는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우리니 빗소리.
오늘은 내가 올레길, 다른 팀은 영실-윗세오름-어리목,
또 다른 팀은 성판악-백록담-관음사등산을 예정하였으나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억수같이 비가 쏟아 질때도 오름산행을 한 적이 있었고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곳의 건천에 물이 넘쳐 폐쇄되었을 때도 영실-윗세오름을 왕복한 지가 있는지라
일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원래 제주도의 일기는 변화무쌍하니까.
새벽 일찍 욕조에 물을 틀어 느긋한 목욕을 즐기고
이럴때는 나는 꼭 면도날로 면도를 하는데
확대거울에 주름많은 웬 늙은이가 보이네.
아! 저게 바로 나이로구나.
7시부터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화식조찬이다.
계란찜이 싸늘, 생선구이도 식어서 나왔다.
음식은 서브되는 온도가 중요한데
미소시루는 아까미소와 시로미소를 섞은 듯하다.
평소의 나보다 많이 먹었으나 점심기약을 할 수가 없으니 주는대로 먹어야지.
일본호텔의 뷔페식 아침은 젊은이들은 모두 양식을 먹고
나같은 노인은 화식으로 먹는다.
이어서 마지막 강의 세 연제가 끝나고
오늘의 올레산행은 실내 activity로 바뀌었다고 문자가 온다.
데스크에 가서 나는 혼자라도 올레길을 간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다시 계획을 바꾸어 올레산행도 하기로
내가 간다니까 금방 열명이 넘게 모인다.
미니버스를 타고 작은 배낭한개씩 주는데
비닐 우의와 귤, 쵸컬릿과 물이 들어있다.
작은 배낭을 매고 와서 우의만 챙기고 이 후배에게 넘긴다.
송악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송악산 쪽으로 시작.
오른 쪽이 "인생은 아름다워"를 촬영한 곳이란다.
형제 섬
중간에 작은 섬은 형 과 동생.
따라서 섬의 이름이 "과"올씨다.
시진을 찍다보니까 일행들은 저만치 가고 있다.
이게 사진을 찍다보면 불편한 점이다.
서울의대 산악반 시절 선배들이 너는 몸이 약하니까 하면서 배낭은 가볍게 하고 카메라를 맡겨서 돌아가신 석주형
(육당의 손자로 언젠가 제 블로그에 사연을 올린 적이 있었지요)의
당시에는 최신 Canon 7으로 도봉산 주봉에서 먼저 내려와
선배님의 멋진 압자일렌 포즈를 석양을 배경으로 찍은 적도 있었는데.
진행쪽에서 준비해 준 비옷을 입고
제주도 해변은 비가 온다면 반드시 바람을 동반하므로 북한산 둘레길과 달리 우산을 쓰고 걸을 수 없다.
음침한 동굴진지.
제주도에는 일본군국주의자들의 잔재가 군데군데 있는 걸 보면 최후의 결전지로 결정한 모양.
송악산 전경.
이도 오름의 하나로 몇년전에 올라 분화구를 본적이 있다.
해안가의 아슬아슬한 곳을 가려면 반드시 믿는 사람과 갈 것.
밀어버려도 바람이 불어 날려갔다하면 그만이니.
꿀빵을 산다하면서 결국 못샀다.
하여튼 눈에 뜨이면 먹던지 사던지.
이곳에서 아래 설명처럼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인다는데.
날씨 탓으로 보이질 않네.
돈을 갚아도, 말아도 되는.
요즈음은 마라도 짜장면으로 유명하면서도.
걷기 싫으면 이런 곳에서 한잔 걸쳐도 되는데,
다들 잘 왔다고 하여 주동자인 내가 기분이 좋다.
길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 산방산 쪽으로 걷는다.
이 식당은 올레꾼들이 전을 시키면 회가 서비스로 나와서 유명해진 곳이라는데. 후일을 기약하고.
그러니까 옛날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
과연 코끼리가 이 곳에 살았을까?
"Believe it or not"
파도소리를 들으며, 비바람을 약간 맞으며, 해변을 걷는 것도 색다른 맛.
바닷모래와 용암모래가 대비?
오른쪽 끝이 절경이라는 용머리 해안이나 연락해보니까 일기 때문에 출입금지.
길섶에 핀 일종의 난.
백년초에 열매가 열렸다.
이 열매로 백년초 쵸컬릿까지 나오고.
이건 또 무슨 풀이지?
우리가 서양문물을 받아들 일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놓친 것이 아닌가.
이국에서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멀리서 보이는 용머리 해안.
언덕에 올라 하멜 전시관을 찍었다.
올레 8코스에도 나온 연대.
불경스럽게 부처님의 뒷모습만 찍고.
안개낀 산방산 정상.
웃느라 눈이 안보이네요.
연대를 내려와서.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미니버스에 오른다.
내 옆자리에는 후배 충남의대의 신선생이 "정말 운이 없어요.
한라산 세번째 도전인데 오늘도 일기때문에 올라가지 못하였으니."하고 한탄.
"신선생은 정년이 얼마나 남았지. 2013년 8월이예요. 응 나하고 같네.
" 학교 일년 후배이고 전문의는 4년 아래.
"정년 후에 뭐 할꺼야. 나는 이제 환자보는 일은 지긋지긋한데."
"저는 아직도 막내가 미국에서 9학년이라 일을 해야 합니다."
신선생이 스마트폰으로 가는 방향을 살펴보니까 제주쪽이다.
한시가 다되어 식당에 도착한다.
오늘의 풍경사진은 날씨 땜에 흐리게 나온 걸 양해 바랍니다.
뭐 실력도 그렇지만.
노릇하게 구운 옥도미.
얄팍하게 썬 모듬 회.
아래는 오꼬노미야끼 같은데 두텁네.
고등어 김치찌게에 성게 미역국이 따라 나왔다.
하여튼 배불리 먹고.
나는 병원식사, 군대식사, 오늘과 같이 단체로 먹을 때나
남이 사주는 식사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탑승시간이 많이 남아서 일행들을 살살 꼬시니까
꼬임에 넘어가 공항에 시간에 바쁜 사람들을 내려주고 동문시장으로 직행.
먼저 오메기 떡집(낙원떡집)으로 안내하여 8개 들이 6천원에 이후배와 내가 찜 해놓고.
천혜향과 황금향을 사러 들렀더니 킬로에 7천원,
아마 공항에서 사는 것보다 3, 40%는 싸다.
2킬로를 사고 성게알을 살려고 했더니 나와 있질 않아 200그램에 3만원주고 성게 알젓을 샀다.
나오다 보니까 싱싱한 학꽁치 작은 한광주리를 오천원에 사고. 오메기떡은 벌써 다 팔리고 없었다.
아까 들은 약국앞에서 해녀들이 성게알을 팔지 모른다 하여 와 보았더니 과연 있다.
몽땅 4만원에 사서 의기양양 공항으로 돌아왔다.
마침 3월 말로 시효가 끝나는 Lounge 이용권이 있어
이후배부부도 같이 들어가서 쉬었다 나왔다.
비록 1박 2일의 여행이었으나 좋은 강의 잘 듣고,
좋은 음식 잘 먹고, 올레길을 두번 걸었었고,
16기가짜리 USB까지 기념품으로, FMC의 융숭한 대접에 감사한다.
첫댓글 예전에는 하멜 기념관은 없었는데, 새로 생긴 것 같습니다. 천혜향과 황금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난 성계알 맛을 잘 모르는데, 성게알 매니아인듯 합니다.
천혜향은 좀 크고, 황금향은 약간 작은 신품종 귤입니다. 왜 한라봉이 있잖아요. 그런 종류. 성게알은 처와 딸이 무지 좋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