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현 장편소설『돼지감자들』. 장기 밀거래자, 채무 추심업자, 다단계 사업자, 퇴폐 안마사.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얽히고설킨 인연 속에서 21세기 자본주의사회의 승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을 통해 돈에 대한 욕망과 메트로폴리스의 맨 꼭대기에 서기 위한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제 몸과 영혼을
어떻게 쉽게 씻을 수 있겠어요?”
메트로폴리스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서바이벌 게임!
중견작가 신장현 장편소설 『돼지감자들』
장기 밀거래자, 채무 추심업자, 다단계 사업자, 퇴폐 안마사.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얽히고설킨 인연 속에서 21세기 자본주의사회의 승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을 통해 돈에 대한 욕망과 메트로폴리스의 맨 꼭대기에 서기 위한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돼지감자들』은 강남 해부도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해부도이며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해부도이다.
섬뜩하면서도 찡한, 화가 나면서도 아슴아슴한, 애잔한 소설이다. -김종광 소설가
신장현의 『돼지감자들』은 바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어제를 지워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명랑 소설가
구원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병들어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만화상이다. -방민호 평론가
1997년 등단해 작품집 『세상 밖으로 난 다리』와 『강남 개그』, 장편소설 『사브레』를 펴냈던 신장현 작가가 2011년 6월 두 번째 장편소설 『돼지감자들』로 다시 찾아왔다.
강남은 목하 부글부글 끓고 있다. 보통의 아파트 한 채 값이 몇 억대에서 몇 십억을 호가하는 건 물론 재건축 바람이니 강남 학군이란 것에 더해 입시 도사들이 판치는 신종 학원군락까지 들어서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 가진 이들의 눈이 뒤집히게 하는 시속도 그렇고, 흥부집 이부자락처럼 깡총하고 빈한해진 다른 지역 물정까지 빼앗아 오는 듯한 기세에, 가릴 줄 모르고 넙죽넙죽 먹어대는 그 식욕이며 도무지 쌀 줄 모르고 뭉개고 있는 모양도 그렇다. 서울에서 강남은 창자 쪽이 불려진 모양이다. -신장현 소설집『강남 개그』(실천문학사, 2005) 중에서
전작『강남 개그』에서 강남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광로처럼 묘사했던 신장현 작가. 창자가 부풀어 올라 곧 터질 것 같은 ‘강남’을 소재로 개그를 하려 했던 그가 이제는 울퉁불퉁 못생긴 ‘돼지감자들’을 통해 도시의 격렬하면서도 비극적인 세밀화를 그려내고 있다.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상처와 이룰 수 없는 욕망, 더러운 쓰레기들로 가득한 곳. 그 안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인연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낼까.
『돼지감자들』에는 네 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장기 밀거래자인 잉걸과 채무 추심업자인 두섭, 다단계 사업자인 영아와 퇴폐 안마사인 울프.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가련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얽히고설킨 인연 속에서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을 통해 돈에 대한 욕망과 메트로폴리스의 맨 꼭대기에 서기 위한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실감나게 그린다.
잉걸과 두섭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에 있다. 누군가는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장기를 팔기 위해. 두 인물을 통해 소설은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눈치 게임을 펼쳐낸다. 뒷골목 폭력배 출신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울프는 순진하게 보이는 여성 ‘영아’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려고 한다. 『돼지감자들』에서 남자들은 대개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존재들이다. 반면 영아와 해란 같은 여성들은 아직 꺾이지 않은 순수와 믿음의 상징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왜일까? 『돼지감자들』이 그려내는 세상은 곧 동물들의 약육강식 살육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두섭과 같은 인물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장면, 장기를 사고팔기 위해 어떤 갖은 수도 아끼지 않는 잉걸과 같은 인물들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이 집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믿거나 말거나 ‘자살치’육이 도살장에서 곧장 공급된다는 점에서였다. 요즘 동물들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는데 그런 고기가 바로 ‘자살치’라는 것이다. 자살 원인으로 사료에 섞인 약물의 과다 복용이라는 설도 유력하다. 이 동물들에 대한 동물검역당국의 역학 조사와 신속한 도살, 그리고 유통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데는 관계 당국의 특별한 비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려나 소비자 입장에서야 싱싱하고 값싸면 그만 아닌가. -「2장 사다리 타기」(『돼지감자들』, 98쪽) 중에서
『돼지감자들』에는 자살치를 먹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트레스로 자살한 동물들의 고기를 탐욕스럽게, 그것도 강남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모여 해치우는 그들의 모습은 과연 정글의 육식동물과 얼마나 다른가. 그러니 이 장편소설은 돈과 탐욕이 해치워버린 세상의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돼지감자들』이 비극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극중의 해란이란 인물을 통해 작가는 불행한 공멸로 갈 법한 이야기를 선의의 회복으로 끌어내며 희망의 끈을 끝내 놓지 않는다.
『돼지감자들』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강남에서 서로 부비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감한다. 그 이야기엔 우리가 있고, 그와 그녀가 있으며, 네가 있다. 그리고 내가 있다. 『돼지감자들』이 강남 해부도인 동시에 인간들의 해부도인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여기’ 모여,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내’간다. 과연 사는 게 뭔지…… 어떤 게 바람직한 ‘모두’ 살이의 방법인가. 소박하게나마 단지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써야 했다.
(……)
우리 사회는 맛깔난 비판과 유머를 잃은 지 오래인 듯하다. 비속한 자본주의 굴레에서 적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과 승자독식이라든가…… 냉소와 적의로 가득 차 앙앙불락한다. 쉼표의 여유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이와는 또 다르게 말랑말랑한 연애담이나 키치적인 이야기, 드라마식 스토리가 넘쳐난다. 섹스와 폭력을 가미하면 그냥 떠버리는 영화나 드라마 판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만들어지길 바라는 건 아닐까. -「작가의 말」에서
추천의 말
악어들과 악어새들이 애증하는 이야기다. 잡아먹으려는 자들과 공생하려는 자들이 얽히고설킨다. 신용카드불량자 추쇄꾼, 장기매매 거간꾼, 신종다단계 여인, 불법사업 전문가, 이들이 펼쳐는 약육강식의 드라마는 우리사회의 밑바닥을 신랄하게 깐다. 저 강남 메트로폴리스는 그토록 비열하게 세워진 소돔(sodom)이다. 그러나 착한 작가는 야비한 삶의 전장에서도 기어코 피어난 희망, 박애를 몸 바쳐 실천하는 전직 매춘여성의 자기희생에 애착한다. 섬뜩하면서도 찡한, 화가 나면서도 아슴아슴한, 애잔한 소설이다. -김종광 소설가
딜리트(Delete)! 딜리트! 딜리트!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게 마련인 일이기에 내가 한다. 사람이 일을 찾는 게 아니라 일이 사람을 찾는 세상이 아닌가. 시난고난한 생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해, 금방 물크러질 듯한 콩팥을 싣고 멈추지 않는 지프차를 타고 질주하는 사내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이 되면 어제란 있을 수 없는 시간이다. 어제를 잊기 위해 오늘 밤도 딜리트! 딜리트! 딜리트! 내 인생의 삭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 사람들. 신장현의 『돼지감자들』은 바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어제를 지워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이명랑 소설가
첫댓글 신장현 지음 / 출판사 삶이보이는창 |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