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7. 나무날. 날씨: 어제 눈 비가 내린 탓인지 땅이 축축하고, 쌀쌀하지만 아주 춥지는 않다.
아침열기-자연속학교 공부-나무곤충 만들기-점심-청소-수학 셈-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
[나무곤충 만들기]
아침 걷기로 밧줄놀이터 윗 쪽으로 걸어간다. 얼마전 나무를 많이 베어 놓은 곳을 봐둬서 그곳으로 나무곤충 만들기에 쓸 나무를 주우러 갔는데 잘려진 나무들이 없다. 벌써 다 치워버린 게다. 아쉽지만 군데군데 떨어져있는 잔가지를 줍고 있는데 누가 말을 해서 돌아보니 땅주인 인 것처럼 말을 한다. 주울 것도 없는데 그만 주우면 됐다라는 말을 건넨다. 궁금해서 여기 집짓느냐 물으니 조만간 집짓기를 시작한단다. 양지마을 집짓기는 줄곧 되나보다. 나뭇가지를 1층 강당으로 옮겨놓고 교실에서 피리를 불며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어린이들이 서너 명 있으나 모두 자연속학교 갈 몸으로는 괜찮은 셈이다. 어제 메주 쑤기도 잘 연기한 게 잘 했다 싶다. 자연속학교 이야기를 날마다 하고 있는데 어제 진도 지리와 문화, 명물, 특산물에 이어 오늘은 역사 이야기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진도부터 아이들은 가보지 못한 운림산방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첨찰산 올라가는 길 운림산방 들머리에 사시는 진심 할머니 이야기를 하게 됐다. 2013년 처음으로 낮은 학년 자연속학교를 진도에서 열 때 첨찰산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보고 아이들 따주려고 갔다가 만난 진심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멍과 참다래, 사탕을 안겨주셨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어 해마다 진도에 갈 때면 진심할머니를 찾아간다. 그러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며 아이들에게 줄게 없다며 자식들이 드시라고 사다뒀을 사탕을 모두 꺼내주시곤 했다. 진도 첨찰산과 운림산방을 갈 때면 언제나 진심 할머니가 먼저 떠오른다.
아침나절 공부 수학은 오후에 하기로 하고 준비한 나무곤충 만들기를 한다. 한주엽 선생에게 부탁해 같이 아이들 톱질을 돕는다. 그런데 톱 상태가 좋지 않아 톱질 하는데 두 선생이 다 땀이 난다. 어린이들도 톱을 쓰고 똑가위도 써야 해서 장갑을 꼭 껴야 한다. 유민이가 송곳을 쓰다 손에 상처가 났다. 피가 나니 유민이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소독하고 밴드를 감아주니 그제야 웃는다. 망치, 톱, 도끼, 송곳, 가위, 바늘, 낫들을 쓰는 활동이 있을 때면 선생은 바짝 긴장해 안전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안전사고는 순간에 난다. 저마다 만들고 싶은 곤충이나 벌레 모양에 맞게 나뭇가지를 잘라 머리, 배, 다리 모양을 완성해가기 위해 아이들 손과 발이 바쁘다. 둘이서 짝을 지어 도와서 하는 아이들, 혼자서 만드는 아이들 모두 다르다. 공벌레,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 잠자리, 귀뚜라미, 저마다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데 나무곤충을 만들다보면 곤충의 특징과 몸의 구조를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버려진 나뭇가지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배우는 게 많다. 남자 어린이들이 도구를 써서 나무곤충 만드는 걸 참 좋아하는데 정말 놀라운 집중력과 정교한 눈과 손 솜씨가 어린이들이 만든 나무곤충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멋진 예술가들이다. 어쩜 그리 저마다 자기 기운을 담아 만드는지 늘 놀랍다.
낮에는 열심히 세 자리 수 곱하기 두 자리 수 문제를 하나 둘 익히며 셈을 익혔다. 자연속학교 앞뒤로 집중해서 챙겨야 하는 수학 공부를 할 때면 자꾸 수학 공부의 뜻을 새긴다. 셈이 수학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자꾸 말하고, 규칙과 기준을 찾아내고 발견해는 수학하는 힘이 대단한 어린이들임을 알려주고, 셈은 부지런히 익히면 되고 천천히 해도 되고 그러다 안되면 나중에는 계산기를 쓰면 되니 지금 수학 셈이 느리거나 잘 안 된다 걱정말라고 말이다. 문제해결하고 상상하는 힘이 대단한 어린이들이니 셈이 조금 느리다고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삶은 길고 초등과정에서 앞으로 평생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면 그만 아닌가. 아이들은 일과 놀이로 잘 자라고 있다. 이제 내일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에 푹 빠져 자연의 감성을 가득 쌓고 서로 어울려 살며 자기 앞가림과 함께 사는 힘을 부쩍 기를 겨울 자연속학교에 푹 빠지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