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푼 (Silver Spoon)
(2)
“헤이, 리즈”
“하이, 제임스”
“하이, 리즈”
“리즈!”
“우와, 이 시간에 리즈가 무슨 일이래?”
“이봐! 리즈 어디 가는 거 야?”
금요일에는 리즈가 하루종일 5번 가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것은
왠만한 학생들 사이엔 널리 알려진 사실 이였다.
학교 주변에 스타벅스만 4개에
학교 내에 위치한 자바시티만 해도 10곳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5번 가 스타벅스는 제일 인기였다.
매력적인 케시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친절한 리즈 때문에 한번 5번 가 스타벅스에 들려본 학생이라면
일부러 학교 밖으로 커피를 마시러 나갈 정도 였다.
“공대 오디토리움에 가는 길이야!”
리즈는 세계정치를 함께 듣는 제임스에게
크게 소리쳐 주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과 대 메인 오라토리움은 벌써 노암 촘스키 교수의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M.I.T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공개된 강연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를 듣기위해 찾아온 타 학교 학생들 이였다.
리즈는 정문으로 들어가길 포기하고는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학기 초에 공대 월컴 센터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리즈는 일반 학생들은 모르는
후문의 엑세스 코드를 알고 있었다.
“뭐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
리즈는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후문을 힘있게 열었다.
“아악”
리즈는 누군가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건 명백한 리즈 자신의 잘못이었다.
“뭐야. 어? 일본인인가?”
한국계인 리즈는 가끔 일본인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대부분의 M.I.T 학생들은 중국계는 잘 구분해도 그 외엔 모두
일본인으로 짐작 하곤 했다.
몇몇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한국 학생들을 잘 구분해
내기도 했지만,
리즈는 같은 한국계가 보기에도 한국인 이라고 부르기엔
무언가 다른 느낌이 왔다.
리즈는 이 사람 또한 아시아 계열이라면 모두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 라고 생각하곤
우선은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 죄송해요.”
“이봐. 놀랐다 구”
“ 정말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에요.”
“일본아가씨가 발음이 꽤 좋은데.”
그제서야 리즈는 상대방을 쳐다봤다.
잔뜩 찡그리며 얼굴을 감싸고 말을 해서
얼굴은 잘 볼 수 없었지만 꽤나 큰 키에
금발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죄송하지만 바빠서 그만.”
리즈는 그냥 갈 길을 가는 것이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 하였지만.
자꾸 자신을 일본인 취급하는 상대가
맘에 들지도 않았고,
강연이 곧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강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뭐야. 이봐.”
그는 고개를 돌려 리즈가 지나친 쪽을 봤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후였다.
강연회장으로 들어간 리즈는 운 좋게
1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오늘 강연의 주제는
‘전쟁에 반대한다: 부시의 불장난을 막아야 하는 10가지 이유’
였다.
같은 제목의 촘스키교수의 저서를 읽고서
꼭 한번 그의 생각을 좀 더 듣고 싶다고
바랬던 차에 리즈에게 이 강연은
하늘이 내린 기회 였다.
선거철이 다가와서 그런지, 강연회장 곳곳에는
민주당원으로 보이는 선거원들이 존 케리를 지지하는
사인을 들고 있었다.
3시 10분쯤 되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노암 촘스키 교수를 기다렸다.
곧 사회자의 소개를 받으며
촘스키 교수가 강단으로 올라왔다.
청중들은 모두 기립 박수로
촘스키 교수를 맞이 했다.
리즈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정치학과 언론학에 발을 디디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노암 촘스키는 그녀의 아이돌이였다.
1시간이 좀 넘은 강연이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 졌다.
리즈는 자리에 앉아 노암 촘스키 교수를 주시했다.
그는 강단 아래로 내려와 한 남자와 반갑게 인사했다.
“에디! 이게 얼마만 인가!”
“촘스키 교수님.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하하. 언제 온 거야?
다음주에나 찾아올 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강연 시작하기 전에 겨우 도착했는데
교수님 만나러 가는 길에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뭐, 사고 있었다는 사람치곤
너무 멀쩡 한걸.”
촘스키 교수는 에디라 불리 우는 남자의
등을 두들기며 반가워 했다.
“여전 하시네요.
인상 깊은 강연 이였어요.”
“뭐, 사실 아니겠나.
그러니 이 젊은 학생들이
나 같은 늙은이의 강연회도 와주고.”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촘스키 교수와 에디가 함께 외쳤다.
“하하. 코헨회장은 어떠신가?
이번에도 엄청난 선거 자금을 대신 다던데.”
“아버지야 뭐. 세금혜택 때문이겠지요.”
“하하. 이 보시게나, 에드워드 코헨!
당신 아버지만큼 진실한 기업가도
드물다고.”
“아직도 교수님과 함께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그 코헨군으로 보시나 봐요.”
“그럼. 그 사람이 벌써 예순을 넘겼어도
내게는 아직도 스무 살,
그 열정적이던 스무 살이라고.”
에드워드 코헨.
리차드 코헨, 현 코헨 기업의 회장의 외동아들 이였다.
리차드 코헨은 M.I.T 재학시절 노암 촘스키 교수의
사사를 받았는데,
그 후. 촘스키 교수와 오랜 친우가 되었다.
에드워드 코헨은 예일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이번 봄에 졸업을 하고서는 여름 내 존 케리의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였다.
존 케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금이
선거 준비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시기지만.
가을 학기 부 터는 다시금 공부를 하려던
자신의 계획에 따라 이곳 M.I.T로 오게 되었다.
촘스키 교수와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에드워드 코헨의 오랜 꿈 이였다.
사실 언더도 촘스키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M.I.T로 오고 싶었던 그 였지만,
촘스키 교수는 그에게 예일을 권했다.
“너에게 큰 힘이 되어줄 학교다.”
촘스키 교수는 예일에 진학한 에드워드의
입학식에 직접 찾아와 이 말을 했다.
존 케리의 선거 진영에서 어린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리더쉽과 강한 카리스마로
에드워드는 이미 유명인사 였다.
그의 금전적 배경이 아니라도
에드워드는 누구나 탐 낼 인재였다.
존 케리 조차 에드워드에게
백악관 까지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에드워드는 이미 촘스키 교수와 함께 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리즈는 촘스키 교수와 아까 자신이 실례를 한 남자가
가까운 사이인 듯한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어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지?”
휴식시간 이후의 강연은 질의응답으로 되었다.
많은 학생들의 적극적 질문 공세에
촘스키 교수는 하나씩 친절히 답해주었다.
진행요원이 리즈 옆으로 왔다.
“질문 있어요? 이쪽에서 한명쯤 질문 해야 할듯한데.”
2층의 관중들에게 너무 기회가 치우쳐 진다고 생각할 무렵,
진행요원이 리즈에게 물었다.
리즈는 기쁘게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쟁에 대한 언론의 태도에 대해 질문 했다.
촘스키 교수는 그녀의 질문에 매우 흥미로워 했다.
“지금 상황에서 언론의 의무니 책임이니 를 따질 틈은 없습니다…”
촘스키 교수는 리즈의 질문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주었다.
3시간의 강연회가 끝나고 기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지만
서둘러 강연회장을 빠져 나갔다.
금요일 6시는 매우 손님들이 붐 비는 시간 이였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에스프레소 뽑는 것과 레지스터 보는 것 밖에
모르는 윌리엄과 함께 일하고 있을 케시에게 미안했다.
리즈가 도착한 5번 가 스타벅스에는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리즈는 에이프런을 두를 세도 없이 주문을 받아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리즈의 재빠른 손놀림에 길게 늘어선 줄은 곳 사라졌다.
“역시 리즈야!”
윌리엄이 한숨 돌렸다는 듯이 말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미안. 나 때문에…”
“그래. 강연회 보고 나니까 좋아?”
케시가 리즈에게 물었다.
리즈는 그냥 환하게 웃고 만다.
윌리엄의 소원대로 리즈는 가게가 문을 닫은 후에
그와 함께 근처의 스포츠 바로 향했다.
케시는 이미 집으로 떠난 후였다.
엄격한 아버지에 한시간 넘는 운전 거리까지 더해서
가게가 마치면 캐시는 곧장 집으로 떠났다.
윌리엄과 함께 저녁을 먹고 리즈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내일은 주말이라 스타벅스엔 나가지 않아도 된다.
케시와 리즈 말고도 일하는 사람들이 꽤있는 관계로
주말에는 리즈는 일하지 않는다.
케시도 주인이라는 명목 하에 금요일만 직접 일할 뿐이지
다른 날은 전혀 일하지 않았다.
사워를 마친 리즈는 소파에 앉아 머리를 말렸다.
새까만 긴 생머리는 말리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쿵’
리즈는 갑자스런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6,7층은 현재 리즈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다른 집은 바로 내일 들어올 펜트 하우스 뿐이 였다.
소리만 들어서는 분명 누군가 있는 듯 했다.
“설마 도둑?”
워낙 고가품의 가구가 많은 곳이라 자동 방범 시스템도 있는 집 이였다.
위층으로 올라가 볼까 했지만 겁이 나서 움직일 수 없었다.
위층의 테라스로 나가면 또 다른 펜트 하우스의 내부를 볼 수가 있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실버 스푼 (Silver Spoon) 2
june
추천 0
조회 103
04.05.16 19:36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준이언니>_< 너무 잘쓰는거 아냐+_+? 영어이름이 좀 외우기 힘들었지만!! 리즈랑 윌리엄은 확실히 안다구~_~ 으흐흐, 아까 그 아야, 한 사람이 도둑 아냐-0=????
도둑 아냐아냐~ 근데 윌리엄은 주인공 아닌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