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취재팀=수원, 전주] 수원 삼성이 포항 스틸러스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은 2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27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39분, 로저가 동점골을 뽑은 데 이어 43분 염기훈의 결승골로 2-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수원은 2위 포항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혀 선두권 싸움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
결정적인 기회를 먼저 잡은 쪽은 수원이었다. 전반 28분 염기훈이 왼쪽 측면 후방에서 길게 올린 프리킥을 포항 골키퍼 김다솔이 잘못 처리해 흘렀다. 이 공을 산토스가 무인지경에서 슈팅했지만 포항 수비에 막혔고, 이어 로저가 다시 슈팅을 했지만 포항 수비수 김형일이 몸을 날려 막았다.
포항은 42분 유창현이 수원 골키퍼 정성룡에게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키커 신광훈이 찬 공이 정성룡에게 막혔다.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날려버린 셈.
하지만 포항은 실망하지 않았다. 44분 코너킥 기회 때 김지성이 킥한 볼을 유창현이 가까운쪽 포스트에서 백헤딩을 했다. 이 공은 수원 수비진을 넘어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수원 수비진의 실수에 가까웠다.
수원은 0-1로 뒤진 상태에서 후반 총공세로 나섰다. 후반 12분에는 고차원을 빼고 서정진을 내보내며 더 공격적으로 임했다.
수원의 공세는 후반 내내 계속 됐다. 그러다 39분 기어이 동점골을 뽑았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먼쪽 포스트에 있던 로저가 헤딩으로 골을 터뜨린 것. 포항 골키퍼 김다솔의 볼 처리가 다소 아쉬웠다.
그리고 후반 43분. 로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자 염기훈이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포항 골네트를 흔들며 역전골로 이어졌다. 수원은 순위를 다투는 라이벌 팀에 역전승을 거둠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승점 6점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
▲ 주요장면
전반 44분 수원 수비진의 방심
세트피스에서 골이 나는 경우는 대부분 수비진의 실수에서 나온다. 포항의 첫골도 수원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데서 시작됐다. 왼쪽 코너킥 상황. 키커 김재성이 킥하는 순간 골에어리어 안에는 수원 수비수가 무려 8명(GK 포함)이나 있었다. 그러나 가까운 쪽 포스트에 있던 포항 유창현이 점프를 하며 백헤딩하는 순간 아무도 그를 마크하지 않았다. 공은 날카롭게 궤적이 휘며 수원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 직전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PK를 막아내 수비수들이 잠시 방심한 탓이었다.
후반 39분 포항 GK의 실수
동점골 역시 포항의 수비 실수에서 나왔다. 이번엔 골키퍼 김다솔이었다. 수원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 ‘왼발의 마술사’ 염기훈이 날카롭게 휘어지는 코너킥을 올렸다. 공은 먼쪽 포스트로 날아갔다. 이때 포항 골키퍼 김다솔이 골문을 비우고 뛰어 나왔지만 볼을 전혀 처리하지 못했다. 이 순간 수원 센터포워드 로저는 포항 수비수 1명을 몸싸움으로 밀어냈고, 또다른 수비수 1명을 달고 뛰었다. 염기훈의 킥은 결국 로저의 머리에 맞았고, 포항 골문이 비어있는 틈을 타 원바운드 되며 골네트를 흔들었다.
후반 43분 염기훈의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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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선수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집중력과 투쟁심이 강한 편이다. 이날 수원 주장 염기훈은 그 사실을 입증했다. 경기가 거의 동점으로 끝나가던 후반 43분. 홍철이 얼리 크로스를 올리자 포항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서정진에게 갔다. 서정진은 짧게 드리블을 한 후 페널티 박스 안의 로저에게 연결했다. 로저는 바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렸다. 이때 아크 부근에 있던 염기훈이 날카롭게 쇄도하며 왼발로 다이렉트 슈팅을 날렸다. 서정진, 로저, 염기훈이 볼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잘 움직였기에 찬스가 계속 됐다.
▲ 양 팀 감독 멘트
황선홍 감독, “수원전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역전패 해 아쉽다. 전북이 서울과 비겨 선두 탈환의 기회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9월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김다솔 골키퍼는 세이브를 잘 한 것도 있고,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 아닌가. 항상 믿음을 가지고 잘 하라고 격려해주고 있다. 후반 중반까지 의도했던 데로 잘 풀렸다. 그러나 중반 이후 수비진의 좌우밸런스가 맞지 않아 보여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 곧바로 실점을 하고 말았다. 다음 주 전북과의 경기를 잘 준비해서 이기겠다.”
서정원 감독, “오늘 승점 6점짜리였는데 이겨서 정말 기쁘다. 전반 초반에 중요한 찬스를 놓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실점을 했지만 선수들에게 우리 플레이만 제대로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말했고,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우리 페이스를 지켜간 게 역전승의 원인이었다. 그동안 수원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내려간 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뒷심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염기훈은 주장답게 솔선수범해 선수들을 이끌었고, 로저는 멘탈적으로 강해졌다. 남은 11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
포백 전북-스리백 서울 명승부… 무딘 창 끝은 고민
신흥 라이벌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23일 전주성에서 만났다. 채 한 달이 안돼 다시 만났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고, 초중반까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전반 20분 전북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서울 김주영이 김용대를 향한 백패스 한 볼이 짧았다. 이동국이 달려들어 슈팅까지 노렸지만 김용대가 걷어냈다. 전북은 최철순(우측)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레오나르도(좌측)의 돌파를 활용해 서울을 몰아쳤다. 34분 서울 페널티지역 좌측 모서리에서 찬 레오나르도의 기습적인 프리킥이 김용대에게 막혔다. 서울도 최전방 박희성과 에벨톤을 활용한 세트피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양 팀은 막판 결정적 기회를 얻었다. 서울은 40분 코너킥에서 고명진이 고요한에게 리턴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올렸다. 흐른 볼을 박희성을 몸을 날려 슈팅 했지만 골대를 넘겼다. 전북은 43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리치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아웃 되면서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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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후반 초반부터 서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래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 8분 김동찬, 18분 카이오를 투입해 공격에 불을 지폈다. 1분 뒤 서울은 박희성 대신 고광민을 넣어 스피드를 강화했다. 팽팽한 흐름 속에 전반 25분 전북 카이오가 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이 김용대 정면으로 향했다. 분위기를 지켜보던 최용수 감독은 몰리나 카드를 꺼냈다.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양 감독의 지략 싸움이 흥미를 끌었다. 서울은 33분 몰리나의 코너킥이 아크로 흘렀고, 고광민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 했으나 권순태가 쳐냈다. 곧바로 김진규가 쇄도하며 슈팅 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전북은 지난 경기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창 끝이 무뎠다. 결국, 전주성 혈투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다행히 전북은 수원(승점47점)이 포항(승점50점)을 잡아 승전 52점으로 선두를 달렸다. 서울은 승점 42점으로 5위를 유지했다.
▲ 주요장면
전반 19분 김남일의 킬패스
이날 중원 싸움은 백미였다. 전북은 김남일, 서울은 강승조가 싸움닭 기질을 발휘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 장면은 김남일이 전북에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전반 19분 자기 진영에서 볼은 잡아 침투하는 한교원을 향해 패스를 뿌렸다. 볼은 페널티지역 안으로 떨어졌고, 한교원은 김주영과 경합에서 승리해 좋은 기회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김용대가 한발 앞서 볼을 잡아냈다. 이 장면 외에도 김남일은 상대 수비 뒤에 ‘똑’ 떨어지는 패스로 공격진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중원 다툼간 거친 플레이로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커트와 조율로 포백 앞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후반 33분 고광민-김진규의 연이은 슈팅
서울은 지난달 23일 같은 장소에서 텐백에 가까운 수비지향적 전술에 역습을 더해 승리를 따냈다. 이날은 3-1-4-2로 라인을 급격히 내리기보다 조금 더 올렸다. 패턴은 비슷했다. 역습과 세트피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최전방 박희성과 에벨톤은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몇 찰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이런 경기에서 세트피스만큼 특효약은 없다. 이 장면은 후반 교체로 들어간 몰리나(후반28분투입), 고광민(후반19분투입)이 만들어낸 약속된 플레이다. 몰리나의 코너킥을 카이오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이 아크 정면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고광민이 지체없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날렸고, 권순태가 쳐냈다. 골대 좌측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진규가 곧바로 슈팅했지만 볼이 허공을 향했다. 한템포 늦었지만, 김남일이 달려들어 마음 놓고 슈팅 못하게 만들었다. 서울은 아쉬움, 전북은 악몽이 될뻔한 장면이다.
▲ 양 팀 감독 멘트
최용수 감독, “경기 전 상대와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공격 2선에 있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했다. 전북은 어느 상황과 위치에서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측면 공격이 강점이다. 빌드업 시 루트를 잘 차단했다. 강승조가 스리백과 미들진 간격을 잘 유지한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 단, 게 지지 않는 팀이 되어가는 건 고무적이나 찬스 대비 결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최강희 감독, “지도자 입장에서 이런 경기를 하고 나면 허탈하다.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심하다. 계속 2%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내려서고, 수비지향적 플레이를 할 경우 우리는 단순한 공격으로 맞서야 한다. 세트피스와 다른 방법을 연구해 훈련했지만 아직 모자라다. 전방에서 싸워줄 선수가 없어 이동국-카이오가 자꾸 중원까지 내려왔고, 볼을 끊었을 때 빠르게 공격으로 전개, 세밀함이 떨어졌다.”
파랑새 백지훈 또 날다… 울산, 인천과 무승부
파랑새 백지훈이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울산 현대는 홈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울산은 20일 오후 2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전에서 전반 23분 남준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1분 따르따의 도움을 받은 백지훈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울산은 승점 40점으로 6위, 인천은 26점으로 8위를 유지했다.
경남, 상주 꺾고 탈꼴찌 성공
경남FC가 상주 상무를 꺾고 꼴찌탈출에 성공했다. 후반 18분 예비역 고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오랜만에 승리를 거뒀다. 경남(승점 23점)은 부산 아이파크(승점 21점)를 밀어내고 11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