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문(萬物門) 초갹(草蹻)】 _ 성호 이익, 성호사설(星湖僿說)
왕골로 삼은 신[菅屨]과 짚으로 엮은 신[芒蹻]은 가난한 자가 늘 사용하는 것이지만, 옛날 사람은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한 문제(漢文帝)는 불차(不借)를 신고 신하들에게 조회를 받되 상구(喪屨)와 이름이 같은 것을 꺼리지 않았다 하니, 나쁜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선비들은 고운 삼으로 만든 미투리[麻屨]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거든, 하물며 이 나쁜 짚신에 있어서라.
영남 지방 풍속은 집에 있을 때는 늘 짚신을 신고 미투리는 외출할 때만 사용하게 되니, 그 검소한 풍속은 모범할 만하다. 《가례(家禮)》에는 비록 삼년상(三年喪)을 당한 상제일지라도 나쁜 미투리는 신도록 했는데, 남들은 감히 이렇게 못하고 다만 나쁜 짚신만 신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상(喪)이 애(哀)에 지나친다.”라는 뜻에 해로울 것이 없으니, 풍속에 따르는 것이 역시 무방하겠다.
[주-D001] 초갹(草蹻) : 짚신.
[주-D002] 불차(不借) : 짚신의 별명. 천한 물건이므로 남에게 빌지 않아도 구비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불차라고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음.
[주-D003] 상(喪)이 애(哀)에 지나친다 : 이 말은 예식을 슬퍼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한다는 뜻으로, 즉 《주역》소과(小過) 괘 대상(大象)의, “山上有雷 小過 君子以 行過乎恭 喪過乎哀 用過乎儉”에서 인용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