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평생 장터를 떠도는 장똘뱅이 허생원과 그와 하룻밤 사랑의 댓가로
집에서 쫓겨나 홀로 아이를 키워야했던 가혹한 女人의 운명.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었던 달밤과 소금을 뿌린듯 하얗게 피어있는 메밀꽃
또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를 만나 꿈같은 하룻밤 로멘스를 나누었던 물레방앗간
그가 오가며 들려 마셨던 충주집과 물을 건너가다가 나귀와 빠졌던 섶다리...
지금 여기 효석의 생가(生家) 봉평은 온통 메밀천지입니다.
-봉평장에 가는 길
-봉평장의 수수부꾸미,메밀전병
-월정사의 가을하늘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 허생원이 주인공입니다.
허생원은 늙고 볼품없는 빈털털이로 주로 봉평장에 자주 가는데
그 곳에서 동이라는 젊은 장돌뱅이가 주막에서 여자와 노는 것이 못마땅해 혼을 내고
동이는 화를 내며 나갑니다.
그리고 나중에 동이가 허생원이 길가에 세워둔 나귀가 동네 각다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일로 둘은 나빴던 감정이 풀려 함께 장길을 나섭니다.
그러면서 동이의 어머니가 봉평에 가길 원하고
동이는 현재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길을 걸으며 허생원은
자신이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편생 단 한번 있었던 기이한 인연에 관해 얘기를 합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의 근처 물레방앗간에서 여인네가 울고있는 것을 발견하고
달래주다가 둘이 함께 되었다는... 그 여인은 사라졌지만
허생원은 마치 꿈에서 일어난 일처럼 생각을 합니다.
허생원이 그 기이했던 인연을 얘기하다가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문득 동이의 채찍질하는 손이 왼손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이 대목이 동이가 허생원과 여인의 아들이란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지요.
이 책은 직접 읽어야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호젓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좋고
또 마지막에 왼손잡이로 둘이 부자지간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참 뭉쿨하지요.
어때요?
이번 주말에 장도 보고 우리 고전의 문학적 가치도 다시 음미해보는 봉평장에
그리고 돌아서 월정사도 거쳐 온다면
아마 가을냄새가 저절로 물씬물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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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랫만에 반가운 글 올라왔네요. 나는 有口無言입니다. 요즈음 정신이 딴데 가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