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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廣場] 탄소없는 섬 제주는 가능할까
자유일보
박상덕
제주도는 2012년부터 ‘2030 탄소없는 섬 제주’(CFI,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2024년 5월 그 목표를 2035년으로 변경했다. 물론 정부 무탄소 계획 2050년보다는 빠르지만 원래 계획보다 진척이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재생에너지 7기가와트(GW) 이상, 그린수소 연 6만 톤 이상 생산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연 이 계획으로 무탄소 섬이 가능할까?
2023년 말 제주도의 발전설비는 1986MW다. 이중 재생에너지가 54%로 1076MW (풍력 418MW, 태양광 633MW 등)이다. 발전 실적은 6490GWh, 이중 재생에너지는 19%로 1259GWh(풍력 509GWh, 태양광 653GWh 등)였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54%이지만 발전량은 19%에 머물고 있다. 결국 제주도는 2023년 현재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기력·내연·복합)에 53%, HVDC(초고압직류송전) 연계선에 27%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과다로 출력제어 및 차단이 증가하고 있는데, 풍력은 117회 26GWh 제어됐고 태양광은 64회 차단됐다. 또한 HVDC 역송량이 76회 22GWh였다.
제주도를 무탄소섬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치중했고 결국 과다 보급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연계선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지만 호남지역에 연결하면 호남지역에 이미 과다 보급된 태양광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차선책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남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 면에서 크게 문제가 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수소 설비의 이용률이 20%대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소 생산 설비의 최소 이용률이 60% 이상은 되어야 생산 단가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다.
사실 2011년에 한국전력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가파도 무탄소 섬(Carbon Free Island) 구축사업’ 추진을 위해 실제 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만족치 못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울릉도의 무탄소 계획도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정밀한 계획없이 무탄소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무모하다. 어찌어찌 예산은 투입되겠지만 낭비가 많아 무탄소 섬 구축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제주에 LNG복합발전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추가 확대 때문이다. 지금도 제주에 있는 가스발전소는 재생에너지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익과 상관없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야기되는 계통 불안정성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추가 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하는 발전소의 설치비를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부담하지 않고 빚과 적자에 허덕이는 화력발전사가 부담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한전의 적자가 발전사로 이전되는 구조하에서 발전사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과밀하게 보급되어 있는 호남지역에 연계되어 있는 가스발전소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가동하는 발전소는 석탄발전과 같은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육성 차원에서 지원했던 제도들을 정상 제도로 바꾸면 된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을 극복하는 수단을 스스로 구비해 전력계통에 투입하도록 하고, 연료비 기준으로 접속 순위가 결정되는 제도를 총비용을 기준으로 접속하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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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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