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수정]
서태지는,
지금 아무리 네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그때뿐이라고 말한다.
신해철은,
절망과 한숨 속에서 돌아올 때까지 날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서태지는,
메탈과 댄스와 국악과 힙합을 가볍게 점핑해서
당대의 유행 속에 자신의 포인트를 찍어간다.
신해철은,
하드락과 오케스트레이션과 테크노와 국악을
끈질기게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완성시키려 한다.
그러니까,
서태지는, 훌쩍훌쩍 뛰어넘는 단절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발랄한 비트겐슈타인이고,
신해철은,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온갖 소스와 테크닉을 실험하(고 절망하)는 고집 센 니체다.
그래서
서태지는, 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신해철은, 날 싫어하는 것은 당신이 잘못된 구조 안에서
삐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태지가 돌아오는 것은,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와 음악 감상실의 비틀즈와
댄스홀의 디스코와 클럽의 락밴드가
자신만의 정신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문화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고,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근데 잘 해야 돼!)
신해철이 질리지도 않고 디제이를 하고
그 안으로 인디밴드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조용필 다음에는 조용팔과 조용펄이,
보아다음에는 부아와 버아가,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해외시장을 침공할 수 있는
예비군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발 날 씹어대는 놈이 나만큼 실력 있고 인기도 많았으면 좋겠다!)
90년대의 그 명민했던 많은 음악감독들 중에서
전략과 전술, 방향설정과 제스처를 끊임없이 바꿔가면서
자신의 진정성과 영향력을 고민하는 뮤지션은 이 두 사람뿐이다.
(라고 말하면 분노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굵은 선을 그을 줄 알고 인간관계나 이해관계를 비껴갈 줄 아는
냉철한 뮤지션은, 의외로 드물다.
그냥 자기 안에서 놀거나 계속 계산기만 두드리거나
안 되는 걸 사기 치면서 하는 '좋은' 뮤지션은 많은지 몰라도)
내가 서태지를 기대하고 신해철을 계속 듣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음악적 한 계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가는지
그리고 한국사회라는 지형 안에서 어떤 제스처로
자신을 위치지우고 움직여 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이 글을 100% 이해는 못 하겠지만..뭔가 느껴지네요.
근데 이건 비 까는 의미도 있는 글인가요..?
vs비라면...
서태지와 신해철을 무지 좋아합니다.. 이 글은 보면서.. 공감 많이 되는데.. 비 역시도... 나름의 방식으로 한국 대중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대중 음악에는... 아닙니다...
서태지와 신해철 팬이지만 좀 미화를 많이한듯 하네요 ^_^
제목과 달리 비는 없네요.....전부들 서태지를 찬양할때 혼자만 넥스트 앨범 발매일을 기다리곤 했는데...이제 그런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아함...옛노래들이 떠올라 좋네요 ㅋㅋ 좋은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