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 발원하는 마음은 바람보다 깊어
세속의 인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원 - 원하옵는 것은 오직 효와 정절이니
부모의 은혜 갚고 참된 길을 따르며
서 - 서린 눈물 속에 맺힌 다짐 하나
끝내는 인연을 넘어 진실로 나아가리라
[九雲夢] 35. 발원서(發願書)
양원수가 출전한 이후로 첩보(捷報)를 계속 올리니 천자가 매우 기뻐하시고, 하루는 태후께 문안 드릴새, 양소유의 공을 칭찬하시되,
“옛날의 곽분양(郭汾陽: 분양왕 곽자의)이 오늘의 양소유로소이다. 그가 돌아옴을 기다려 즉시 승상의 벼슬을 내려 그의 높은 공을 갚을까 하옵니다. 그러하오나 공주의 혼사를 확정하지 못하였사온즉, 양소유가 마음을 돌려 명을 준수하면 다행이나, 만일 또 고집하면 공신을 아무래도 죄 주지 못할 것이요. 또한 그 뜻을 아무래도 빼앗지 못할 터이오니, 조처할 도리가 없어 극히 민망하옵니다.”
태후가 이르기를,
“정사도의 딸아이가 실로 아름답고 또한 소유와 더불어 기왕에 서로 얼굴을 보앗다 하니, 소유가 어찌 즐겨 정녀를 버리리오? 소유가 변방에 나아간 틈을 타서 조서를 내려 정녀로 하여금 타인과 성혼케 하면 소유더 소명이 끊어질 터이니, 군명을 어찌 가히 따르지 않으리오.”
이때 닌양공주가 태후 곁에 있다가 태후께 여쭙되,
“태후마마의 하교는 사리에 크게 어긋나나이다. 정녀의 혼인 여부는 곧 그 집 일인데, 어찌 저정에서 지휘할 수 있겠나이까?”
태후가 이르기를,
“이 일은 너에게는 중하고도 어려운 일이며, 또한 나라의 큰 예절이니, 내 너와 더불어 의논코저 하노라. 병무상서 양소유는 풍채와 문장이 만조재신 중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지난 날 퉁소 한 곡조로서 너와 천생연분임을 알게 하니, 결코 양소유를 버리고 타인을 구하지 말지어다. 소유가 본래 정사도 집과 더불어 정분이 범연치 아니하여 서로저바리지 못하는 지라, 일이 극히 난처하니, 소유가 돌아오거든 혼례를 먼저 치르고서 소유로 하여금 정녀에게 장가들어 다시 첩을 삼게 하면 소유가 감히 사양치 않을 것이나, 너의 의향을 알지 못하며 이렇듯 주저 하니라.”
이에 공주가 다시 여쭙되,
“소녀는 투기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고로 정녀를 어찌 꺼려하오리까마는, 다만 양상서가 처음에 납체하였은즉, 이후 다시 첩으로 삼는 것은 예가 아니옵고, 정사도는 또한 누대의 재상이요, 명문귀족이니, 그의 여식으로 하여금 남의 첩을 살게 함도 억울하지 아니하오리까? 이 또한 옳지 않나이다.”
태후가 물으시되,
“그러면 네 뜻으로는 어찌 조처 하느뇨?”
공주가 대답하기를,
“국법에 정하기를 제후는 부인이 셋이온즉, 양상서가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이요, 적어도 공후가 될 것이오니, 두 부인을 두는 것이 별로 분수에 넘치는 바 아니올지라, 이 때를 향하여 정녀에게 정실로 장가들게 하심이 어떠하나이까?”
태후가 말씀 하시되,
“그것은 실로 불가하니라, 너는 선제께서 사랑하신 딸이요. 금상 누이이므로 실로 귀중하고 지휘 또한 높거늘 어찌 가당치 않게 여염집 여자와 더불어 어깨를 견주며 한 사람을 섬길 수 있겠느뇨?”
공주가 이에 대답하기를,
“옛날의 성주나 명군들도 어진 사람을 높이고 선비를 공경하여 스스로 몸의 존귀함을 잊고, 오직 그덕을 사랑하며 만승 천자의 몸으로써 필부를 벗 삼으셨는데 어찌 귀천을 가릴 수 있겠나이까? 소녀가 들으매 정녀의 용모와 절행이 비록 고금에 손꼽는 열녀라도 견줄 바 아니라 하오니, 사실이 이말 같으면 저희 같이 어깨를 견주는 것은 역시 소녀에게 다행할 다름이요, 욕은 아니로소이다. 그러하오나, 남이 말이란 틀리기 쉽고 그 허실을 믿기 어렵사오니, 소녀가 몸소 정녀를 보고 그 용모와 재덕이 소녀보다 과연 나으면 우러러 섬길 것이요. 만일 그렇지 못하면 첩을 삼게 하거나 종을 삼게 함을 개의치 아니하오리다.”
태후가 탄식하되,
“재주를 시기하고 아리따움을 질투함은 여자의 상정인데, 내딸아이가 남의 재주를 사랑하기를 제 몸에 있는 것 같이 하고, 남의 덕행 공정하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 찾듯하니 그 어미된 자 어찌 기쁜 마음이 없으리오. 정녀를 한번 보고 싶어 하니 내일 마땅히 조서를 정사도에게 내리게 하리라.”
공주가 여쭙되,
“비록마마의 명이 있사와도 정녀는 필히 칭병하고 들어오지 아니하오리다. 그렇다ㅣ고 재상가의 여자를 함부로 협박하여 부르시지 못할 터이온즉 도간(道館)과 이원(尼院)에 분부를 내리시와, 미리 정녀의 분향하는 날을 알면 만나보기란 어렵지 않을듯하나이다.”
태후가 이를 옳게 여겨 내관을 시켜 근처 도관에 두루 알아보시니, 정혜원(定惠院)의 여승이 아뢰기를,
“정사도댁에서는 불공을 우리 전에서 올리되 소저는 본래 절간에 왕래하지 아니하옵고 다만 삼일 전에 소저의 시비 가춘운이 소저의 명을 받고 그 발원하는 글을 부처님께 바치고 갔사오니, 바라건대 내고나은 이 글을 가지고 태후 낭랑에게 복명함이 어떠하시나이까?”
내시는 이를 응락하고 돌아와 그 연유를 아뢰면서 정소저의 발원서(發願書)를 올리니 태후가 이르시되,
“진실이 이 같으면 정녀의 얼굴을 보기 어려우리라.”
하시고, 공주와 더불어 그 발원서를 같이 보시니, 씌였으되,
<제자 정경패는 삼가 백배하고 비자 춘운을 목욕재계하여 보내면서 여러 부처님 앞에 비나이다. 제자 경패는 조악이 매우 무겁고 업장이 미진하여 세상에 남의 여자의 몸이 되옵고 또 형제의 즐거움도 없사오며, 전일에 이미 양씨의 납채를 받았기로 장차 몸을 양씨 문중에 마치고자 하왔삽는데, 양라이 부마 간택에 뽑히여 군명이 지엄하신고로 제자는 양씨와 더불어 장차 어찌 하오리까? 다만 하늘의 뜻과 사람의 일이 서로 어긋남을 환탄 하옵고 기박한 몸이 여망이 없사오며, 몸은 비록 허락지 아니하였사오나 마음은 이미 불였사온즉 아직은 부모 슬하에 의지하여 미진한 세월을 보내고자 하옵는데, 이 몹시 궁박한 신세로 말미암아 다행이 일신에 한가함을 얻은고로 이에 감히 정성을 부처님 앞에 올려 제자의 심정을 아뢰옵나니, 엎드려 바라옵건데 여러 부처님께서는 이를 통촉하시와 자비지심을 드리우셔 제자의 늘은 부모로 하여금 상수를 누리게 하옵시고, 제자의 몸으로 하여금 질병와 재앙이 없이 부모 앞에서 고운 색옷을 입고 새새끼를 길러 희롱하는 즐거움을 다하게 하옵소서.
부모가 백년해로를 하시고 돌아가신 다음에는 맹세코 부처님께로 돌아가 세속 인연을 끊어 경계하는 말씀을 복종하여 마음을 재계하고 경문을 외우며 몸을 정결히 하여 부처님 앞에 예배하와, 부처님의 두터운 은혜를 갚으오리다. 춘운이 본래 경패와 더불어 크게 인연이 있사와 이르만이 종과 상전이지 정의는 형제와 같사오니 그가 일찍이 주인의 명으로써 양씨의 소실이 되었삽는데, 일이 마음과는 어긋나 아름다운 인연을 보존치 못하옵고 가라 양씨는 하직하고 다시 주인께 돌아와 아무래도 생사고락을 같이 하올 것 같사오니, 여러 부처님께서는 제자 두 사람의 가슴 속을 굽어보시고, 세세생생에 다시 여자 몸이 되는 것을 벗어나게 하시와 전생의 죄를 소멸하고 후세에 복을 주시어 땅에 환생하여 유쾌한 환락을 길이 누리게 하옵소서.> 라고 하였더라.
공주는 보고 나서 눈썹을 찡그리며 이르기를,
“한 사람의 혼시로 말미암아 두 사람의 신세를 그릇치게 하니 이는 크게 음덕에 해로우리로다.”
이 말을 들으신 태후는 아무런 대꾸가 없으시더라
첫댓글
발전이 멈춰버린
나이듦 현상에서
원망은 해서뭐햐
지금에 감사하며
서글픈 생각접고
자신을 위해살자
발이 달도록 뛰어다녀도
서 있는 곳은 언제나 제자리
원하는 것은 석수쟁이 바램처럼 이것저것 다해봐도 나중엔 원점
서러운날도 기뻤던날도 비우고나니 지금은 가볍고 평안함이
프란치스코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건강
내일도 건강한 나낦
되시고 축복의 날
은총의 날 되시길
두손 모읍니다.
4월의 마지막 길목에서
벗님께 드리는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어느새 4월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시작했던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 어느덧 이 자리에 이르렀네요.
돌아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름대로 애쓰며 걸어온 시간이었습니다.
잘한 일도, 아쉬운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겠지요.
4월의 마지막 아침,
조금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보세요.
그리고 남아 있는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여유롭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5월은
푸르름이 더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작은 희망 하나 심어
기쁨이 자라나는 한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평안하고
은은한 미소가 머무는 하루 되세요.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