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주목들을 만난다. 아직 수명이 많이 남았어도 노거수로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외과수술에 인공섬유질로 새 살을 채웠다.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짱짱한 모습은 여전하다. 저리도 많은 눈과 저리도 모질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을 맨몸으로 받아낸다. 햇볕을 쬐며 덕장의 명태가 수없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황태가 되듯 몸을 담금질하고 있다. 그렇게 단련된 불콰한 몸뚱이로 거듭난다. 문수봉 가는 길에 주목은 아직껏 수술을 받지 못하고 속을 있는 대로 긁어내어 가죽만 남거나 그것도 일부분만 남았다. 살짝 두드리면 쇳소리 내며 고고하다. 조금도 상처받은 기색이나 흔들림이 없이 꼿꼿하다. 태백산에 3개의 천제단이 있다. 최고봉인 장군봉의 장군단이 있고, 중앙의 천왕단에는 단군인 한배검을 모셨으며 그 너머에 하단이 있어 하늘에 제를 올렸다. 잠시 둘러보는 풍경은 사방팔방이 온통 산으로 나도 산속에 서 있다. 흰 눈밭에 시커먼 까마귀가 시퍼런 하늘을 날며 심란하게 깍깍거린다. 추위와 눈밭에 먹을거리를 구걸하는 모습 같고, 저희 영역이라고 항의하지 싶기도 하다. 바다에 갔을 때는 해가 바닷속에서 떠오른 것처럼 보이더니 산에 오니 산속에서 솟아오르지 싶어진다. 그래도 볼수록 신비감이 있다. 온통 눈밭에 눈빛이 너무나 강렬하게 부셔서 눈이 어질어질 캄캄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숲을 흔들기도 한다. 눈밭에 먹이를 찾는 앙증스러운 모습이다. 가냘픈 몸에서 강인함이 묻어난다. 바람이 그토록 나무를 흔들어 못살게 굴더니 끝내는 그 나무속으로 사라졌지 싶다. 좋은 일만 있으면 오히려 지루하고 나태해지는지 궂은일과 뒤섞이는 것에 익숙하다. 어찌 구미에 당기는 일만 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랴.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저 주목을 주목해 보라. 가죽만 남다시피 하고 몸통만 남았지 싶어도 어디 눈살 한 번 찡그리는가. 보란 듯 푸름을 웃음처럼 내놓고 저리 당당하지 않은가. 그래서 천년을 살고 죽어서까지 향기를 머금을 수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