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민스크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는 누구를 흡수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와의 흡수 통합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병합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 가스의 가격 상한선을 메가와트/시(㎿h)당 180 유로로 설정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2,600만 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아브라모비치(영국 프로 축구 '첼시' 전 구단주)의 자산을 압류, 몰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 벨라루스의 흡수 계획은 없다고 말해/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19일'자/편집자
◇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방문 막전막후
푸틴 대통령이 3년여만에 벨라루스를 방문하자,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벨라루스의 참전설'이 본격 제기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19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벨라루스의 참전설'을 언급하기는 커녕, 벨라루스의 흡수(통합)설에도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는 어느 나라도 흡수할 뜻이 없다.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는 벨라루스와의 통합을 막고 싶어하는 자들의 악의적 루머"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목표로 정치 경제적 통합을 추진해 왔으며, 국가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안보 문제가 양국 모두에게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공동으로 취하기로 했으며, 정기적인 합동 군사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핵무기 탑재용으로 개조된 벨라루스 공군기의 운영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벨라루스 혼자서 독립을 지킬 수 없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없어도 되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없으면 안 된다"고 러시아와의 강한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러-벨라루스 확대정상회의/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언론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는 19일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방문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이 군 지휘관들과의 작전 회의를 주재하고, 쇼이구 국방장관이 헬기로 전선을 시찰한 뒤 민스크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수 군사작전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미국 전쟁연구소·ISW 인용)이라는 것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ISW는 "푸틴 대통령의 군 지휘관들 회의, 쇼이구 장관의 최전선 방문, 푸틴- 루카셴코 정상회담은 전쟁의 새로운 단계 진입을 시사하며, 앞으로 몇개월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이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사용한 전술과 유사한 '대규모 보병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공격 가능성을 제기한 뒤 "서방 측도 이에 맞춰 무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그러나 이 발언을 "(무기 지원에 대한) 서방 측의 안일한 생각을 일깨우기 위한 캠페인의 일부"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 우크라이나에게 평화 협상의 압력을 가하도록 서방 측을 압박하는 크렘린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방문 목적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세르게이 나예프 우크라이나 합동군 사령관의 18일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푸틴과 루카셴코의 정상 회담 이후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개입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을 맞아(위) 회담하는 루카셴코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벨로루시 국방부가 일주일 전에 시작한 군 전투 태세 점검을 끝내고, 벨라루스의 군사 훈련장에서는 동원된 러시아 예비군들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도 이 매체는 주목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벨라루스 참전설을 어리석고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스트라나.ua는 두 정상간에 비공개 주제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세 가지의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민스크와 모스크바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합동 공격을 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나토측의 우크라이나 물자 공급망을 차단하고, 서부 국경을 돌파해 키예프로 진격하는 작전 등 여러 가지 합동 작전을 염두에 뒀다. 물론, 이같은 일이 앞으로 몇 주 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벨라루스군의 전투 준비태세 점검 훈련 모습/벨라루스 국방부 텔레그램
두번째는 격전지역의 우크라이나군을 빼 북부 국경지대로 이동시키도록 만드는 소위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의 가능성을, 세번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벨로루시 영토를 더 광범위하게 사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앞으로 두가지 주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내년부터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의회의 협력을 끌어내는 문제와 유럽의 경기 침체에 대한 대처다. 특히 러시아군의 공습에 지친 우크라이나 난민이 또다시 유럽으로 몰리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보도)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또다른 과제로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거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유럽이 계속 지원하도록 설득하는 일을 들기도 했다.
스트라나.ua의 결론은 이렇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유럽 지도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측에 군사 지원의 확대를 촉구했다. 영국과 노르웨이에게는 방공 시스템을, 네덜란드에는 탱크, 덴마크에는 세자르(Caesar) 155㎜ 곡사포, 리투아니아에는 나삼스와 스팅어 미사일, 스웨덴에는 Archer 자주포와 RBS-98 대공 미사일 시스템, Gripen 항공기 공급 등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 루블화는 19일 유로당 72루블, 달러당 67루블로 올랐다(가치 하락). 유로화는 지난 5월 11일, 달러는 5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루블의 급격한 약세의 주된 이유는 비합리적으로 과대평가된 환율 때문"이라며 "국제 유가 하락과 외화에 대한 계절적 수요 증가도 루블화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내년 2월부터 러시아산 가스의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상한 가격은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기준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다. 가스 가격이 180유로 이상 3일간 유지되고, 글로벌 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35유로 이상인 두 가지 요건이 동시 충족되는 경우, 발동된다. 독일 등 일부국가는 가격 상한제를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