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난열(易事難說)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易 : 쉬울 이(日/4)
事 : 일 사(亅/7)
難 : 어려울 난(隹/11)
說 : 기뻐할 열(言/7)
부모나 윗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부모라면 자식이 어긋난 길을 가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이 기특하여 즐거이 뒷받침할 것이다.
직장의 상사가 기뻐할 때는 그때그때의 기분을 맞춰주기보다는 맡은 직무를 충실히 하여 실적을 냈을 때다. 그런데 성과를 냈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했다면 나중에 상관까지 책임이 돌아간다.
어디까지나 올바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해야 뒤탈이 없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위에서 일을 맡길 때에도 합리적으로 해야 일을 잘 처리할 수가 있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가 직분을 충실히 하여 윗사람을 섬기기는 쉬워도(易事)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難說)는 이 말이다.
논어(論語)의 자로(子路)편에 공자(孔子)가 한 말로 나온다. 30장으로 된 이 편에는 군자가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교육하는 일에 대한 언급이 많다.
군자는 화합하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다거나, 정치를 바로 하려면 반드시 명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정명(正名) 등이 실려 있다.
25장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자.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그를 기쁘게 하려 할 때는 올바른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군자가 사람을 부릴 때에는 그 사람의 역량에 따라 각자 그릇에 맞게 쓴다.
君子 易事而難說也.
군자 이사이난열야
說之不以道 不說也.
열지불이도 불열야
及其使人也 器之.
급기사인야 기지.
공자께서 말씀하길, 군자의 밑에서는 일하기 쉽지만 기쁘게 해주기는 어렵다 입니다. 그 이유는 군자는 정당한 방식으로 기쁘게 해주어야만 기뻐하고, 도리에 맞지 않는 부정한 일과 방식으로는 기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군자에게는 아첨이나, 뇌물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군자는 사람을 쓸 때는 기지(器之)라, 그릇에 맞게, 각각의 능력에 맞게 쓸 줄 알기 때문에, 누구라도 군자 밑에서 일하기는 쉽습니다.
아랫사람이 부당한 방법으로 기쁘게 하려 해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자는 사람을 쓸 때도 역량에 맞춰 그릇에 맞게 일을 시킨다.
반대되는 경우를 보자.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다. 그를 기쁘게 하려 할 때는 올바른 도리로써 하지 않더라도 기뻐한다. 하지만 소인이 사람을 부릴 때에는 능력을 다 갖추고 있기를 요구한다.
小人難事而易說也
소인난사이이열야
說之雖不以道說也
열지수불이도열야
及其使人也 求備焉
급기사인야 구비언
반대로 소인을 섬기기는 어렵지만, 기쁘게 하기는 쉽다. 그 이유는 소인 상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바른 도를 가지고 하지 않아도 쉽게 기분좋게 만들 수 있지만, 소인 상사가 사람을 부릴 때는 구비(求備) 즉, 다 갖춘 사람을 구하니, 일을 하면서 직접 섬기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즉, 소인이 사람을 쓸 때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시켜놓고 완벽하게 처리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소인 밑에서 일하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대신 소인은 돈을 좋아하고, 명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 챙겨주면 기뻐하니 일말고 관계만 가지기는 좋지요.
아랫사람이 일을 할 때도 도리에 맞게 해야 하지만 윗사람이 일을 시킬 때도 확연히 드러난다. 역량에 맞게 일을 분배했을 때는 위아래가 손발이 맞아 잘 돌아간다. 상사가 무리하게 일을 맡겼을 때는 실적을 독촉하고 따라 오지 못할 경우 억지를 부리고 책임을 부하에 전가한다. 위나 아래나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
군자를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 어렵다는 이사이난열(易事而難說), 자신은 상대방의 기량을 헤아려 적합한 일을 맡기는 군자인지, 한 사람에게 만능(萬能)이기를 요구하여 할 수 없는 일까지 해주기를 바라는 소인인지 한번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 易(이)는 상형문자로 반짝반짝 껍질이 빛나는 도마뱀의 모양이란 설과 햇볕이 구름사이로 비치는 모양이란 설 따위가 있다. 도마뱀은 아주 쉽게 옮겨 다니므로 바뀌다, 쉽다는 뜻으로 되고 햇볕도 흐렸다 개였다 바뀌며 햇살은 어디나 비치므로 쉽다는 뜻이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될 화(化)이다. 용례로는 이곳 물건과 저곳 물건을 팔고 삼을 무역(貿易),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간단하고 쉬움을 간이(簡易),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갈자이음(渴者易飮), 머리를 잘라 술과 바꾼다는 절발역주(截髮易酒),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겨난다는 난사필작이(難事必作易), 쉽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다는 이여반장(易如反掌),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바꾸어서 가르친다는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이양역우(以羊易牛), 하늘을 옮기고 해를 바꾼다는 이천역일(移天易日), 횡포로써 횡포함을 바꾼다는 이포역포(以暴易暴), 변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는 불천불역(不遷不易),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이 쉽다는 절지지이(折枝之易), 남을 헐뜯는 나쁜 말을 하기 쉽다는 악어이시(惡語易施), 작은 것으로 큰 것과 바꾼다는 이소역대(以小易大), 싸우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다는 전이수난(戰易守難), 식량이 없어 자식을 바꾸어 먹는다는 역자이식(易子而食), 진을 치면서 장수를 바꾼다는 임진역장(臨陣易將) 등에 쓰인다.
▶ 事(사)는 상형문자로 亊, 叓는 고자(古字)이다. 事(사)는 깃발을 단 깃대를 손으로 세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역사의 기록을 일삼아 간다는 데서 일을 뜻한다. 용례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事實), 뜻밖에 일어난 사고를 사건(事件),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사태(事態)평시에 있지 아니하는 뜻밖의 사건을 사고(事故),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사정(事情), 모든 일과 물건의 총칭을 사물(事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 처음에는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하여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한 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어 가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음을 다사다난(多事多難), 관 뚜껑을 덮고 일을 정한다는 개관사정(蓋棺事定), 사실에 토대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라는 실사구시(實事求是),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뜻하는 이판사판(理判事判), 만 가지 일이 끝장이라는 만사휴의(萬事休矣) 등에 쓰인다.
▶ 難(난)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근; 난)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진흙 속에 빠진 새가 진흙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 합(合)하여 '어렵다'를 뜻한다. 본래 菫(근)과 鳥(조)를 결합한 글자 형태였으나 획수를 줄이기 위하여 難(난)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새의 일종을 가리켰는데, 점차 '어렵다, 쉽지않다, 근심, 재앙, 나무라다, 원수, 우거지다'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쓸 고(苦), 어려울 간(艱)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易 쉬울 이(易)이다. 용례에는 어려운 고비를 난국(難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난문(難問), 고치기 어려운 병을 난치병(難治病), 항해 도중 폭풍우나 그밖의 장해로 깨진 배를 난파선(難破船), 공격하기 어려워 좀처럼 함락되지 아니하는 난공불락(難攻不落), 잊을 수 없는 은혜를 난망지은(難忘之恩), 누구를 형이라 아우라 하기 어렵다는 난형난제(難兄難弟) 등에 쓰인다.
▶ 說(말씀 설, 달랠 세, 기뻐할 열, 벗을 탈)은 형성문자로 説은 통자(通字), 说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언(言; 말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兌(열)로 이루어졌다. 말(言)로 나타낸다는 뜻이 합(合)하여 말씀을 뜻한다. 八(팔)은 분산하는 일, 兄(형)은 입의 움직임을 일컬는다. 음(音)을 나타내는 兌(탈, 열)은 큰소리를 질러 화락함을 말하고, 나중에 기뻐함에는 悅(열)이라고 쓰고, 말로는 그것은 무엇, 이것은 무엇이라고 구별함을 說(설)이라고 쓴다. 그래서 說(설, 세, 열, 탈)은 (1)일부(一部) 명사(名詞) 뒤에 붙여 풍설(風說)의 뜻을 나타내는 말 (2)견해(見解). 주의(主義). 학설(學說) (3)풍설(風說) (4)중국에서의 문체(文體)의 하나. 구체적인 사물에 관하여 자기의 의견을 서술(敍述)하면서 사물의 도리를 설명하는 문장임. 당(唐)나라의 한유(韓愈)가 지은 사설(師說), 송(宋)나라의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애련설(愛蓮說) 따위. 문학 작품으로서의 형식을 갖춘 것은 당(唐)나라 이후임 등의 뜻으로 말씀 설의 경우는 ①말씀(설) ②문체(文體)의 이름(설) ③제사(祭祀)의 이름(설) ④말하다(설) ⑤이야기하다(설) ⑥서술하다, 진술하다(설) 그리고 달랠 세의 경우는 ⓐ달래다(세) ⓑ유세하다(세) 그리고 기뻐할 열의 경우는 ㉠기뻐하다, 기쁘다(열) ㉡즐거워하다(열) ㉢즐기다(열) ㉣공경하다(열) ㉤따르다, 복종하다(열) ㉥아첨하다(열) ㉦쉽다, 용이하다(열) ㉧헤아리다(열) ㉨기쁨, 희열(喜悅)(열) ㉩수(數)(열) 그리고 벗을 탈의 경우는 ㊀벗다(탈) ㊁놓아주다(탈) ㊂빼앗기다(탈) ㊃제거하다(탈) ㊄용서하다(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뻐할 희(憙), 기뻐할 환(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풀어 밝힘을 설명(說明), 여러 사람 앞에서 체계를 세워 자기의 주장을 말함을 연설(演說), 여러 모로 설명하여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알아듣게 함을 설득(說得), 남을 저주하는 말을 욕설(辱說), 달콤한 말과 이로운 이야기라는 감언이설(甘言利說), 길거리나 세상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기를 가담항설(街談巷說),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함을 설왕설래(說往說來), 말이 하나의 일관된 논의로 되지 못함을 어불성설(語不成說),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곧 그 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도청도설(道聽塗說),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불역열호(不亦說乎),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 온다는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