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세기 마지막 날, 둔촌아파트에 봉인된 보물 상자
거기에 열세 살 엄마와 아빠의 눈부신 비밀이 담겨 있다!
엄마가 연락도 안 되는 오지로 여행을 가 버리는 바람에, 모이든은 엄마 모수림이 나고 자란 할머니 댁에 부러진 가지처럼 놓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초등학교 졸업식에 초대하고 싶은 이든은 재건축을 앞둔 둔촌아파트에서 어린 엄마의 흔적을 쫓으며 아빠에 대한 단서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이든은, 졸업식에 아빠를 초대할 수 있을까?
목차
이든 이야기1 사라진 편지
수림 이야기1 미스터 블랙에게
이든 이야기2 식물 지도
수림 이야기2 나홀로나무 아래에서
이든 이야기3 둔냥이 15호
수림 이야기3 페달을 밟고서
이든 이야기4 케루빔 천사
수림 이야기4 마지막 편지를 보내
이든 이야기5 기린 미끄럼틀
수림 이야기5 부루마불에 없는 나라로
이든 이야기6 허니 가이드
수림 이야기6 다시 찾은 자전거
이든 이야기7 안녕 파티
수림 이야기7 새 천 년을 건너서
모두의 이야기 졸업식에 초대합니다
저자 소개
글: 문은아
밤송이처럼 까슬까슬한 이야기, 재채기처럼 간질간질한 이야기, 노을처럼 울컥울컥한 이야기, 바다처럼 두근두근한 이야기, 우주만큼 커다래지는 좁쌀 이야기들을 짓고 싶습니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노는 건 더 좋아합니다. 쓴 책으로 10회 5·18문학상을 받은 『이름 도둑』과 『오늘의 10번 타자』 등이 있습니다.
그림: 이명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듭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난 상상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바람에 날아갔어』, 그린 책으로 『초코칩 쿠키, 안녕』, 『우리 건국 열 가지 이야기』, 『아멜리아 에어하트』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찾는 여정
엄마가 연락도 안 되는 오지로 긴 여행을 가 버리는 바람에, 모이든은 초등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엄마 모수림이 나고 자란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상의도 없이 할머니 집에 두고 간 엄마에게 원망의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이든은 이 기회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찾아 초등학교 졸업식에 초대하기로 마음먹는다. 아빠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어릴 적 엄마의 물건들을 뒤져 보던 이든은 책상 서랍 속에 있던 엄마의 일기장에서 보물 상자가 찍힌 즉석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 앞뒤에 적힌 수수께끼 같은 문구로 미루어 보아 보물 상자 안에 강력한 힌트가 들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만, 도무지 보물 상자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이든은, 졸업식에 아빠를 초대할 수 있을까?
‘내 사랑 미스터 블랙에게 보내는 편지? 어, 내 사랑? 엄마의 사랑이라고?’
눈에 불을 켜고 편지를 찾았다. 문구 아래 무언가 뜯긴 흔적이 보였다. 여기에 엄마의 편지가 붙어 있었을 거다.
‘그래, 비밀 편지를 봉인하다!’
사진 뒷면에 적힌 문구에 의하면 엄마의 편지는 바로 보물 상자에 있을 거다. 소름이 쫙 돋았다.
--- p.18
현재와 과거의 교차 시점이 불러 오는 신선한 재미와 감동
이 책은 현재와 과거 시점이 장마다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이든이 보물 상자를 찾는 이야기가, 과거 시점에서는 단짝 친구와의 우정과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는 열세 살 수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딸이 열세 살 엄마가 남긴 흔적을 퍼즐 조각 맞추듯 추리하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가운데, 잡지 〉뿌리 깊은 나무〉,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사랑의 기술》, 서태지의 명곡 〉발해를 꿈꾸며〉 등 그 시절의 풍경들이 지금은 다 커 버린 어른들의 잊고 있던 기억을 소환하며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준다. 또한 1999년의 수림과 유미와 창기, 2017년의 이든과 하나와 정식의 이야기가 평행이론처럼 그려지는 것도 기분 좋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둔촌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동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불리며 철거와 이주, 재건축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둔촌주공아파트는 그 이전에 많은 이들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소중한 고향이자 추억이 겹겹이 쌓여 있는 동네였다. 담력을 키워 주던 기린 미끄럼틀, 아파트보다 높이 자란 메타세쿼이아, 단지를 따라 피고 지던 온갖 풀과 꽃들, 복도에 걸려 있던 이불들,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들 소리, 고양이들…. 둔촌주공아파트 철거는 이곳을 고향이라 여기는 이들의 터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던 고양이와 나무 들이 생활 터전을 잃고, 동네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어 온 네트워크가 한번에 끊어진 것이다. 둔촌주공아파트 말고도 곳곳에서 오래된 단지들이 재건축에 들어서고 있거나 진행 중이고, 그만큼 ‘고향’을 잃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문은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파트는 사라져도 그곳에 담긴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는 남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 《기린 놀이터에서 만나》가 둔촌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동화로서 아파트 키드로 자라는 아이들은 물론 아파트를 고향으로 기억하는 어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사라졌지만 그 시절 그곳을 문학적으로 기록하게 되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사는 수림과 이든이 같은 이야기를 꿰어 갈 수 있었던 것도 이곳이라 가능했습니다. 거대한 지하 세계를 빠져나와 울울창창한 숲, 미로 같은 길들을 누비는 상상을 하며 내내 아릿하고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에덴이었을지도 모르는 나의 둔촌주공아파트와 마침내 이별할 수 있겠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