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심합력(齊心合力)
한마음으로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치다.
齊 : 가지런할 제
心 : 마음 심
合 : 합할 합
力 : 힘 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말을 들으면
바로 이승만(李承晩)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떠올린다.
1945년 해방 직후 귀국하여 방송서 한 연설이라 하고,
또 1950년 10월 평양 탈환 시민대회서
호소한 말이라고도 한다.
원전도 이솝(Aesop) 우화에서 왔다거나
1776년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하며 남겼다는
'연합하면 함께 서고 분열하면
쓰러진다로 보는 등 구구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승만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같은 의미를 가진 성어도 갖가지라
모아 보는 것도 흥미가 있을 듯하다.
우선 검색에 종종 나타나는 단생산사(團生散死)는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뜻을 잘 나타냈지만
어디서 처음 썼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장자(莊子)'의 지북유(知北遊) 편에는
지식의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한 이야기로 비슷한 말이 나온다.
人之生, 氣之聚也.
(인지생, 기지취야)
사람이 태어난 것은 기가 모여서 된 것이다.
聚則爲生, 散則爲死.
(취즉위생, 산즉위사)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의인화한 지(知)란
사람에게 황제(黃帝)가 깨우친 말이란다.
이보다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없어도
많은 사람이 한 마음(齊心)으로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친다(合力)는
성어가 뜻을 간결하게 전한다.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後漢書)'에 실려 있다.
전한(前漢) 말기 교묘하게 왕위를 찬탈하여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은
급격히 개혁을 시도하다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각지에서 농민군이 봉기하여 세력을 떨치는 중
하강군(下江軍)을 이끌던 왕상(王常)은
황족 출신의 유수(劉秀) 형제와 손을 잡고 싶었다.
모두 중심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다른 장수를
왕상이 잘 설득하여 유수 군대와 힘을 합쳤다.
이후 그들은 "한 마음으로 힘을 합하니,
군사의 날카로움이 더욱 강해졌다.
사기가 더욱 높아진 이들은 왕망의 군대를 섬멸하고
유수가 광무제(光武帝)로 즉위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뭉치면 산다는 말에 권력자들이 무조건 단결하여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라 반발하는 측면이 있다.
효율만을 앞세워 일사불란을 말하더라도
옳지 않은 길로 이끌 땐 당연히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목적을 향할 때 강요가 아닌
자의와 연대로 힘을 합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처럼 발목을 묶은 다리는
같이 움직여야 승리하는 것과 같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란 뜻이라는
아프리카 반투(Bantu)족의 말
우분투(UBUNTU)를 연상시키는 공생이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강요하지 않아도 남을 위해 스스로 흩어진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