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극초음속미사일, 요격회피 ‘진화’… “전술핵 장착땐 게임체인저”
첫 시험발사 100일만에 고도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6일 공개한 북한군의 전날 발사체 시험 장면. 통신은 해당 발사체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평양=AP 뉴시스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극초음속미사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28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보다 비행거리가 크게 늘었고, 비행 속도도 극초음속에 해당하는 음속의 5배가 넘어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대남 전략무기의 전력화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비행 속도·변칙 기동 등 극초음속미사일 성능 제대로 구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5일 중앙위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 지도간부들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며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되어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의 비행 구간에서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120km를 측면기동하여 700km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100일 전 발사한 화성-8형보다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있음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9월 발사된 화성-8형의 비행 속도는 음속의 2∼3배, 비행거리는 450여 km(추정)에 그쳐 군은 ‘초보적 단계’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엔 한미 탐지자산에 포착된 비행 속도가 음속의 5배가 넘었고, 비행거리도 700km에 달해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연료량과 엔진 추력을 최대한 높여서 목표로 삼은 비행 성능을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요격망을 회피하는 능력도 한층 고도화됐다.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측면기동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탄두부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목표 고도에서 수평비행을 하면서 좌우로 기동했다는 의미다. 낙하 단계에서 탄두부가 상하좌우로 수시로 비행궤도를 바꾸게 되면 지상에선 탐지 및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두부의 변화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화성-8형의 탄두부는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였지만 이번엔 원뿔에 가깝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글라이더 탄두부가 극초음속의 속도를 내지 못하자 원뿔 형상으로 비행 성능을 향상시킨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두부를 다양화한 ‘화성-8형 개량형’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다양한 한미 정보자산으로 탐지됐고 대응이 가능하다”면서도 “(사거리 등) 비행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탐지한 비행거리(500여 km)보다 200km나 더 멀리 날아갔다고 북한이 주장하면서 정확한 탄착 지점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남한 끝단까지 기습 핵타격력 과시
북한이 동해로 쏜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거리를 남쪽으로 돌리면 거의 정확히 남한 최남단(전남) 지역에 닿는다. 전술핵을 실어서 한미 요격망을 돌파해 남한의 끝자락까지 기습 핵타격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 북한이 이날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을 콕 집은 만큼 추가 테스트 및 실전 배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행 속도 및 사거리를 최대한 늘려서 중국의 둥펑(DF)-17에 맞먹는 성능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층 고도화된 극초음속미사일에 김정은이 개발을 지시한 전술핵이 장착될 경우 대남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과거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능력을 과소평가하다 허를 찔린 전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군이 개발 동향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신규진 기자
“작년 SLBM 발사한 北 신포급 잠수함, 정비작업 마친 정황”
38노스 “시험발사용 바지선 연결”
북한 해군 ‘고래급’(신포급) 잠수함 ‘8·24영웅함’ (조선중앙TV 캡처) © 뉴스1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재래식 신포급(고래급) 잠수함 정비를 마친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5일(현지 시간) 전했다.
38노스는 지난해 12월 27일 북한 잠수함 건조 기지인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고래급 잠수함 ‘8·24 영웅함’이 수리를 마치고 조선소 계류장 가림막 아래 정박돼 있고 SLBM 수중 시험발사 때 사용되는 바지선도 연결돼 있었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8일에는 드라이독(선박 건조 및 수리 구조물)이 포착됐다. 38노스는 “드라이독은 물기가 마른 상태였고 선체 무게를 지탱하는 용골 부품 두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잠수함은 지난해 12월 13일 신포조선소 드라이독에 차 있던 물이 서서히 빠진 뒤 선체 전체가 완전히 드러난 상태로 배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북한이 SLBM 발사 준비를 위해 일종의 보수 작업을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38노스는 “이 잠수함은 2014년 7월 신포조선소 부두에 접안된 후 물속에 있는 모습만 포착됐는데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38노스는 잠수함 수리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점을 고려했을 때 선체에 긁힌 상처를 손보거나 페인트 덧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9일 신포 인근 해상에서 이 잠수함으로 SLBM을 발사했다. 수중에서 기동 중인 잠수함에서 처음 발사돼 590km를 날아간 뒤 동해상에 낙하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수중발사형으로 개량한 신형 SLBM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신아형 기자
北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성공”에도… 정부, 공식입장 안 내놔
‘도발’ 표현 안쓰고 유감 표시 안해
美국무, 日외상과 “발사 규탄” 통화
정의용 외교와 통화 계획 없는 듯
우리 정부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6일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임기 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또다시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미 대응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공유할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비판 또는 유감 표시를 하지 않은 것.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전날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우려’는 표명했지만 ‘비판’은 하지 않았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 지칭하지도 않았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행위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북한의 발사 의도를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고만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대외용이 아닌 자체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내에선 북한이 이번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화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 간 기류 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북한의 발표 후 동아일보의 질의에 “우리는 역내 그리고 국제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는 별도 통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