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는가?
-文霞 鄭永仁 -
건배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는 크고 작은 술자리에서 건배(乾杯)를 하고, 건배사를 합창한다. 그간 건배사 때문에 수많은 희로애락이 교차하였다. 특히 건배사는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한가락 하는 사람들은 건배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것이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식자리에서 돌려가며 해야 하는 건배사 때문에 끙끙 거리는 친구들도 많다.
연말연시에는 기발한 건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에 떠도는 건배사도 많고 건배사를 모은 소책자가 인기를 끈적도 있으나 말이다. 그나마 건배사도 mz의 세대에서는 사라지는 듯하다.
그래도 통통 뛰는 건배사 하나쯤은 알아두는 것이 좋을 성 싶다. 고전적인 ‘나이야, 가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사이다(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원샷), 오바마(오빠, 바래다 줄 게 마셔)‘ 등의 건배사는 구석기 시대의 인간군으로 분류된다. ’노틀카‘는 원시시대 건배사이다.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건배사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는 줄인말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견인차를 한 주장 손흥민 선수가 말해서 상종가를 친 건배사라고 한다. ‘위하여, 진달래’등은 고릿적 건배사다.
우리는 건배할 때 으레 술잔을 부딪친다. 술잔을 부딪치는 이유는 5감(五感)으로 술맛을 보기 위해서라고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술이 담긴 술잔을 눈으로, 코로, 손으로, 입으로 맛볼 수 있는데 유독 귀로만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로 맛보기 위해서 술잔을 부딪친다는 것이다. 술 한 잔에 입맛, 코맛, 눈맛, 손맛, 귀맛, 다섯 가지 맛을 본다는 것을…….우리 인생도 오감으로 맛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우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보러 야단법석을 떤다. 그렇게 못 가는 우리는 알음알음 친구 몇이 모여 술 한 잔 나누며 가는 해 보내고 오는 해 맞이했으면 한다. 임인년(壬寅年)의 호랑이 보내고, 계묘년(癸卯年)의 토끼를 맞이하며 별주부전의 토끼 같은 지혜를 달라고 건배사 한 구절쯤은 새겨봄이 어떨까 한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걸살누죽도 좋고,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우리다’ 라는 우남우우도 좋겠다. 새해 자기 소망을 담아 건배사 하나쯤은 가져봄도 좋겠다.
매년 송년회에 멋드러진 건배사를 준비해와 우리를 웃프게 하는 건배사 뽑기 대회가 있었으면 한다. 삼행시 겨루기처럼…….
그나저나 나는 올해 건배사를 뭐라고 한다나?
미고다내(미운 정 고운 정 다 내려놓고 원샷)!
“국회의원의 대한민국헌법 46조 2항 실천을 위하여!”
대한민국헌법 46조 2항 :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첫댓글 문하 정영인 님은 평생 교직생활을 하신 분으로 물론
가톨릭 신자이며 이제 80이 넘으신 우리들의 인생 선배님입니다.
저는 평소에 그 분의 수필을 좋아해서 저에게 보내주는 메일을
여기에다 종종 올리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이 글의 말미에
국회의원의 법적 임무를 적어 놓으신 말을 조용히 묵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