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영 야고보 신부
모든 성인 대축일
요한 묵시록 7,2-4.9-14 요한 1서 3,1-3 마태오 5,1-12ㄴ
영이 가난한 사람들
11월 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고 2일은 ‘위령의 날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천국에 있는 성인들과 정화 중에 있는 연옥교회의 영혼들을 기억하며
모든 성인의 통공(communion of saints)을 나눕니다.
전통적으로 모든 성인 대축일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드러내는 큰 축제이기에,
그 전날 10월 31일 저녁부터 ‘거룩한 전야’ 축제일로 지냈습니다.
이 전야제가 바로 ‘핼러윈 데이’입니다.
성인을 뜻하는 고대 영어 ‘할로(hallow)’와 저녁이라는 단어 ‘이브닝(evening)’이
합쳐져서 ‘모든 성인들의 전야(all hallows eve)’가 되었고, ‘핼러윈(halloween)’으로
축약된 것입니다.
핼러윈 때 아이들이 무서운 가면이나 복장을 한 채 거리를 행진하고,
호박등이 켜진 집마다 방문하여 사탕을 요구하는 것은
고대 켈트족의 전설과 중세의 풍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켈트족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 되면 저승의 귀신이나 망령들이 지상에
출몰하기 시작한다고 믿고, 그 귀신이나 망령보다 더 무섭게 변장을 하고
야단법석을 떨어서 그러한 존재들을 쫓아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탕을 요구하는 것은 중세 시대 연옥 영혼들을 기억하는 ‘위령의 날’에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영혼들을 위한 기도’를 바쳐주면,
그 기도에 대한 답례로 ‘영혼의 단 빵’을 주었던 것에서 유래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이방 종교의 전설과 문화를 복음으로 대체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밝혀 주는 토착화의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 왔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생각하던 켈트족의 전설적 믿음을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로 포용하여 승화시킵니다.
즉 ‘지상의 순례하는 교회’에 속한 신자들이, 천국교회와 연옥교회와 소통하고 기도하는 전통을
통해서 미신적인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위안과 희망을 준 것입니다.
특히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와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음식을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은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와 우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예수님의 ‘참행복’ 선언은
희망을 북돋아 주는 역설적인 약속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직역하면 ‘영(靈)이 가난한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인간은 영이신 하느님께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요한 4장 24절)하면서
끊임없이 사랑이신 하느님(요한1서 4장 16절)의 은총을 충만하게 받아야 하는
가난한 영적 존재입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 하느님과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신앙인들은 영원히 그리고 끊임없이
베푸시는 사랑의 은총 안에서 유한한 세상의 고통과 시련을
충분히 이겨낼 힘과 용기와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가난한 영으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충만한 은총을 서로 나누며 이 시기를 다 같이 이겨냅시다.
수원교구 조한영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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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철 이사악 신부
모든 성인 대축일
요한 묵시록 7,2-4.9-14 요한 1서 3,1-3 마태오 5,1-12ㄴ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오늘은 천국의 성인들과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묵상하는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설명대로,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그 지체로써 그분과 한 몸인
‘신비체’를 이루고 있습니다(로마서 12장 4절-5절 ; 코린토 1서 6장 15절-17절 ; 12장 27절 ;
에페소서 4장 15절-16절 ; 콜로새서 1장 18절).
사도 신경에서 고백하는 ‘모든 성인의 통공’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지체는 ‘교회’인데, 이 교회는 우리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섬기다가
세상을 떠나 천국에 다다르신 분들이 계시는 ‘천상 교회’와 아직 천국에 이르지 못했으나
그곳을 향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연옥 교회’ 그리고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으며
나그네길을 걸어가고 있는 현세의 교회인 ‘지상 교회’로 나눠집니다.
그런데 이 세 차원의 교회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한 몸을 이룬 채, 서로가 그리스도께로 가는 데 도움과 힘을 주고 있습니다.
천상 교회는 지상 교회를 위해 기도하여 주고, 지상 교회는 천국에 들어간 천상 교회 시민에게
전구를 요청하며, 그분들에게서 이 나그네길을 더 굳건히 살아갈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도움과 용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지상 교회는 연옥 교회를 위해 기도를 바쳐 드림으로서
그분들이 하느님의 얼굴을 뵈올 수 있는 날을 앞당기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는 우리에게, 오늘이 천상 교회의 성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는 분들도
기억하자고 합니다. 주위 교우들, 가족, 친지, 옆집 이웃들 역시 서로 기도해주며,
유형무형의 도움들을 주면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도록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님도 이 점들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는 많은 증인들’(히브서 12장 1절 참조)이 우리가 목적지를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도록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초대받습니다.
이러한 증인들 가운데에 우리 어머니, 할머니, 또는 그 밖에 사랑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티모테오 2서 1장 5절 참조). 성인들은 이미 하느님 계신 곳에 있지만 계속해서 우리와
사랑과 친교의 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
저는 하느님의 벗들에 둘러싸여 안내를 받고 있습니다. … 사실 저 혼자서 결코 짊어질 수 없는 것을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됩니다. 하느님의 모든 성인이 저를 보호하고 돌보시고
저와 동행하시기 때문입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3-4항)
간혹, 외롭고 쓸쓸하다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신비체적으로 보면, 나는 혼자일 때라도 ‘모두’이며, 부분일 때라도
‘전부’입니다. ‘모든 것’이신 그리스도와 나는 ‘같은 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오스딩 성인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그리스도인이 된 것뿐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을 기뻐하고
감사드립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머리로 보내 주신 이 은혜를
이해하십니까? 놀라고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 (「요한복음강해」, 21,8)
여러분, 우리가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는 많은 증인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고, 오히려 외로워하는 분들을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희망의 불꽃이 꺼지도록 내버려 두지마십시오.
현실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인간은 바뀔 수 있습니다. … 교회는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보배로운 신앙의 유산을 전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인천교구 송기철 이사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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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우 요한 세례자 신부
모든 성인 대축일
요한 묵시록 7,2-4.9-14 요한 1서 3,1-3 마태오 5,1-12ㄴ
성인이시길..
사람의 인생은 생로병사를 거치는 삶이지만,
건강할 때는 그 마지막인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죽음은 또 다른 세상으로 옮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
오늘(1일)은 천국에 계신 수많은 성인을 생각하되, 특히 한국 교회의 주보 성인이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내가 다니는 본당의 주보 성인, 내 세례명의 주보 성인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일(2일)부터 일주일은 연옥에 계신 모든 영혼을 묵상해야겠습니다.
세상에는 통념(通念)이 있습니다. 재물은 많을수록 좋고 재물이 있어야 행복하다,
굶주리는 것은 불행하다, 우는 것은 불행하고 웃으며 사는 것은 행복하다,
지위는 높아야 하고 높은 사람이라야 대우받는다, 마땅히 죄인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통념에는 어떤 부정(否定)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곧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 의지를 약화시킵니다.
오늘 복음의 행복선언에 나오는 각 사람은 우리 통념으로 볼 때 모두 부정되는 이들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 또한 하느님 안에서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아무리 가난해도, 굶주려도, 또 죄인이라도 버리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 통념에서 벗어나서 어떤 생명이라도 소중히 생각하고 돌보면서 살 것을 원하시는
하느님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려고,) …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레위기 11장 45절)하고, 예수님께서도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마태오 복음 5장 48절)고 말씀하십니다.
성인이 되는 길은 어려움과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분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거룩함과 완전함의 덕을 쌓고자 애쓸수록 하느님께서는 그리로 향한
희망과 기회를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도 천상의 모든 성인 반열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인들의 전구를 빌며 주님의 필요한 은혜를 간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춘천교구 정영우 요한 세례자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에서 참조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