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석동호회 단톡방에서]
[채동석회장님제공]
구 들 목 ♨️
시인 박남규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리가 날즈음,
밥알 거죽에 거뭇한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루르 눈물을 흘렸다.
호호 불며 일하던 손이
방바닥을 쓰다듬으며 들어왔고
저녁이면 시린 일곱 식구의 발이 모여
사랑을 키웠다.
부지런히 모아 키운 사랑이
지금도 가끔씩 이슬로 맺힌다.
차가웁던 날에도 시냇물 소리를 내며
콩나물은 자랐고,
검은 보자기 밑에서 고개 숙인
콩나물의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였다.
구들목 중심에는 책임이 있었고
때론 배려가 따뜻하게 데워졌고
사랑으로 익었다.
동짓달 긴 밤,
고구마 삶아 쭉쭉 찢은 김치로
둘둘 말아먹으며 정을 배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을 맞고 싶다.
검은 광목이불 밑에
부챗살처럼 다리 펴고
방문 창호지에 난 유리 구멍에
얼핏 얼핏 날리는 눈을 보며
소복이 사랑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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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니 할머니, 부모님, 형님과 누나들, 여동생 그리고 조카까지 4대, 열식구가 넘는 식구들이 법석이던 고향집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얼굴들이 보고 싶습니다.
사람은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심신이 건강해지는 존재랍니다.
함께 밥을 먹든지,
함께 얘기 하든지,
함께 일을 하든지,
함께 잠을 자든지....
이런 것들이 안되면 자주 아프고 서글퍼져 몸과 마음에 바람이 들고 구멍이 난답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하는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당신의 따듯한 말 한마디, 미소 한모금을 건내 보십시오.
그가 마음에 쌓인 아픔을 털고 훌훌 일어날 겁니다.
삶은 짧고, 인생의 동반자들을 기쁘게 해줄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그러니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서둘러 따끈따끈한 구들장을 내어 주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고 합니다.
따끈따근한 구들목처럼
따끈한 겨울이 되셔서
늘 건행(健幸)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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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지도 살리지
지도 못하는 웬쑤 덩어리 아들편지●
시골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앞 마당에
토마도와
여러가지 채소를 심고 싶었는데 앞 마당이 너무 딱딱하여
심을 수가 없어서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썼습니다.
" 아들아 앞 마당에 토마토와 채소를 심고 싶은데
힘이 들어서 할 수가 없구나. 네가 있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얼마후 아들 답장이 왔습니다. " 아버지
우리 마당
땅을 파면 안돼요. 거기에 시체 있어요. "
교도소의 편지 검열관은 편지 내용을 경찰에 연락했고
그 다음날 출동한 경찰은 할아버지 앞마당을
모조리 파헤쳐 시체를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시체는 없었습니다.
며칠 후 아들한테서 또 편지가,
" 아버지 이제 마당에 토마도와 채소를 심어도 될 거예요.
지금 이곳에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아버지사랑해요" 울어야 하나
웃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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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불효교(孝不孝橋)
뼈대있는 가문이라하여
어린 나이에 시집왔더니
초가 삼간에 화전밭
몇 마지기가 전재산이었다.
정신없이 시집살이하는 중에도
아이는 가졌다.
부엌일에 농사일하랴, 길쌈 삼으랴, 저녁 설거지는
하는 둥 마는 둥 파김치가 돼 안방에 고꾸라져 누우면,
신랑이 치마를 올리는지
고쟁이를 내리는지
비몽사몽 간에 일을 치른 모양이다.
아들 여섯 낳고 시부모 상 치르고
또 아이 하나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때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백약이 무효, 덜컥 저 세상으로 가 버렸다.
유복자 막내 아들을 낳고
유씨댁이 살아 가기는 더 바빠졌다.
혼자서 아들 일곱을 키우느라
낮엔 농사일, 밤이면 삯바느질로
십여년을 꿈같이 보내고 나니
아들 녀석 일곱이 쑥쑥 자랐다.
열여섯 큰 아들이
“어머니! 이젠 손에 흙 묻히지 마세요” 하며
집안 농사일을 시원시원하게 해치우고,
둘째는 심마니를 따라 다니며
약초를 캐고 가끔씩 산삼도 캐 쏠쏠하게 돈벌이를 하고,
셋째는 형들이 등을 떠밀어
서당에 다니게 됐다.
일곱 아들이 효자라
맛있는 걸 사다 제 어미에게 드리고
농사는 물론 부엌일도
손끝 하나 못 움직이게 했다.
살림은 늘어나고 일을 하지 않으니 유씨댁은 몇달 만에 새 사람이 됐다.
새까맣던 얼굴이 박꽃처럼 훤해지고 나무 뿌리 같던 손이 비단결처럼 고와졌다.
문제는 밤이 길어진 것이다.
베개를 부둥켜 안아봐도,
허벅지를 꼬집어 봐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씨댁은 바람이 났다.
범골 외딴집에 혼자 사는
홀아비 사냥꾼과 눈이 맞았다.
농익은 40대 후반 유씨댁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깊은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일곱 형제가 잠이 들면
유씨댁은 살며시 집을 나와
산허리를 돌아 범골로 갔다.
어느 날 사경녘에 온몸이 물에 젖은 유씨댁이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 왔다.
개울을 건너다 넘어져 발을 삔 것이다.
일곱 아들은 제 어미 발이 삐었다고 약방에 가서 고약을 사오고
쇠다리 뼈를 사다 고아 봉양을 다했다.
며칠 후 유씨댁은 발의 부기가 빠지고 걸을 수 있게 되자
또다시 아들 일곱이 잠든 후 집을 빠져나와 범골로 향했다,
유씨댁은 깜짝 놀랐다.
개울에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
일곱 아들의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효불효교(孝不孝橋)라 불렀다.
이승에 있는 어미에게는 효요,
저승에 있는 아비에게는 불효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신라시대의 다리(경상북도 사적 제 457호 지정)이다.
일명 칠성교로 불리기도 한다.
요즈음 자식들은 우리들에게
무슨 다리를 놓아 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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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 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김소엽시인의 [이른 봄의 서정]이었습니다---
0,오늘은 마음에 눈이 내리는 그런 날이에요(이근대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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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구 들 목 ( 시인 박남규)//자연의 무서운힘
//●죽이지도 살리지 지도 못하는 웬쑤 덩어리 아들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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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무대도 객석도 눈물 바다 (아버지가 절로 생각 나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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