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9. 흙날. 날씨: 포근하다.
아침 걷기ㅡ아침밥ㅡ냉이 캐기ㅡ축구 한 판ㅡ회 뜨기ㅡ점심ㅡ진도향토문화회관 공연 관람(1, 2, 3학년), 세월호 순례단 참여하기(4, 5, 6학년)ㅡ붕어빵 먹기ㅡ회 뜨기ㅡ자유놀이ㅡ저녁밥, 회 먹기ㅡ마침회ㅡ밤탐험ㅡ밤참ㅡ교사마침회
[초장을 손가락에 묻혀 먹으니 회 맛이 나요.]
새벽 5시 30분부터 일어난 어린이들 때문에 자꾸 잠을 깬다. 7시 30분이 일어나는 시간인데 저렇게 일찍 일어날까. 아침걷기는 현서할머니댁 아침 인사 간다. 어제 밤늦게 왔더니 왔다며 아는 체를 해주는 어린이들이다.
“어 선생님 왔네요.”
그러면서 어제 큰 일이 있었다고 준다, 전자레인지에 수건을 넣고 돌려서 불이 날 뻔 했다고 한다. 자연속학교 첫 날부터 모두가 놀라는 일이 일어난 게다.
현서 할머니가 활짝 웃으시면 어린이들을 맞아주신다. 건강하셔서 참 좋다. 추운 날 아침 인사 왔다고, 건강하게 공부 잘 하라는 부탁 말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신다. 7일 동안 아침 인사를 드릴 때마다 아이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실 것이다.
아침밥을 먹고 쉬다 아침 공부로 냉이를 캐러 간다. 겨울 자연속학교를 처음 온 2학년 건규는 냉이 캐기에 관심이 많다. 찬 바람을 맞으며 들고간 소쿠리에 냉이를 가득 캐왔다. 냉이 된장국도 끓이고 냉이지짐도 만들어먹겠다. 밥 먹을 때까지 모두 모여 축구를 한 판 했다. 붕어빵을 걸고 선생 편과 어린이 편으로 나눠 한다. 어린이들 기세가 대단하지만 선생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김우정 선생이 수비를 아주 잘해서 어린이들이 쩔쩔 맨다. 8점까지 선생들이 내버려 어린이들 원성이 자자하지만 봐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선생들도 봐주지 않고 한다. 첫 날부터 붕어빵 안기고 싶지 않는 것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8대 2쯤 됐을 때 자연산 물고기를 가득 가져온 어른들을 도와 회를 뜨러 식당에 갔다. 식당에서는 아버지들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느라 애를 먹고 있다. 전복 양식하는 분이 현서아버지 아는 분인데 그물에 잡힌 자연산 물고기를 싸게 파시곤 해서 해마다 진도 자연속학교에서 자연산 회를 실컷 먹곤 했다. 이번에는 현서아버지가 더 많은 양의 물고기를 사왔다. 농어와 돔, 숭어가 한 광주리 가득이다. 보통 때보다 두 배 많은 양이다. 회 뜨는데 익숙하지 않는 아버지들에게 먼저 피를 뺀 뒤 손질을 해서 물기를 닦고, 회를 뜨는 차례를 말해주니 작업 속도가 붙는다. 돔을 먼저 손질하고, 농어, 숭어 차례다. 살이 탄탄하니 좋다. 손질을 마치고 감성돔 회를 뜨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손질하고 회 뜨는데 두 시간 반이 걸렸는데도 반 정도 밖에 못 떴다. 오후 활동 때문에 숙성시킨 뒤 다시 뜨기로 했다.
낮 공부는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이 따로 하는 공부다. 4, 5, 6학년은 인천에서 진도까지 걸어온 세월호 순례단과 만나 함께 걷기로 하고, 1, 2, 3학년은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토요예술공연을 보러 간다. 해마다 보는 공연이지만 일 년에 한 번 진도에 왔을 때 보는 것이고 공연도 해마다 조금씩 다르니 볼만 하다. 맑은샘을 다닌 다경태인이 아버지가 김장하러 광주에 왔다가 진도에 와서 반갑다. 동규어머니도 왔다. 서연이와 허아람 선생이 추첨 선물로 검은 쌀과 울금차를 받아 모두 기분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을 사서 아이들에게 안겼다. 선생들이 축구에서 이겼으니 선생들만 먹으면 되는데 진짜 그럴 수는 없으니 모두 하나씩 먹는다. 어린이들 붕어빵 찬가가 시작된다.
푸르미체험관으로 돌아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쉬는 동안, 식당에서 못 뜬 회를 떴다. 좋은 회 칼을 찾아서 속도가 붙는다. 농어를 혼자서 거의 다 뜰 때쯤 부모자원교사로 온 엄익복 선생과 장형근 선생이 와서 같이 회를 떴다. 한 시간 반 넘게 줄곧 서서 회를 뜨니 다리가 아프다. 숭어까지 다 뜨니 양이 엄청나다. 저녁밥과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모둠마다 한 접시씩 많은 양을 담아낸다. 아이들이 정말 잘 먹는다. 숙성까지 되어서 회가 찰지다. 윤태가 한 말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초장을 손가락에 묻혀 먹으니 회 맛이 나요.”
회랑 저녁을 맛있게 먹고 쉰 뒤 7시 30분 마침회를 하고 8시부터 밤 탐험을 한다. 운동장에서 이어달리기와 문제해결이 섞인 몸놀이를 하는데 두 모둠 차이가 달리기에서 워낙 크다. 그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게 세 번 있는 문제 해결이다. 다섯 번째 주자가 부모자원교사를 찾아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크게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마지막 주자에서 비슷하게 해주려고 밤참 준비를 하는 부모자원교사들에게 갔다. 사정을 말하고 마지막 주자를 조금 길게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으니, 마지막 주자로 온 지안이가 고맙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그 사이 상대편 마지막 주자 한주는 인웅 어머니에게 물을 떠다줘서 고맙다는 말을 바로 들어 역전을 하게 돼버렸다. 그냥 놔뒀으면 지안이네 모둠이 빨랐을 것이다. 잠깐 지체만 하려는 게 거꾸로 되버려 모두 놀랬다. 아쉬운 마음은 밤탐험 뒤 먹는 밤참으로 모두 날려버린다. 부모자원교사들이 전복과 삼겹살을 구워주셔서 내놓으니 아이들이 신이 났다. 입이 호강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