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반겨주고 가슴설레는
지리산 둘레길!(4보)
출발전 산청, 하동 구례 곳곳에 비소식이 있는 가운데 출입통제기간이 끝나는 3월
초하루 야구, 태 권도, 골프, 등산, 둘레길, 저전거등으로
단련된 의기 투합한 6명이 산청으로 출발하였다. 본격적인 둘레길
도보에 앞서 들른 산청군 덕산(사리)은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을 보냈던 곳으로, 덕산 서원과 산천재등 선생들의 유적들이 남아있고, 조선조 실천적 학문의 대가로 이곳에서 양성한 후학들은 나라의 위기때에 큰 역할을 해냈다.잠시 들러 옛
선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를 갖고, 부페점심으로 배를 든든히 한 후 위태(9.7km 4시간)로 향한 도보길은 시작되었다.
지리산 골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모인 천평마을 곶감 공판장옆으로 흐르는 덕천강을 지나, 작은 계곡과 저수지, 보송보송한 대나무 숲길을 오르내리는 길은 정말
아기자기했다. 산청과 하동의
군계인 중태재를 넘어 조금 이른시간에 정돌이네 민박에 도착하였다. 지난번 혼자 산행시 길을 잃어 고생한 후 묵었던 팬션을 마다하고 굳이 민박을 택한 이유는 정돌이의 안내
기대였는데, 그 후 개를 함부로 풀어놓는 경우 벌금제도(일십만원)가 생겨, 기대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정돌이 또한
최근 행방불명된 상태라 안타까운 마음이었으나, 정월 대보름을 맞아 각종 나물로 마련한 웰빙 저녁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 도가술로 세상사를 나는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우중에 산 정상까지
안내해준 정돌이를 생각하며 보신탕까지 끊은 본인으로서는 더욱 마음이 아팠고, 많은 자랑을 한 친구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을 먹은후 3개의 고개를 넘어 하동호(11.5km 4시간)까지 가는 코스에 접어들어 지네재를 넘어 궁항마을을 지나는데 백구 한마리가 난데없이 앞쪽에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엊저녁 민박집으로 사진을 찍어 보낸후 정돌이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꼬리 모양이 다르며, 정돌이를 흉내내는
개로 판명되었다.육포를 받아 먹으며 한참을 앞서가며 화장실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는 양이터재까지 안내하고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지리산을 사이에두고 흐르는 물들이 북쪽은 낙동강이고, 위태-하동호 구간은 섬진강 수계권인 지리산 남쪽을 걷는길이다. 다양한 들꽃들과
편백나무, 대나무숲과 작은 계곡들이 어우러진 이 구간은 2015년
산림청에서 인증한 아름다운 숲길에 선정된 길이기도 하며, 휴대폰이 잘 안되는 지역으로 오롯이 자연의
소리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발걸음을 옮겨보는 길이다.
나본마을 대나무숲을 따라 내려오며 바라보던 탁트인 하동호의 정경이 한없이 아름다왔으며, 하동호 끝자락에 위치한
유일한 유천식당에서 옻닭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삼화실(9.4km 4시간)로 가는 12코스로 접어들었다. 쯤해서는 팀을
이끌어주는 선두권이 생기고, 장승모양의 이정목, 바닥이정표, 리본등을 확인하는 안목과 비상앱까지 설치하여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어졌다.
평촌마을의 평지길을 지나 관점마을의 돌다리, 하존티,상존티 마을을 거쳐 산골마을 아이들이 학교를 다녔던 존티재를 넘는다. 기분좋은 솔숲길인
존티재를 천천히 오르다보니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부부장송이 일행을 익살스럽게 맞아준다. 목적지인 삼화실 산도리 민박(9.4km 4시간)에 도착, 자식들의
고향방문때 사용하려고 지은 방가로형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동네 이장을 겸하고 있는 주인부부의 자부심에
넘친 끝없는 자식자랑과 두루치기를 비롯한 대보름 음식과 토속주로 즐거운 식사와, 세상사를 나누던중 살아생전에 친한친구들과 지인들을 모시고 장례식을 미리 치른다는 희국 친구의 얘기는 여러가지지로 음미할 만한 부분이 많았다. 바둑삼매경에 빠져 대작도,말친구도 제대로 못해줘 삐칠뻔한 윤규친구한테는 미안했구려.다행히 어제보다 나아진
숙박여건에 친구들도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셋째날, 조기와 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식사후 하동터미널로 주인차와
택시로 이동하였다. 지난 번 하동에서 구례 송정까지의
네 코스가, 밤도 줍고 홍시도 주워먹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지리산 중턱을 오르내리는 워낙 난코스라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과 악양들판을 차창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리산아래 맑은계곡인 화개까지 버스로
이동후, 다시 택시로 출발지인 구례-동정마을까지 이동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운 좋게도 시간
낭비없이 척척 연결되어 9시전에 송정마을을 출발, 약1km의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완만하고 숲길이 많은 편이라 걷기에는 너무 좋았다.
전북 진안의
데미샘을 발원지로 남녁의 花信이 가장 먼저 당도하는 섬진강을 보면서, 농도, 임도, 편백나무 숲길등 다채로은 길을 걸던 중, 산불로 깊게 데이고, 다친 지리산의 상처는 더욱 가슴 아팠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생각하게 하는 길이었다. 파도마을, 솔까끔마을 등 정겨운 동네를 지나 드디어 오미마을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 고택중
두번째로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고, 조선 후기 양반가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남한의 3대 길지로
꼽히는 운조루와, 대대로 소장해온 운조루유물 전시관을 차례로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낙안 부사였던 대구 출생의 류이주가 설계하고,
1782년 완성한 品자 모양의 고택안에는" 他人能解 (타인능해) " (누구나 열 수 있는 나눔쌀둑) 라는 글씨가 새겨진 유명한 뒤주가
하나 있는데, 두가마니 닷되의 쌀을 담아 배고픈 사람들은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의 쌀을 가져갈 수 있으며, 1년 수확량의 20%를 베풀었다고 한다. 동학, 여순사건,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운조루가 건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나눔 즉 타인능해의 정신 때문일 것이다.오늘날 극단적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하겠다.
관람을 마친 후 인근 한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떼우고 17코스인 방광(12.3km 4시간) 까지의 오후 도보길이 시작되었다. 발가락이 다소
불편한 재기와 알러지 증상을 보인 탁중이는 응급조치를 위해 약국으로 가고, 나머지 4명으로 저수지를 품고, 넓은 들을 바라보는 아늑한 하사마을과, 당물샘을 먹어 장수마을로 유명한 상사마을 차밭을 지나 마을 산책길, 솔품길
등 지리산과 섬진강의 기운을 받아 정답게 살아가는 7개마을 농로와 숲길을 다소 빠른 속도로 계속 걸은
덕분에 어둠이 내릴 즈음 방광마을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산서 올라온
서면 아카데미원장 종옥 한량과, 여포 상수가 합류하여 파전, 도토리묵,
재첩국, 산수유 막걸리와, 부산서 직장생활을
한 식당 여주인의 배려 덕분에 노래, 춤으로 멋진 여흥시간을 가졌다.
마지막날 아침은 주인의 깊은 배려로 명태해장국, 숭늉 등으로 속을 풀고, 어제 만났던 해병대출신 산행팀의 자세한 안내로 마지막 목적지인 산동(13km
5시간)으로 향했다. 힘든 산행중에도
동네 어귀에 있는 소원 바위에 외손주의 쾌차를 빌어준 친구들 고맙다(서울 도착 후 이틀뒤 퇴원) 방광마을은 들가운데
형성된 마을로 돌담대와 마을길이 이어지며,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마을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었다.
다음코스 진입로를
찾아 완만한 오름길을 지나, 현대적 조형미가 느껴지는 건축물들과 갤러리, 정원 등 예술인마을을 구경한후 곧이어 구례들판을
내려다보는 전망좋은 난동마을 소나무 숲을 지나 꾸준히 임도를 오르면서 생태숲, 구례 수목원으로 구성된
숲길을 만났는데,2000년 산불이 났던 장소로 다양한 숲길로 조성되어 있었다. 계속 걸어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삼층 석탑이 있는탑동마을을 지나 목적지인 산동마을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우려와는 달리
최적의 쾌청한 날씨속에서, 3박4일간 70여 km의 지리산 둘레길 도보산행은 마무리되었다. 비록 꽃은 없지만 호젓한 지금이 고요한 초봄을 느끼기엔 더 좋았다. 구례로 이동하여
유명한 순대국밥 집에서 막걸리로 하산주를 대신하고,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당구시합으로 우정을 다진
숨가쁜 일정이었다. 혼자 걸어본 사람은 알것이다. 풍광보다는
길 찾기에 더 바쁘다는 것을.
그러나 이번에는
무지외반증, 척추협착증, 다친허리 등 장거리를 걷기에는 다소
불편한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재기, 민성, 탁중친구, 또
회사일정 등을 조정하면서 기꺼이 동참한 윤규, 희국
동기들 덕분에 남도 젖줄인 섬진강을 조망하면서 자연을 감상할 여유도 있었고, 숙박여건, 빡빡한 도보일정 등에도 한마디 불평없이 뚜벅뚜벅 동행해준 끈기와 우정에 고맙고도 행복했다. 참가 신청시 바람잡이 오해를 받은 재규동기에 대한 친구들의 원망은 더욱 없었다. 또 구례로 가는
마지막날 사철가등 판소리와 우리네 고달픈 인생을 노래한 "남자의 인생, 터미널" 등 장르를 뛰어넘는
노래 솜씨와 실패를 모르는 연예담으로 친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 부산친구들 또한 고맙기 한량없구나.
개인적으로는 두번에 걸친 나홀로 산행등을
포함 10박14일간 5개
시군, 120여개 마을을 잇는 295km 둘레길을 완주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 기회이기도 했다. 임시대장겸 총무를
맡아 친구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막걸리로 굳어진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망외의 소득도 올렸다. 다만 귀경 이틀 뒤 하동호에서 먹은 옻닭 휴유증으로 희국이가 치료중이란 소식을 듣고서야 옻닭 먹기전에
먹는 한약재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사실말고는.
굽이굽이 넘어가는
인생길과 비슷한 느낌의 지리산 종주길과 둘레길은 여러번을 찾아가도 나그네를 아낌없고, 변함없이 반겨줘 깊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리산은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키우고 보듬는 큰산이라 하지 않는가? 내친김에 정선, 평창, 강릉을 잇는 올림픽아리바우길(135km) 과 광한루원에서 현대판 춘향전도 즐길겸
판소리의 고향 남원 둘레길도 금년중에는 다시한번 걷고 싶고, 제주도에서 수출한 일본 九州 올레길산행도 곧 찾아갈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런 희망을 안겨준 지리산과 친구들 다시한번 고맙다!!
첫댓글 하대장의 둘레길 여행담이 참 구수하고 정겹소. 덕분에 3박4일의 산행모습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다음 둘레길이 기대됩니다. 특히 이번에 먼길을 친구보러 달려와 준 부산의 종옥친구와 상수친구 고맙고 반가웠소.
처음이라댓글되는지?테스트
하대장은좀못미더웠으나~박재규가간다길래~그렇다면됐다싶어신청했는데~어랍쇼바람만잡고~ㅋ
그런데가보니멤버도최고!하대장준비도최고~혹실수할까~그좋아하던~술도참고,완전이미지변경에성공했네~^^
종옥군과상수군도깜짝참가!!
다들누굴믿고왔는지?눈을의심했는데지리산좋은공기와친구들!정말가길잘했다고생각이네
하대장추진하면이젠믿고가도될듯하니~구슈올레길도따라갈생각이요^^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맛있는공기
보드라운 지리의 속살을 가슴시리게 느끼게
해준 산행이었습니다, 멀리서 달려와준 종옥,
여포, 함께한 친구들과의 우정들이 어울어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태용친구의 유려한
주선이 돋보인 다시가고싶은 산행이었습니다.
신민성
하대장은 3박4일의 고된 여정에서도 고스톱이든, 바둑이든, 음주든, 구례식당 주모와의 가무까지 끼지 않는데가 없이 바빳을텐데 지나온 마을 숫자까지 기억해 두셨소? 문장력도 우수하네. 무엇보다 무던한 친구들과의 고된 행군속에서 종옥과 상수의 깜작 동행까지 곁들인 다양한 프로그램에 기억도 오래 갈 것 같아. 한국의 모순된 역사를 한 몸으로 겪으신 희국 부친 예기도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대단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