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소개
“신나게 뛰어놀 자유를 빼앗긴 날,
나무는… 의자가 되었다.”
사라지는 아이들, 그들이 보내는 소리 없는 외침
어른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통제와 지시라고 여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통제와 지시는 “모든 건 너를 위해서야.”라는 명백한 이유를 동반하지요. 하지만 자유롭게 뛰놀며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일 수 있습니다.
집 앞 공원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나무는 오늘도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돌아왔어요.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와?”, “학원 숙제 또 안 했지?”라고 잔소리를 하며 방에 들어가 숙제를 하라고 했어요. 책상 앞에 앉은 나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연필을 들었어요. 눈물이 툭툭 떨어졌고 눈물 때문에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지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무는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나무는 의자로 변해 버렸어요. 엄마는 의자로 변해 버린 나무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무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바로 나무가 가장 좋아하던 숲속에서였어요.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엄마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아이의 굳었던 마음과 몸이 풀리고, 곧 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생명력을 뿜으며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이 보내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서툴고 더딘 성장의 순간 순간을 응원해 주세요! 언젠가는 각자의 속도로 단단한 나무로 자라날 테니까요.
“우리가 나무랑 같이 놀아도 될까요?”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시간을 돌려 주세요.
나무에게는 가만히 앉아서 오랫동안 공부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베베 꼬이고 힘들어서 잠깐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오지만 엄마에게 들켜 혼이 날 뿐, 다시 자리에 앉은 나무는 서러워 눈물을 흘리다가 그 자리에서 의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의자로 변한 나무를 보고 놀란 엄마는 나무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어 보고 의자 가게에도 가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엄마가 나무의 생김새와 특징들을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가 의자로 변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지요. 절망에 빠져 무작정 걷던 엄마가 향한 곳은 나무가 좋아하던 짚 앞 작은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랐어요. 아이들은 반갑게 우르르 몰려와서 말을 건네고, 의자로 변해 버린 나무를 보고는 깜짝 놀라지만, 금세 활짝 웃으며 나무와 함께 공원에서 즐겁게 놀이를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는 나무가 더욱 그리워졌어요. 공원에서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난 뒤 나무는 자연스럽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제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는 것, 그 뿐이었지요. 이처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시간과 세상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어른들의 눈에는 하찮아 보이고, 때로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보일지라도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것이지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때, 나무는 의자가 아닌, 숲이 되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거예요.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는 어른, 그리고 세상이 되길 꿈꿔 봅니다.
“같이 별을 바라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어느새 딱딱해진 엄마와 아이 사이를 녹여 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
엄마의 잔소리에는 아이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과는 달리, 엄마의 잔소리는 비수가 되어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로 인해 아이와 엄마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무는 공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늘 엄마는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하라”고 했지요. 나무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잔소리가 나무를 의자로 만들어 버린 것을 알고 엄마는 깊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의자로 변해 버린 나무를 안고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헤매던 엄마는, 비로소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나무의 머리 색, 등에 있는 까만 점과 나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오늘처럼 나무를 꼭 안아 준 게 언제였는지까지 말이지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아이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고 나무와 엄마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흠뻑 맞게 되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며 오랜만에 나무를 꼭 끌어안고 단둘이 보내는 시간 속에서 엄마는 그동안 놓치고 있던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같이 별을 바라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라는 엄마의 진심어린 말은 마법을 푸는 열쇠가 됩니다. 나무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나무는 전혀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달려와 꽉 안기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흑과 백의 대비로 그려 낸 우리 안의 감정들을 만나다
《나무가 사라진 날》은 어느 날 아이가 의자로 변해 버리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통제와 억압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판타지적인 소재를 택했습니다. 그림은 연필과 목탄을 주 재료로 선택하여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엄마와 아이의 감정의 변화를 그려 냈습니다. 의자로 변한 나무를 보고 깊은 충격에 빠진 엄마의 공간은 먹색 배경으로 거칠게 표현하고, 엄마와 나무와 함께 밤하늘을 보는 장면은 먹색을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하여 인물의 감정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성장’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나무’라는 설정에 잘 어울리는 녹색을 다양하게 변형하며 사용했는데,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은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새싹을 떠올리게 하는 연두색을, 어른들은 짙은 녹색과 갈색을 써서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도록 하였습니다. 또 엄마와 나무 옆을 지키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도 한 마리 등장합니다. 익살스런 표정을 짓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힌트를 주기도 하는 이 고양이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이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나무를 쫓아서, 혹은 귀여운 고양이를 쫓아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잠시 잊고 있던 아이의 진짜 모습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아이와 함께했던 순간들같은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저자 및 역자소개
신민재 (지은이)
회화와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지금까지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쓰고 그린 책으로 《안녕, 외톨이》, 《언니는 돼지야》가 있고, 그린 책으로 《또 잘못 뽑은 반장》,《가을이네 장 담그기》, 《얘들아, 학교 가자!》, 《눈 다래끼 팔아요》, 《처음 가진 열쇠》 등이 있다.
최근작 : <나무가 사라진 날>,<언니는 돼지야>,<안녕, 외톨이> … 총 124종 (모두보기)
신민재(지은이)의 말
책상에 억지로 앉아 있을 때,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무언가로 변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마음을 도닥여 주는 한 마디만 있었다면 그날 저녁이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의 기억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답니다. 누군가 여러분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