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초보단계에서 흔히 하는 질문입니다.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러나 일단 신앙세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어쩌면 그 단계를 지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신의 존재여부를 묻는 것은 믿기 전에 있는 일입니다. 그 답을 모른다면 신앙이 생길 수 없습니다. 일단 있다고 가정이라도 해야 신앙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때때로 자문하기도 하는 사항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출발은 존재의 긍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야 ‘신앙’이란 말이 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험입니다. 믿기는 하는데 추상적입니다. 뭘,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어렵습니다. 남이 가르쳐주어도, 본인이 자문자답해보아도 쉽지 않습니다.
성경에도 말씀하고 있지만 믿음은 그야말로 선물입니다.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복이지요. 맞습니다. 선물을 아무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받는 것도 아닙니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기념품이 아닙니다. 대단한 믿음도 있고 그렁저렁 지내는 믿음도 있습니다. 선물이란 것이 그렇지요. 비싸고 귀한 것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비싼 것도 싸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것도 귀하게 다루는 사람도 있습니다. 믿음도 그렇습니다. 물론 결과도 다릅니다. 어떻게 무엇으로 나타날까요? 어쩌면 선물을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평범해도 귀하게 다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
백년전쟁이 이어지던 15세기 프랑스의 거의 반은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황태자는 왕위를 계승하고 싶으나 그만한 국력이 없습니다. 영국과의 전쟁 중이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 때 이제 겨우 17세의 소녀가 신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만나줄 것을 청합니다. 몇 번 청이 들어오는 것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직접 찾아오겠다는 전갈을 받습니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일단 맞기로 합니다. 그러나 과연 신의 사자인지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허름한 시골 처녀입니다. 무시하는 궁중 사람들을 지나며 왕의 보좌 앞으로 다가갑니다. 왕의 차림을 하고 있지만 왕이 아닙니다. 그가 착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참 황태자를 찾아내 단독접견을 청합니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대신들 때문에 처녀 확인검사까지 당합니다. 모두 통과한 ‘잔’에게 요구한 대로 군사와 보급품을 맡깁니다. 그리고 전장으로 나갑니다. 전투 중인 장수들이 기꺼워할 리가 없습니다. 전쟁을 해보지도 않은, 남자도 아닌 기껏 십대 소녀일 뿐입니다. 뭘 믿고 그 지시를 받고 따르겠습니까? 그러나 자신이 마련한 기를 들고는 앞장서 전장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 모습을 본 군사들이 용기를 내어 함성을 지르며 적진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리고 상상 외로 승리를 합니다. 매번 밀려나기만 하던 전투였고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군사들조차도 기대하지 못했던 얼마만의 승리인지 모릅니다. 모두 기뻐하며 다음 전투를 준비합니다.
적군의 성을 공략하는 중 뜻하지 않게 잔이 적의 화살공격을 당하여 큰 부상을 입습니다. 급히 후퇴를 하고 잔의 상태를 지켜봅니다. 화살을 함부로 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잔이 스스로 화살을 뺍니다. 그리고 기절을 합니다. 부랴부랴 의사가 달려옵니다. 둘러있는 장수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봅니다. 어찌 될까요? 자고 있는데요.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기대 이상의 승리를 이루어가며 황태자는 그렇게 원했던 대관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드디어 프랑스 왕으로 정식 등극한 것입니다. 사실 잔의 공로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프랑스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고작 글도 모르는 무식한 시골처녀입니다. 그런데 백성의 칭송을 홀로 받는 듯싶습니다.
이제 프랑스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좀 무리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완전한 승리로 모든 것이 끝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시도 받았습니다. 왕을 재촉합니다. 왕도 동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지요. 주변 대신들이 기꺼이 응하지 않습니다. 이제 대관식 목적도 달성하였으니 서두를 것도 없고 구태여 소비하며 전쟁을 치를 것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언제까지 어린 여자의 지시를 따를 것이냐는 것이지요. 전쟁터로 나간 잔은 왕의 지원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왕이 지원해줄 것을 확신하고 전쟁에 임하였습니다. 사람은 흔히 신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잘나고 능력이 있고 추앙을 받는다 해도 100% 따라주지는 않습니다. 양지 옆에는 늘 그늘도 생기는 법입니다. 구해주려는 사람도 있지만 오랜 전쟁에 다들 지쳐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국군에게 팔립니다. 스물도 안 된 어린 소녀를 적장으로 취급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놓아줄 수도 없고 결국 신을 빙자한 ‘마녀’로 둔갑시켜 재판에 올립니다. 신이 네게 임한 증거가 무엇이냐? 교권을 잡고 있는 교회의 실세들이 마구 공격을 합니다. 대답이 석연치 않고 오히려 교회와 교권을 무시한다고 여깁니다. 결국 화형에 처합니다. 영화 ‘잔 다르크’(The Messenger : The Story of Joan of Arc)를 보았습니다. 1999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