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좋은 게 있다면 뭘까요? 묘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나요? 반대로 사랑을 빌미로 돈을 얻을 수는 없나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교과서 같은 대답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 속에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요지경 세상이니까요. 예전에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사랑에 허기진 부자과부를 만나면 돈방석에 앉는다고요. 또 부잣집 딸과 결혼하면부자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랑 잘 만나도 마찬가지고요. 그런가 하면 부자라면 상대를 선택하는데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사랑을 생성할 만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맘껏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돈과 사랑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질문한다면 대부분은 일단 돈을 먼저 택할 것입니다. 그가 지금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시작부터 가난을 택할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모자란 사람이지요. 사실 돈이 없다면 사랑을 하기도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흔히 하는 말 ‘엔포’가 그것을 뜻하는 것 아닙니까? 경제력이 없으면 연애도 힘들고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요. 그러니 일단 여유자금을 가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면 세상 무서운 것이 없고 어떤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사랑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지요. 빈 주머니 가지고 감히 연애할 생각이 나겠습니까?
움직이면 돈이 듭니다. 마냥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굶어가면서 사랑놀이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요즘 차 한 잔 마시려 해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연애를 기피하는 모양입니다. 딱하지요. 아무튼 세상 살아감에 돈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누구든 많을수록 좋아합니다. 돈은 너무 많아서 걱정하는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돈이 많은 사람들의 신이 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경험하기도 합니다. 막힌 길이 열리기도 하고 안 되던 일도 해결됩니다. 사람들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도 부드럽게 변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도 척척 해냅니다. 요물이지요.
전후 제대하고 돌아온 ‘어니스트’는 삼촌이 거하는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삼촌 ‘헤일’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언어까지 구사하면서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곳 인디언들은 이전에 백인들에게 쫓겨나서 그곳으로 이주해왔지만 어느 날 그 지역에서 기름이 솟구쳐 나오는 덕에 부자가 됩니다. 얕잡아보던 백인들이 오히려 인디언들의 시중을 드는 격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기름 회사들이 들어서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이 들어옵니다. 얼마 안 되는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상전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속에서 백인들이 가만있겠는가 말입니다.
어니스트는 삼촌이 내준 차로 택시운전을 합니다. 그리고 인디언 여자 ‘몰리’를 알게 됩니다. 삼촌 헤일이 조언합니다. 몰리의 집안이 대단한 부자라고. 그러니 관계를 잘 맺게 되면 덕을 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나저나 어니스트와 몰리는 사랑에 빠집니다. 결국 결혼까지 하고 아이들도 낳아 기릅니다. 어니스트는 돈에 맛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삼촌의 적극 조력자가 됩니다. 몰리의 집안을 넘겨받을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되는 일입니까? 한 집안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상속인이 됩니다. 그런데 그 주변에 상속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독차지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주변 관계되는 가족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몰리의 엄마가 죽고 다음으로 언니가 죽고 이어 동생도 죽습니다. 병으로 또는 알코올중독 등등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몰리마저 당뇨병에 걸려 허약해지고 있습니다. 비싸게 약을 구해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처리하는데 어니스트가 개입된 것이 드러납니다. 사실 큰 죄책감도 없이 삼촌의 말만 따라하면서 끌려들어간 셈입니다. 그러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갈등합니다. 이게 옳은 일인가 그거죠. 결국 이 모든 일에 삼촌이 개입되어 있음을 증언하기로 합니다. 삼촌의 협박, 회유도 소용없게 됩니다. 더구나 몰리의 약에도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맥이 풀립니다.
악은 악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악은 선의 가면을 쓰고 활동합니다. 사람들은 그 가면을 진실로 보며 따라갑니다. 환호하고 지지합니다. 얼마나 가증한가요? 그것이 악의 참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분간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겉으로 나타나는 선을 보며 손뼉을 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노동 없는 횡재가 얼마나 위험한 복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인디언 족장은 앞을 내다보며 걱정합니다. 우리 씨가 소멸하고 있다. 부를 탐내어 인디언과 결혼합니다. 부도 사라지고 씨도 사라집니다. 자유로운 총기 소지는 지금도 말썽이지만 그들의 문화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 대가를 계속 치르고 있습니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을 모았습니다. ‘꽃을 죽이는 달’ 인디언들이 키가 큰 나무들의 그늘이 작은 나무들을 숨막히게 하여 죽인다고 5월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첫댓글 돈은 요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