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우물
정와연
밀려 내려온 경사를 넓혀 해안을 만든다
아직도 이곳 사람들은 지하 깊은 곳에서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간다고 믿고 있다
그 조수간만의 차이가 흰 눈을 내리게 하고
복숭아꽃을 피게 한다고 믿고 있다
자다촌의 홍염은 품격이 높다
솟아 오른 염기와 야크의 잔등을 타는 지위는 설산과 견준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를 듣게 하고
설산을 넘으면서 흔들리는 염기
그 염기가 가축의 병을 낫게 한다
산을 넘는 소금, 소금을 찾아가는 가축들의 병
야크의 잔등에 넘어오는 산
그 고갯길로 계절은 가고 다시 계절은 넘어온다
언젠가 흐르는 강의 기류와 맞바꾼 소금우물 전설로
협곡은 제 곁에 사람들을 두려고
저 소금우물은 팠다는 추측의 전설이 붙어있는 우물
복사꽃과 함께 피는 도화염은 사람이 먹고
거꾸로 솟은 소금고드름은 예물로 쓰이고 황토밭이 짙게 배인 붉은 홍염은 가축이 먹는다
기둥 밭에서 말라가는 햇빛
다랑이 바다의 조수간만은 짜게 말라간다
물지게를 견디는 여인들의 어깨는 몇 마디 다정한 티벳어가 주물러준다
신도 늙었는지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문도 들리고
상표가 붙은 바다가 몇 포대씩 흘러들지만
산을 넘어온 소식의 맛 그을린 얼굴의 맛
그 간간한 조우가 맛을 내는 맛
세계에서 가장 원시적인 소금, 어느 난창 강 여인의 말투가 배어 있는 그 맛
산의 그늘이 남긴 햇볕과 바람으로 굳어가는 자다소금
정와연
전남 화순 출생. 2013년 <부산일보>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 네팔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