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두줄 시키면 1만4000원, 배달비·수수료가 6680원
[인플레 부추기는 플랫폼]
배달앱 비용 급등하자 외식물가 도미노 상승
배민, 배달비 4개월새 90% 올려… 자영업자 70% “음식값 올리겠다”
美·유럽서도 과도한 수수료 논란, 뉴욕市 ‘최고 20% 제한’ 법 통과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유소연 기자 2022.08.22 03:28
지난 3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전반적으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후 배달비와 음식
값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세워져 있는 배민의 배달용
오토바이. /뉴시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정민씨는 얼마 전 퇴근 후 5000원짜리 김밥 두 줄을
시켜 먹으려다 포기했다. 김밥 값 1만원에 배달비 4000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다. 그는 “예전엔 2000원이나 1500원 정도 배달비 내고 먹을 수 있
었는데 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후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올리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모두 불어
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배달 앱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두 회사가 수수료를 인상하자 식당은 음식 값 인상으로 대응하
면서 연쇄적으로 외식 물가까지 오른 것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후 “배달비 90% 올랐다”
쿠팡이츠와 배민은 올해 들어 단건(單件) 배달 수수료를 일제히 올렸다.
이전까지는 배달 앱 회사에 내는 중개 수수료가 1000원, 배달 기사가 받
아가는 배달비가 5000원이었는데 중개 수수료를 매출 대비 6.8~27%로
개편하고 배달비는 최대 6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래픽=김현국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는 요금제에 따라 다른데, 배민 ‘기본형’의 경우
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부과한다. 배달비는 식당 주인이 설
정한 비율에 따라 소비자와 식당 측이 나누어 낸다.
예를 들어 김밥 1만원어치를 시켰는데 식당이 배달비 2000원, 소비자가
4000원을 내도록 식당 주인이 설정했을 경우 소비자는 사실상의 김밥
값으로 총 1만4000원을 내야 한다.
식당은 남은 배달비 2000원과 중개 수수료 680원(6.8%)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손에 남는 돈은 7320원에 그친다. 배달비는 배달 기사가, 중개 수
수료는 배달 앱 회사가 가져가는데 이 둘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 부담과
자영업자 비용이 동시에 불어나게 된다.
◇자영업자 70% “배달 수수료 오르면 음식 값에 반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말 점심 시간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배달
거리 2~3㎞ 기준) 쿠팡이츠 배달비 가운데 소비자가 내는 금액은 지
난 3월 2000원에서 지난달 3000원으로 50% 올랐다.
지난 3월 2000원이었던 배민의 단건 배달비는 지난달에 3770원으로
89% 상승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 값으로 내야 하는 돈이 이만큼
더 늘어나는 셈이다.
식당은 수수료 인상분 중 일부를 음식 값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
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엔 “배달료 인상에 어떻
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식의 글이 수백건 올라 있다.
한 파스타 가게 사장은 “배달비를 5000원으로 올려보았더니 주문이 뚝
끊기더라. 배달비를 내가 부담하는 대신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해서
대응 중”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앞에 가격 인상을 알리기 위해 새 가격을 덧댄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식재료와 인건비 상승에 배달 앱 수수
료 등 비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설문 결과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 부담
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라는 응답이 77%(복수 응답), ‘음식 가격을
(올려) 조정하겠다’는 답이 71%로 매우 높았다. 업주가 감당하겠다는
응답은 10%였다.
코로나 이후 식재료 가격 상승에 배달 수수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외식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보다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
르면 지난달 한국의 외식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4%로 소비
자물가 상승률(6.3%)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의 외식 물가 상승률(7.6%)이
전체 물가 상승률(8.5%)에 못 미치는 것과 상반된다.
◇미국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도 등장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2월 미국에서 배송료 할
인, 비디오 스트리밍 등의 혜택을 주는 ‘프라임 멤버십’ 구독료를 기존 연
119달러(약 15만9000원)에서 139달러(약 18만5700원)로 17% 인상했다.
유럽에선 이를 다음 달부터 평균 31% 올린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올해 초 미국의 '아마존 프
라임' 구독료를 인상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 유럽 지역의 구독료도
올릴 계획이다. 사진은 미 매사추세츠주의 아마존 창고에 있는 배달
트럭 모습. /AP 연합뉴스
뉴욕시는 음식 배달 앱 수수료가 매출의 30%까지 올라가는 수준으로
커지자 지난해 플랫폼이 식당에 부과하는 총 수수료율을 최고 20%로
묶어두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도어대시’ 등 배달 플랫폼 회사가 뉴욕시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