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라고 해도 우리는 사람을 함부로 살해할 수 없습니다. 법이 없던 시대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법이 생겼어도 그런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범죄입니다. 만약 범죄자라고 누구나 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고 맙니다. 도대체 범죄자의 그 범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무단 살해를 한답니까?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재판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죄의 경중을 따져서 그에 걸맞은 형량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죄를 저질렀다고 모두 죽음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파서 빵 하나 훔쳤다고 몇 년을 옥에 갇혀야 한다는 것은 너무 과한 벌입니다. 그런 모진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이민은 요즘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을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숨을 걸고 자기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들어가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고국을 버려야 하는가,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에게는 생명을 걸 수밖에 없는 긴박한 사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죽으나 살려고 발버둥 치다 죽으나 그게 그거다 싶어 그래도 도전은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설 것입니다. 아무튼 대부분 유럽에서는 붙잡아 추방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들을 살해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특수한 경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서구사회는 대부분 무기 소지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줄 알고 있습니다. 원하면 신고를 하든 안 하든 구입하여 집에 두고 있습니다. 그들 문화가 어쩌면 수렵사회에서 비롯되어 그런지도 모릅니다. 농사보다는 사냥이 주업이란 말이지요. 늘 무기를 가지고 또 사용해야 하는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데 뿐 아니라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거나 복수를 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해하게 됩니다.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남모르게 저지르고 도주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수사가 치밀하게 이루어지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사적인 복수가 흔하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우리보다는 총질을 더 잘하는 문화입니다.
아메리카 드림은 동양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지만 바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꿈인지도 모릅니다. 허술한 국경만 넘으며 자기 나라와는 다른 땅이 됩니다. 땅이야 그게 그거겠지만 사회 문화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자기 나라에서 하는 만큼 열심히 일하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벌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집니다. 그래서 감히 고향을 등지고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잘 아는 대로 불법입니다. 그것을 빌미로 몰래 인간사냥을 하는 못된 작자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지역 특성상 경계의 범위나 수사의 범위가 너무 광대합니다. 바로 그 점을 노립니다. 범법자들, 자국민도 아닌 이방인이 죽었다고 관심이나 가지겠습니까?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황야입니다. 그래서 경비도 허술할 수 있습니다. 그곳으로 넘어온다 해도 살아서 사람들이 거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니 말입니다. 그 점이 또한 불법이민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의 길입니다. 좀 어려워도 이겨내고 그 지역만 벗어나면 새로운 땅을 밟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 희망을 가지고 달려듭니다. 그리고 인간 사냥꾼에게는 그것이 또한 좋은 빌미입니다. 사람을 죽여도 알 사람도 없고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냥 들짐승을 사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사냥꾼은 불법이민자들을 퇴치하는 애국적인 행동을 한다고 자부까지 합니다. 나라도 좋고 나도 좋고, 한 마디로 신나는 일입니다.
반드시 돌아올게, 미국에 있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모세’는 다시 그 길을 도전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국경을 넘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조금 떨어져 오던 동행인들이 총격을 받습니다. 이리저리 도망하려 하지만 여지없이 한 사람씩 총격에 쓰러집니다. 멀찍이 바위 뒤에서 지켜보던 모세와 몇 명이 놀라 부리나케 그곳을 떠납니다. 문제는 이 인간사냥꾼 ‘샘’에게 무서운 개가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을 닮아 역시 사냥개입니다. 무섭게 쫓아가서 물어뜯습니다. 안내를 봐주던 사람은 그렇게 개에 물려 죽습니다. 무시무시한 죽음을 당하고 목격하면서 쉬지 않고 도망갑니다. 그 멀리서도 망원렌즈가 달린 총에 저격을 당해 쓰러집니다.
도망과 추격, 그 뜨거운 광야에서 살려고 그리고 죽이려고 기를 씁니다. 과연 아무런 무기도 없이 샘과 개를 피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얼마 전 보았던 비슷한 영화가 생각납니다. ‘도망자 2018’입니다. 경찰관의 아들이 이 인간 사냥꾼에 연루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멕시코 사람을 사냥하는 것입니다. 아직 청소년들인데 못된 것만 보고 배운 모양이지요. 보안관 출신의 의로운 한 사람이 진실을 찾아내서 바로잡는 이야기입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약점을 이용하여 인간사냥을 하는 못된 자들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디시에르토’(Desierto)를 보았습니다. 2015년 작품입니다. ‘사막’ ‘불모지’라는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