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불행은 먼저 나에게 찾아왔었다.
그걸 피해가니까 같은 종류의 또 다른 불행이 닥쳐와 그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변호사란 자격 때문에 나는 더 미련하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 바보가 되어 있었다.
한 마디 변명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정글에서는 포식자가 있는 가하면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인간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늑대인간들의 먹잇감이 된다.
처음에는 “내가 왜?” 하는 심정으로 억울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니까 점점 잘라지는 걸 느낀다.
인간마다 자기가 책임져야 할 고난의 양이 있는 것 같다.
봄부터 열심히 일한 농부가 갑자기 닥친 가을 폭풍으로 수확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의 잘못은 아니다.
지뢰밭 같은 인생을 조심하면서 살아도 갑자기 차가 와서 들이받아 죽기도 하고 평생 불구가 되는 수도 있다.
성경 속의 '욥'은 주시는 것도 하느님이고 가져가시는 것도 하느님이라고 했다.
빈손으로 나온 몸인데 빈손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양팔 벌리고 내게 닥쳐오는 고난들을 받아들이기로 있다.
악이 아니라 나름대로 선을 행하다가 오해와 핍박을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불편한 건 없다.
인생사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요즈음 나는 독특한 체험을 하다.
나를 괴롭히는 그녀가 진짜로 밉지 않다.
나의 불행을 남 탓을 돌리지 말고 잘 살라고 기도해 주고 싶다.
약간은 이기주의에서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잃은 게 아니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