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컨테이너 생활을 하는 진주(13세)와 두영(8세)이를 찾아갔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손바닥만한 공간에 싱크대와 냉장고가 놓여있고 작은 방 하나와 화장실이 딸려있다. 보일러 설치가 안 되어 있어 올해도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야한다. 찬물로 설거지해야 한다.
5년 전 형주(가명, 44세) 씨의 사업부도와 교통사고로 가족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앉았다. 형주 씨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컨테이너에 거주하며 택시운전으로 두 아이를 건사하고 있다. 컨테이너 집은 1년 365일 가스레인지 불을 켜지 않는다. 5살 두영이를 집에 두고 일을 나가있는 동안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는 걸 염려한 형주 씨가 가스 연결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라면과 찌개는 밥통에 끓여먹는다. 음식만 조리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물을 쓸 수 없어서 한겨울에는 전기밥통 2개에 물을 끓여 머리 감고 세수 한다. “우리집도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면 좋겠어요.” 쌀을 씻는 두영이 손이 차갑게 언다. 집에서 두영이는 밥을 하고 진주는 설거지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힘든 아빠를 염려해 가사를 분담했다.
형주(가명, 44세)씨는 5년 전 믿고 거래하던 사람에게 돈을 떼이고 집과 가게를 모두 차압당했다. 연매출 50억의 제법 몸집 큰 사업이었다. 10년 이상 된 거래처라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할 거라고 상상 조차 해본 적이 없다. 형주 씨는 일하는 동안 나눔 활동으로 지역 신문에 제법 이름이 오르내리던 사업가였다. “하루아침에 찾아오더군요. 집과 가게가 무너지는데 채 한 달이 안 걸렸어요.” 형주 씨는 부도 충격으로 2달간 한겨울에도 냉방에 자야할 정도로 온몸에 열이 났다고 한다. 뒤늦게 당뇨와 고지혈증, 지방간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당뇨 합병증으로 음식조차 가려 씹어야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택시 일을 하기 전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다 교통사고가 크게 나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택시를 몰다가 코피가 쏟아지면 2시간 이상 멈추지 않아요. 차를 세워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요금 받지 않고 그냥 내려드리죠. 제대로 일을 하지 못 해서 안타깝습니다.” 하루 택시회사에 124,000원 입금하는 일이 빠듯한 형주 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술과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 성실한 가장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형주 씨는 사업이 망하고 아내와 이혼했다. 지금 그에게는 진주와 두영이가 전부. 세 가족이 사는 컨테이너는 높은 지대에 위치해 마땅히 공부를 지원해줄 공부방이 없다. “진주가 형편을 아니까 학원에 보내달라는 말을 못 해요. 하지만 저는 알죠. 그 눈을 보면 왜 모르겠어요.” 아픈 몸으로 택시를 모는 40대 가장에게 나라에서 지급되는 복지 혜택은 한정되어 있다. 월 80만원 미만의 수입, 아이들에게 학원에 보내주고 싶어도 방이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도 쉽지 않다. 중학생이 된 진주는 우수했던 성적이 점차 떨어져 속이상하고 자꾸 어깨가 움츠러든다. 한글을 배울 나이에 방치되었던 두영이는 학교에 들어가 꼴찌로 한글을 떼었다. 하지만 아빠를 닮아 뭐든 열심히 한다. 지금은 반에서 중간 정도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세 가족이 생활하기에 컨테이너 방 한 칸은 무척 협소하다. 잘 먹이는 것 없어도 아빠의 사랑에 보답하듯 아이들은 쑥쑥 잘만 큰다.
형주 씨의 소원은 방이 2개인 곳으로 이사해 세 가족이 몸을 옆으로 세우지 않고 편하게 자는 일이다. 중학생 진주에게 자기 방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곧 사춘기가 시작될 중학생 진주에게 사적인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영이 가족이 올 겨울 좀더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두영이(부산 광역) 집에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들은 월드비전(☎ 02-2078-7000)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