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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춘설 속 봄마중 남도나들이
승시기 추천 0 조회 84 15.02.14 23: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모방송 프로그램 '1박2일'에 이종범선수가 나와 유명해졌다는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후 소화도 시킬겸 운천저수지 둘레를 산책했다. 학창시절 찾아봤던 곳인데 너무 변해 전혀 새로운 곳처럼 느껴졌지만 운치가 있어 좋았다)

 

지난 화요일(10일) 정오쯤 사무실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데 온 몸에 힘이 쫘악 빠지고 머리가 뽀개질 듯 아파왔다. 불청객 감기란 놈이 찾아 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감기가 제발로 걸어온 게 아니라 내가 불러들인 셈이다. 왜냐하면 60 중반을 향해 가는데 이팔청춘인 줄 알고 분수도 모르고 나댔으니 정상이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담양과 광주 쪽에서 춘설속을 싸돌아 다녔고, 월요일 낮에는 동네 친목모임인 이월회 회원들과 반주를 곁들여 회식을 했는가 하면 저녁 때는 옛 직장 입사동기들과 서울 교대역에서 술을 퍼댔다. 게다가 저녁모임에 참석하느라 사당행 버스를 탔는데 때아닌 눈으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남태령 고개를 기다시피 하는 통에 중간에서 내려 사당역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걸었으니 온전할 리가 없다. 화요일 반나절과 수요일 하루 종일 그리고 목요일 오전 꼬박 이틀 동안  문밖 출입을 하지 않고 뜨끈뜨끈한 물과 차로 열을 내면서 허리가 아플 정도로 누워 쉬었더니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다. 수요일엔 눈알이 빠질 듯 아팠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책을 읽기는 커녕 카톡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니 안구 건조증일 리도 없고...암튼 그 동안 강건하다고 기고만장했는데 고까짓 감기 때문에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내가 약한 존재인 줄 깨닫게 됐으니 다행아닌가. 왠만하면 감기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번에도 지켜내긴 했지만 그 또한 똥고집으로 판명될 날이 멀지않은 것같다. 확실히 약해지긴 약해진 모양이다.

 

웅지회라는 모임은 남자들이 같은 또래라는 것을 빼면 회원상호간에 공통점이 별로 없다. 출신고등학교도 다른 사람이 많고 대학도 다르고 같은 대학이라도 전공이 거의 다른 사람이 많다. 어느 회원 표현을 빌리면 '어중이 떠중이'가 모여있는데 재수시절 혹은 대학시절 알음알음으로 엮여40여년을 이어온 그 유대감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하다. 남자들끼리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부 모두 회원이 되어 부모형제 보다도 더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이번 모임 장소만 해도 광주쪽 회원 한 사람이 거동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 당사자는 모임에 참석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그 배우자도 거리가 멀면 참석할 수가 없어서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이 당초 모이기로 했던 유성에서 광주근교로 기꺼이 장소를 변경했고 번거로움도 감수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는 KTX편으로 수원과 용인에서는 고속버스를 이용해 광주역에서 11시에 만났고 광주지역 친구들이 마중을 나와 KTX팀과 고속버스팀을 픽업해 치평동 운천저수지 부근 육전 전문 '연화' 에서 남도 봄마중을 시작했다.

 

우리가 택한 메뉴는 세 가지 전과 조기매운탕이었다. 맛의 고장답게 전이든 탕이든 정말 일품이었다. 특히 옆에서 바로 지져서 내오는 육전, 피조개관자전, 굴전은 어느 것이나 다 맛있었고 매운탕은 5인분만 시켰는데도 10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내왔는데 그마저 정말 배가 터질 정도로

푸짐했다. 음식 맛만큼이나 인심이 후한 것 또한 남도의 멋이요 맛 아닌가.  두 친구네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의왕 친구는 다른 일정이 겹친데다 몸상태도 별로 좋지 않아 이번 모임 자체에 불참했고 영산포 김원장은 오후 진료를 마치고 합류했다. 또 한 친구 부부는 점심을 끝내자마자 편찮으신 어머님을 뵈러 갔다가 진료를 마친 김원장이 픽업해 숙소에서 다시 합류했다. 누가 됐건 다들 빨리 쾌차하길 빌어 본다.  

 

 

(찻집 앞 나무는 제철인 양 녹색 잎이 무성하고 빨간 열매가 매달렸는데 무슨 나무일까. 천냥금? 산사나무? 이름이야 어떻든 우중충한 날씨 속에 싱싱한 녹색을 대하니 마음도 맑아지는 듯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인증샷 하나는 날려야지. 내 가장 보배로운 인연들과 함께 정겨운 남도 땅을 걷고 있으니 어찌 웃지 않으랴. 저 뒤에 보이는 나무들이 전부 벚나무이니 꽃이 피면 볼만하겠다)

 

예약해 둔 숙소 죽녹원내 한옥 '의향당'을 향해 새로난 길을 따라 가는데 뜻밖에도 우리 고향을 지나가니 왈칵 반가움이 솟아난다. 내가 뛰어 놀던 들판 가운데 청룡마을이며 한재초등학교 교정의 천연기념물 느티나무, 불태산과 병풍산 삼인산 모두가 정겹다. 또 하나 길가에 설치된 광고판을 본 친구가 저녁식사를 그곳에서 하잔다. 잘 됐다 싶었다. 당초 저녁식사는 봉산면쪽 숯불갈비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저녁 6시는 예약을 받지 않고 와서 번호를 받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쪽 'ㅇㅇ愛'라는 집에 처가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도 거의 1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던 터라 다른 회원들에게 얘기했더니 예약한 게 아니라면 그냥 바꾸어도 괜찮겠다고 했다. 물론 그 식당들도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녁 영업시작 시각인 5시팀만 예약을 받고 나머지는 도착한 대로 번호표를 받아 대기하는 시스템인데 업소 편의를 위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숙소에 도착해 사용설명을 듣는데 군청직원이라는 여자분이 가장 젊은 오빠가 들어야 한단다. 세 방의 방문은 어떻게 여는지, 온수와 난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위를 반복해 설명하는데 특히 화장실(욕실) 온수를 쓰고 나면 반드시 난방쪽으로 스위치를 옮겨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 때문에 반드시 가장 젊은 오빠가 필요하다고 농담한 것이다. 가장 젊은 오빠는 아니지만 같은 담양 출신이고 모임의 회장을 맡은 내가 설명을 듣고 회원들에게 전달했지만 밤에 방이 좀 춥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 보니 누군가 온수를 쓰고 나서 난방쪽으로 돌려놓지 않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우리 일행을 하룻밤 따스하게 보듬어 준 담양 죽향문화체험마을내 의향당. 죽녹원을 몇 번씩 방문했으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설명을 듣는 사이 나머지는 바로 아래 1박2일 촬영지에서 죽로차 다도체험을 하고 있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도 차를 마시러 방문을 나서는데 누가 "아니 형님 여긴 왠일이세요?" 하고 반갑게 말을 건넨다. 뜻밖에도 서울에 사는 고향 탁현 후배다. 고교동창들과 이웃집에 묵는다며 저녁 때 한 번 찾아오겠단다. 정말 세상이 좁긴 좁다. 그 후배 밤에 정말 두유 한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우리도 귤 한 쟁반을 답례로 보냈다. 암튼 이웃간 정을 나눈 셈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어 놓고 가장 먼저 찾은 숙소부근 竹露茶 체험장. 주말에만 운영한다는데 감미로운 맛을 음미하며 담소를 즐겼다)

 

 

 

 

(숙소 근처 일명 이승기 연못)

 

빗방울이 듣는 등 일기가 고르지 못해 당초 계획했던 '금성산성' 산책은 뒤로 미루고 대신 죽녹원 경내를 잠시 거닐다가 백양사를 찾았다. 백양사에서 저녁식사 장소까지는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그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백양사에서는 아까 죽녹원에서 차를 마시지 못한 김원장과 그 차를 타고온 일행은 차를 마시기도 했다. 백양사 경내는 얼마 전에 내린 눈들이 녹아내려 질퍽거려 애를 먹기도 했다. 백양사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저녁식사자리로 이동했다. 그런데 한재골로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앞에서 인도하는 친구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 바람에 수북면을 거쳐 한재골로 들어갔고 덕분에 예약시각인 6시30분에 '병풍산방'에 도착했다.

 

(백양사앞 쌍계루와 백암산 백학봉, 이곳도 오래만에 찾은 곳이라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낯설었지만 정겹기만 하다)

(쌍계루 앞에서 바라 본 백양사 전경)

 

가끔 한재골에 드나들면서도 보지 못한 곳이었는데 '신선한 자연의 밥상'을 내세우며 2년 전에 문을 열었다고 했다. 장수음식 치유음식 전문점이라는데 손님이 복작대서 그런지 별 감흥은 없었다. 낮에 갔더라면 더욱 운치가 있었을 테지만 밤이라 저수지 밑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걸 느끼지 못해 아쉬었다. 우리는 참숯돼지떡갈비쌈밥과 병풍산 참꼬막정식을 반반씩 시켜 먹었는데 그런대로 맛은 괜찮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깊은 인상을 주진 못했다. 아무튼 나중에라도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  식사후 숙소로 돌아오면서 기행장(은행지점장 출신 친구를 우린 그렇게 부른다)이 두 곡을 열심히 준비했다며 노래방에 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쉬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아 포기하고 숙소 큰방에서 다과와 술을 곁들여 잠시 담소를 나누면서 반주없이 기행장의 노래를 감상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더 갈고 닦아 다음기회에 다시 솜씨를 보여주어야할 듯싶었다. 하여튼 유쾌한 잡담끝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서 너시쯤 어디서 이렇게 찬바람이 들어오느냐며 한 두 사람이 깨어나더니 TV를 켜놓고 미국 LPGA 경기 중계방송 청취에 열중했다. 외풍이 세다는 말은 핑계고 새벽잠없는 영감들 주책 아니었을까. 그러다 아차 싶어 난방스위치를 확인해보니 온수쪽으로 해 놓고 난방쪽으로 돌려 놓는 것을 잊어 먹어 방안 공기가 차가와진게 사실이었다. 누군가 챙겼어야 하는데...그러다 방안 공기가 다시 온기를 머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 둘 다시 잠이 들었고  아침 8시 넘어서야 일어났는데 밖에는 춘설이 분분했다. 눈발을 헤치며 담양온천에 다녀오니 오전 9시 30분이 지나고 말았다.

 

(저녁 식사를 한 식당, 한재골 초입 저수지 아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다니던 곳으로 감회가 새로웠지만 낮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일요일 아침 담양온천을 찾았는데 세찬 눈보라 속에서도 관광호텔이랑 그 너머 추월산은 아늑하기만 하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징조다)

 

 

갑자기 추워진데다 눈보라까지 쳐대니 아낙네들은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해 결국 오전 일정 자체를 취소하고 식사도 아점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 대신 사과 귤 딸기 따위로 요기를 했는데 전날 밤 탁현후배가 전해 준 두유도 큰 몫을 했다. 전날 점심과 저녁을 아무리 배터지게 먹었다해도 물배 채우는 걸로 끼니를 대신할 수는 없어 나와 기사장이 숙소 반대편에 있는 죽녹원 정문쪽으로 나가 호빵과 커피를 사들고 왔다. 그런데 그게 사달이 나지 않았나싶다. 기사장은 호떡을 들고 나는 커피를 양손에 들었는데 내가 맨손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양손에 들다보니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어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손가락이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 그 얼얼한 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아침 식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체크아웃한 뒤 다시 한재골로 들어가 '하늘마루'에서 차를 마실 예정이었으나 그만 틀어지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찾을 기회가 있겠지. 그러고보니 금성산성 산책, 금성면 '유진정' 오리탕 맛보기, '하늘마루'에서 차 음미하기와 행성리에서 허브찜질하기 등 다음으로 미룬 게 너무 많아 아쉽다. 

부인 병수발을 해야해서 전날밤 광주로 돌아간 나소장 사정에 맞추어 아점은 12시30분 상무지구 '옥과한우촌'에서 갖기로 하고 숙소 체크아웃을 한 후 다시 어제 왔던 길을 되짚어 광주로 향했다. 마침 덕진마을 앞에서 신호에 걸린 사이 눈발로 희미하게 보이는 삼인산을 한 컷 했다.

사람은 만나지 못했어도 오며가며 정겨운 고향 산천을 본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광주 상무지구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우리 面 덕진마을을 지나다 차창밖으로 바라 보이는 삼인산도 정겹기만 하다)

 

점심 후 서울팀은 3시45분 KTX로, 수원/용인팀은 3시30분 고속버스로 올라왔는데 우리가 남도에 내리던 눈을 끌고 왔는지 월요일 수원 우리 동네에도 소담한 춘설이 내려 앉았다.

 

(웬걸, 우리가 남도에서 눈을 몰고 왔나보다. 9일 월요일 수원 우리 동네도 하얀 눈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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