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암포항에 들어선다.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위쪽에 태안화력발전소가 있고 그 북쪽으로 소규모 반도가 울타리처럼 둘러쳐 아늑하다. 시퍼런 바다는 언제 보아도 시원하고 거칠 것 없이 확 트여서 좋다. 학암포는 톱날같이 울퉁불퉁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간만의 차가 심한 충남의 북쪽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 와보면 지도에서 느꼈던 그런 모습은 없다. 그냥 평범한 지형일 뿐이다. 학암포의 본래 지명은 분점포로 조선 시대는 중국에 질그릇을 수출하던 무역항이었다. 수십 척 무역선이 드나들며 호황을 누린 곳인데 지금은 한적하다. 앞쪽에 학처럼 생긴 바위가 지켜보고 있다. 밀물 때는 물에 잠기지만 썰물 때면 잠시 몸을 드러낸다. 이를 근거로 학암포라고 지명을 고쳤다. 태안해상국립공원의 꼭지점인 학암포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수많은 해수욕장이 줄을 서고 있다. 구례포-신두리-구름포-의항-방주골-천리포-만리포-어은돌-파도리-통개-연포-원안-몽산포-달산포-청포대-마검포-백사장-삼봉-기지포-안면-두여-밧개-방포-꽃지-샛별-장삼-장돌-바람아래가 있다. 대분점도가 육지와 연결되면서 해변이 안채와 바깥채 둘로 나뉘게 되었다. 대분점도 바닷길은 처음부터 해안절벽의 바위지대로 예사롭지 않은 풍광을 만들어 내는 훈련장을 방불케 한다. 가까스로 돌아서 나오며 건너편 소분점도에 가야한다. 오늘이 물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는 사리다. 서서히 들물로 바뀌었나 보다. 길은 활짝 열리고 바위마다 굴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굴집이다. 어찌나 단단하게 붙어 있는지 돌멩이로 내리쳐도 꿈쩍 않는다. 몸이 부서지고 알몸이 드러나도 스스로 몸뚱이를 내돌리지 않는다. 삶의 현장이고 최후에 보루이다. 짭짜름한 맛에 바다를 우물거린다. 소분점도는 자그마한 동산으로 수십 년 해송이 들어섰다. 그곳엔 바람이 살고 있었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바람은 섬뜩하게 했다. 너머에 해녀가 물질한다. 일몰이 일품인데 한낮으로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