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베이스가 가벼워 질 때 까지
원도연
저번 에포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밴드를 하게 되었다. 또다시 밴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밴드말고도 관심이 있는게 많았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창원 쌤과 한번 더하고 싶었다. 창원쌤은 월드클래스 밴드에 들어갔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저번 에포크에는 포지션이 겹치는 사람이 많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포지션이 딱 맞아 떨어졌다.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나는 당연히 베이스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곡은 창원 쌤이 골라 오셨다. 곡의 제목은 take me out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 나온 곡이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곡 같았다. 이 곡은 멜로디가 정말 좋았다.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10정도 만에 다 딸 수 있었다. 하지만 밴드에서 제일 힘든 것은 합주이다. 제일 재미있는 것도 합주이다. 처음 합주를 하는데 잘 맞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반복하며 연습했다. 창원 쌤이 길을 열어주면 우리가 그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창원 쌤이 잘 도와주셨다. 이 곡에서는 각자의 퍼포먼스를 정했다. 지금까지 밴드를 해오면서 퍼포먼스에 신경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퍼포먼스와 함께 하니 연습할 때도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베이스를 치니까 손이 조금 아팠다. 그래도 참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곡도 창원 쌤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다. 그 곡은 바로 석봉아 라는 곡이다. 예전에 에포크 쌤들이 공연을 한 것을 보았다. 그때 그 곡이 정말 재미있어보였다. 근데 그 곡을 내가 할수 있다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석봉아는 악보가 없었다. 그래서 코드와 라이브 연주만 보고 들으면서 딸 수밖에 없었다. 원곡과 똑같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 쉽게 내스타일대로 바꿔보았다. 여기에서 자주 학의 성과가 나온 것 같다. 곡의 형식도 우리의 스타일대로 바꾸었다. 전에 take me out과는 다른 느낌으로 신이 났다. 한 2일 정도 미친 듯이 베이스를 치니 손가락도 아프고 손목도 점점 아파왔다. 이곡도 퍼포먼스가 있어서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곡은 쌤이 정해 주신게 아닌 우리끼리 정학 곡이다. 바로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라는 곡이다.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아니었다. 너무너무 쉬웠다. 계속 똑같은 파트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다른 악기들이 솔로를 하든지 인트로를 하든지 신경 쓸 필요 없이 계속 똑같은 부분만 쳤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었다. 연주를 하는데 하품이 나고 졸렸다. 그리고 맨날 신나는 곡만 하다가 이렇게 감성적인 곡을 연주하니 조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 곡은 연주는 어렵지않고 합주도 어렵지 않지만 구간을 외우는게 힘들었다. 이렇다할 코러스나 멜로디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서 노래를 들어보고 다시 합주를 해보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보니 저절로 외워졌다. 구간 외우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반복 연습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우차우의 제목이 잘 이해가 가지않았다. 제목은 갠데 왜 가사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인지. 근데 창원쌤이 알려주셨다. 차우차우인 이유는 작곡한 사람이 차우차우가 짖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그 개에게 하는 말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이유였고 작곡자가 대단히 센스 있는 사람 같았다.
세곡을 모두 마스터하고 계속 로테이션을 돌리는데 너무 힘들었다. 손가락은 물집이 잡혀서 아프고 손목을 계속 꺾고 있느라 아프고 내 베이스는 특히 더 무거워 어깨가 아팠다, 앉아서 하고 싶지만 그 때 만큼은 미칠 듯이 참고 했다.
우리끼리 정한 공연순서는 차우차우-take me out- 석봉아 였다. 이유는 차우차우는 보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목이 상하기 전에 해버려야 해서 차우차우를 먼저 하게 되었다. 그리고 take me out과 석봉아는 중간에 끊지 않고 곡을 이었다. 그러니까 중간에 흐름이 끊기지 않고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하지만 손은 조금 아팠다. 공연을 할 때 시작 전에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첫 곡을 끝내니 긴장은 다 사라지고 흥분이 돼서 신나게 연주했다. 3곡밖에 할 수 없다는게 정말 아쉬웠다.
내 베이스는 정말 무겁다. 10분만 메고 있으면 어깨가 아프다. 하지만 공연할 때 그 순간 만 큼은 하나도 하프지 않았다. 무거운 베이스가 가벼워 질 때까지 열심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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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밤 때 나는 친구들과 작년 축제 때 했던 공연을 했다. 분위기가 그랬는지 별로 긴장되지 않고 놀러 나온 기분이었다. 끝나고 난 뒤엔 재미만 있었고 쪽팔리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다른 쌤들의 공연을 보니 프로다웠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멋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