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 생기는 민간자격증 6000개 이상
취준생·중장년층 현혹하는 자격 없는 자격증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자격증 시장은 호황이다. 자격증 취득으로 취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업준비생과 은퇴 이후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자격증의 종류와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5월 기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은 4만2532개다. 지난해만 새로 생긴 민간 자격증이 6079개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늘고 있지만 정작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자격 있는 자격증은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의 신이 된 드라마 ‘직장의 신’ 속 김혜수. /드라마 ‘직장의 신’ 캡처
◇매년 새로 생기는 자격증만 6000여개
매년 6000개가 넘는 자격증이 새로 생기는 건 누구나 일정 요건만 갖추면 자격증을 등록하고 시험, 자격 여부를 가능하게 한 제도 때문이다. 민간 자격증은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자격증과 달리 등록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2021년 5월 기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자격은 4만2532개. 9년 전인 2012년(3378개)에 비해 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4년부터는 매년 6000여개의 자격증이 새로 생기고 있다. 민간자격 운영 기관은 2021년 5월 기준 총 1만896개. 이 중 법인은 440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 및 기타 단체다.
이들 민간 자격증 중에는 그 실체가 모호한 것들이 많다. 트롯트댄스지도사, 누룽지 전문가, 분노조절전문상담사, 탐정지도사, 자존감지도사, 굼벵이사육사, 초미세먼지관리사, 인공지능(AI)전문가, K방역중개사, 사립탐정, 꿈전문가, 테크노바텐더, 산나물조리전문가, 김치발효제조사 등이 모두 실제로 발급되고 있는 자격증이다.
취업난에 자격증으로 스펙을 쌓으려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tvN 드라마 ‘변혁의 사랑’ 캡처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자격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강의료를 결제하고 시험 합격시 자격증 발급비를 낸다. 강의료는 자격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료 강의부터 백여만원을 호가하는 강의도 있다. 자격증 발급비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한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업체에서는 취득을 위한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거나 교재를 만들어 팔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수강료나 교재비로 돈을 번다. 수강료 할인, 교재비 무료 등의 이벤트로 자격증을 따려는 구직자를 유혹한다. 비슷한 자격증을 여러 업체에서 발급할 경우 수강료 무료에 자격증 발급비만 유료로 진행하기도 한다.
◇진짜 자격증 찾으려면
자격증은 학벌, 학점, 어학점수, 어학연수 등과 함께 대표적인 취업 스펙으로 꼽힌다. 남들이 다 따는 자격증만으로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구직자들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높은 수강료에 비해 부실하게 운영되는 교육 기관이 많고 제대로 교육이 진행되는지, 시험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없는지 등을 감독하는 경우도 사실상 없다. 취업 100%, 나라에서 인정한 자격증이라며 구직자를 현혹하는 자격증이 곳곳에서 남발되고 있다.
자격증의 홍수 속에 제대로 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취득하려는 자격이 국가 자격인지, 민간 자격인지를 파악히는 게 먼저다. 민간 자격에서도 등록 민간 자격인지 국가공인 민간자격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민간 자격증에 한해 정부가 심의 및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공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아인협회가 발급하는 수화통역사,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ToKL)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은 100개로 전체 민각자격증의 0.004%에 불과하다.
자격증 시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민간 자격증도 남발되고 있다./픽사베이
국가자격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큐넷(www.q-net.or.kr), 민간자격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민간자격증은 누적 자격 취득자 수, 최근 응시자 추이, 자격 활용률 등 통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자격증 관련 기관이 어딘지, 운영 여부 확인도 필수다. 자격증은 되도록 발급 기관이 비영리로 운영할수록 좋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