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암 뒤뜰 주민쉼터 시설물 없애야 하나?
물길도 아닌데 ‘구거’지역이라는 이유로 주민쉼터 그네의자 · 천막 등 철거명령
장산 석태암 근처에서 장산 계곡 물길은 변화무쌍했다. 오래전 석태암 뒤편을 거쳐 석태암 옆 덱 등산로 부근으로 흐르던 물줄기가 흐름을 바꿔 현재의 계곡을 타고 흐르고 있다. 과거의 물줄기 흔적은 지금도 관찰할 수 있는데, 등산로 옆 덱 길 아래 농수 보급을 위해 만든 저수조 흔적이 남아 있다.
물줄기가 바뀜에 따라 지목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맞지만 지목은 그대로라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과거 물줄기 근처였던 석태암 뒤뜰 일부가 구거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구거(溝渠)는 도로, 하천 등과 함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 이익(용수, 배수 등)을 위해 관리하는 대표적인 공공용지(국·공유지)다. ‘구거’로 되어 있는 곳은 홍수 예방과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인이 사적으로 점유하거나 훼손하면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 석태암 뒤뜰은 구거의 기능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최근 해운대구청은 6년 전 석태암의 이전 주지였던 만초스님이 조성한 뒤뜰의 주민 휴식공간이 구거 위에 지어진 시설물이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철거명령장을 받은 석태암 주지 월인스님은 “6년이나 지나 이제 와서 주민쉼터 형태로 가꾼 시설물을 철거하는 게 상식에 맞지 않다”고 구청담당자에게 말했지만 결국 다 자진 철거했다고 한다.
이곳은 석태암 측이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그늘막이며 그네의자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했고 또 주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이런 곳의 햇빛 가림막 형태의 천막과 바닥 평탄용 덱까지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은 이용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안타깝다.
장산이나 대천공원 곳곳에 구청이 주민을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 많다. 그럼에도 물길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 단지 ‘구거’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시설물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린 것은 주민의 편리를 위하는 차원에서 구청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 여겨진다.
차라리 이참에 해운대구청에서 석태암 뒤뜰에 대천공원과 장산계곡 주변에 설치한 조립식 정자 등을 지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어떨까?
그렇게 하는 것이 장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