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운 겨울인 11월이 훌쩍 다가왔다. 오늘은 한국과 같은 의미의 수능날이다. 한국과는 날짜가 다른데다가, 일본에는 눈이 자주오기 때문에 날씨도 매우 춥다. 오늘은 아신의 날이기도 하니 슈헤이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아신이야 원래부터 공부를 잘했다. 일본의 수준은 한국과 비슷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아신은 예전에 축제때의 연극으로 인해 연기에 필을 받았다고한다. 덕분에 연기 공부도 하게 되었고, 반드시 한국의 예술대학교에 들어가겠노라며 다짐했다. 벌써 실기시험도 보고 돌아왔다. 이미 한국에서 많이 알려져 있었던 모양인지 심사위원들의 질문공세가 1시간정도 계속되었다. 어쩌면, 이미 합격은 따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수험생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노라며 공부를 하는 아신이다. 아침부터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아이코와 세츠가 등장했다. 아이코도 같은 수험생이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신은 생긋 웃으며 아이코에게 물었다.
“컨디션 어때?”
“최고야. 이야, 예비신랑! 앞치마 잘 어울려요!”
“너희들 몫은 없어!”
“에이, 회장님 치사하게! 아이코도 밥 못먹고 왔단말예요!”
“니가 퍼! 자기야, 밥먹어.”
“쳇, 아주 잡혀서 사는구먼.”
“와아! 김치찌개다. 자기 최고!”
“마님…, 공부하시는데 방해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뽀뽀해주세요.”
“음, 내 그대의 정성에 뽀뽀를 해주겠어요.”
쪼옥- 쪽!
“자기 입술은 언제나 달콤한 아이스크림같아!”
“아잉, 당신의 섹시한 근육도 탐스러워. 흐흐….”
“여보오, 부비부비!”
“나도 부비부비!”
“우웩…! 닭살 진짜 심하다!”
아신이 슈헤이의 입술에 살짝 키스해주자, 그다음부터의 대화가 최고였다. 엄청난 닭살모드의 커플을 보며 질렸다는 듯 한심하게 쳐다보는 아이코와 세츠다. 아신이 숟가락을 들어 찌개를 떠서 코에 가까이댔다. 그러자, 속이 울렁거림과 함께 그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웨엑! 우우욱! 아, 안먹을래!”
“아, 아신….”
“누나, 스트래스를 너무 많이 받은거아냐?”
아신이 자신이 만든 요리를 거절하자 슈헤이가 상처를 받았던 모양인지 그의 주변에는 온통 먹구름과 비가 쏟아져 내렸다. 계속 헛구역질을 하는 아신의 등을 두드려주는 착한 세츠. 잠자코 아신을 지켜보던 아이코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귀아플 정도로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야아아아!”
“노, 놀래라. 누나는 또 왜그래?”
“우욱! 나, 나… 죽을 병 걸린거야?”
“아신! 안돼! 죽지마!”
“회장… 아니! 형부! 예비 아빠가 된 것을 축하해요!”
“…….”
“…….”
아이코의 충격발언에 모두가 돌처럼 굳어졌다. 5분동안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아이코는 마치 천국에 와있는 듯한 기분으로 기도 포즈를 취하며 신을 찾아댄다. 식은땀을 흘리며 슈헤이와 아신이 동시에 입을열었다.
“예, 예수가….”
“파… 파토?”
“두사람! 무슨 헛소리야! 아빠라고 아빠! 아신은 엄마가 된단 말이야!”
“이, 임신? 내, 내가…?”
“그래! 야호! 빨리 시험 끝내고 병원가자!”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아신과 슈헤이는 서로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슈헤이는 만세를 외치며 아신을 안아올렸다. 아신 또한 밝게 웃으며 슈헤이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두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이코가 세츠에게 물었다.
“우리도 만들까?”
“이미 했어.”
“뭐어?”
“헤헤, 사실 나… 콘돔을 바늘로 몰래 찢어놓았지롱. 조만간 너도 임신할걸?”
“바보! 반칙이야!”
“난 아직 미성년자지만, 누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줄 자신있어.”
“세츠….”
“아이코!”
“야! 너네는 너희들 집에가서 해!”
“자기야, 슬슬 출발하자. 우리 자기의 도시락 챙겼져.”
“자기야, 나 데려다 줄거지?”
“당연하죠! 우리 마님. 이대로 내 품안에서 안겨주세요!”
정말로 슈헤이는 아신을 안은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신은 중얼거렸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는데 임신이구나….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을 뜻하나보다. 슈헤이의 입이 마치 귓가에 걸려 찢어질 듯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오늘 회사로 가면, 전원 휴가에 보너스를 올려주겠노라며 다짐한 슈헤이다. 잠시후, 학교에 도착하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아신은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갔고 무사히 시험을 끝마쳤다. 다만, 점심시간 때 헛구역질 때문에 작은 헤프닝이 일어났었지만말이다. 슈헤이는 아신의 시험이 끝나기 5분전에 회사에서 달려왔다. 기자들과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곧바로 산부인과로 출발했다.
- 야마다 산부인과 -
두사람은 허둥지둥 달려와 접수를 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왠지, 교복차림에 산부인과를 오니 모두의 시선을 받는건 당연한 것일까? 아신은 한숨을 내쉬며 긴장하는 슈헤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런데, 어떤 젊은 임산부가 다가와 아신에게 말을걸었다.
순식간에 임산부들이 아신커플에게로 몰려오자 경계하는 듯 슈헤이가 아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임산부들은 다정한 모습에 부러워했고, 아신은 그녀들의 배부른 배를 보며 부러운 듯 물었다.
“저기, 언니는 언제 출산해요?”
“후후, 예정일은 다다음주인데 진통이 잦아서 왔어요.”
“와아….”
“아신씨는 아직 학생같은데, 여기는 어쩐일로?”
“저, 아무래도 증상이 임신같아서요.”
“어떤 증상?”
“몇달간 생리도 못했구, 자꾸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구역질 나오고, 어지럽고, 몸이 나른해요. 자꾸 잠만 자고싶고….”
“임신이네.”
“임신이야.”
아신이 중얼거리자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임산부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슈헤이를 뚫어져라 관찰하며 수군거렸다. 그녀들의 기세에 움찔거리던 슈헤이가 아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신은 웃으며 그를 토닥여 줄 뿐이다. 모두와 수다를 떨다가 간호사의 부름에 두사람은 먼저 일어나야했다. 모두의 응원과 축하 메시지를 받으며 아신은 파이팅을 외쳤다. 두사람은 검사를 받으며 신기해했다. 아직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아기집이 존재하고 있었다. 몇 주 후면 심장도 생기고, 선명하게 보일거라며 의사가 말한다. 검사가 끝난 후, 의사의 상담이 이어졌다. 어떻냐는 슈헤이의 물음에 의사가 웃으며 답했다.
“임신이예요. 4주째 같은데요?”
“네? 저, 정말요?”
“입덧은 심한가요?”
“…음식이 앞에 있을때만요.”
“후훗, 유산할 걱정도 없이 산모도 건강하고, 태아도 건강하네요. 몇 주 지내보고 다시 오세요.”
“저, 저기요! 아들인지 딸인지도 알 수 있습니까?”
“아직은 잘 모르죠. 호홋, 아들인지 딸인지가 중요하나요?”
“물론, 아니죠! 야호! 우리 아신 만세!”
“감사합니다! 원장님!”
“저기, 두분! 사인 좀 해주실래요?”
“네?”
“헤헤, 사실 제가 두분의 팬이거든요. 기념으로 액자를 만들어서 걸어두게요.”
원장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두사람이다. 그녀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A4용지 두장과 매직펜을 두사람 앞으로 내밀었다.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었다. 원장에게 사인을 해주고 슈헤이는 아신을 번쩍 안아 올리며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들의 코믹한 모습에 깜짝 놀란 임산부들이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조금 쪽팔리긴 했지만 아신 또한 기분 최고였다. 다음날, 슈헤이는 직접 기자들을 불러 아신의 임신 소식을 알렸고, 모두의 축하 속에서 아신은 환하게 웃었다.
“어머, 실망이야. 우리 결혼식 때 올 수 있겠어?”
“후후, 걱정말아요. 히메코씨 결혼식은 꼭 갈테니깐.”
“그런데, 아신양 졸업식때는 어쩌죠?”
“3월 5일이니까…. 한참 배부를 때네.”
“너무 스피드한 것도 안좋구나….”
“아잉, 우리 아신 함부로 껴안지도 못하겠네.”
“어이, 내가 있잖아. 그리고 아신의 보디가드는 회장님이 계시니까 2세를 지켜줘야겠지?”
“쇼타씨가 그래주면 저야, 고맙죠!”
“뭐 어때요, 이것도 빅뉴스감이겠네? 최초로 아신누나가 임신한 채로 졸업하다!”
모처럼 슈헤이의 사무실에서는 류지, 히메코, 쇼타, 아야, 세츠, 아이코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아신을 축하해 주었다. 그들이 선물한 아기용품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신기하고 또 신기해서 자꾸만 만지작 거리는 아신이다. 슈헤이는 아신을 남기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즐겁게 웃으며 떠들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슈헤이가 들어왔다. 아신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여보, 안들어오고 뭐해?”
“아신! 아주 중요한 손님을 모셔왔어.”
“…응?”
슈헤이의 말에 아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신을 보며 그가 생긋 미소지었다. 그리고, 문을열어 누군가에게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모두가 문쪽을 주목했다. 잠시후, 아신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낯이 익은… 한 남자가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모두의 앞에 등장했다. 그의 모습에 아신은 쥐고있던 아기용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모두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물었다.
“누구야?”
“누구…?”
“…아신.”
남자는 아신을 부르며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눈물을 펑펑 흘리던 아신이 꾹 다물었던 입술을 힘겹게 열기 시작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첫댓글 기다렸사와여♥ 호호호 재밌게읽고갑뉘당
정말루,, 잼있어요..
꺄오> < 엄청기달렸습니다!!ㅋㅋ 요우요우 ♡ 드뎌 사고치신 아빠께서오셨군요=0 =;;ㅋㅋ 아신한테 뻥치구 골프치시더니..-0-; 못되셨센?ㅋㅋ 여튼.. 임신을 축하하면서..!! 아신과 슈헤이의 합작이니..환상이겠죠> <ㅋㅋ?
ㅜㅜ 너무 재밌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