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다 가고 2024년의 마지막 달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연말이면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각자의 삶을 정리한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로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 조금 전까지 붙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어디 있는지도 잊어버리는데 일 년 동안 한 일을 어떻게 모두 기억할까? 왜 기억력은 점점 약해지는 걸까? 뇌는 경험한 일을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우선순위를 정한다. 뇌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 무조건 다 담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나와 연관 있는 일' '중요한 일' '내가 관심 있는 일'만을 선별해 저장한다. 내가 말하고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 중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억은 뇌 깊숙이 자리 잡은 해마에 단기 기억으로 남는다. 그런데 이 단기 기억이 생존에 꼭 필요하거나 반복되는 일, 깊은 감정적 체험을 동반한 것이면 뇌에 특수한 스위치가 켜진다. 스위치가 켜지면 뇌는 신경 세포를 더 만든다. 이때 신경 세포는 길게 자라나 서로 이어지며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든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면 연결된 신경 다발이 더욱 굵어져 그만큼 더 오랫동안 기억을 저장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그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새로 생겨난다. 예를 들면 컴퓨터에 메모리를 붙여서 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과 같다. 성인이 돼 몸은 성장을 멈춰도 뇌는 얼마든지 신경 세포가 늘어나 복잡하게 연결될 수 있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는 장기 기억을 보존하는 기간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한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보다 습관처럼 녹아 있는 절차 기억의 저장 기간이 길다. 이보다 저장 기간이 긴 기억은 감정 기억이다.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부분이 해마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픈 일, 무서운 일, 기쁜 일, 분노했던 일은 그렇지 않은 일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 이제 과학자들이 알아낸 이 사실을 일상생활에 응용해 보자. 책을 읽을 때는 글을 따라가며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자. 연구에 의하면 감정을 억제할수록 단기 기억력이 감소한다고 한다. 영화를 볼 때 울거나 웃지 못하게 하면 영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면 아주 적은 수의 신경 세포만 기억을 형성하는 일에 관여 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이 잘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단기 기억이 생기지 않으면 장기 기억도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감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또 감정 표현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감정을 유발한 사건이나 학습 내용이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장기 기억을 뇌에 더 오래 보관하려면 잠도 잘 자야 한다. 신경 세포는 피로를 잘 느낀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쉬어 줘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야 뇌 세포가 쉴 수 있다. 자는 동안 뇌는 불필요한 기억을 지우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남긴다. 이렇게 기억을 정리해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물이나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신경 세포의 휴식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장기 기억을 더 오래 보존하는 것을 넘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신경 세포에게 쉴 시간을 줘야 한다. 과학자는 '멍 때리는' 행동이 뇌의 휴식과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용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새로운 경험의 빈도가 줄면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약해져 기억이 사라지는 건 물론 뇌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니 뇌에 신경 세포를 새롭게 만들어 이들을 연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춤이나 운동을 배우거나 변화하는 자연환경을 눈으로 직접 보자. 그러면 신경 세포를 만드는 특수한 스위치가 켜질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 기억은 뇌에 차곡차곡 쌓여 한 사람의 성격과 정체성을 결정한다. 정체성은 그 사람의 기억과 그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행동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다시 지난 2024년을 돌아보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면 이제부터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들어 가면 된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뇌 세포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12월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이 자자. 그러면 12월 31일에는 분명 올해를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지유 | 작가
이지유 님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 이야기를 쓰고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긴다.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 《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 등을 썼다. 이 코너에서는 과학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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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방문길
환영합니다 ~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즐거움으로 채워지시길
소망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불 금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고우신 멘트로
공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 하루도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핑크하트 님 !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온차 큰 환절기
감기 유의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목자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