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우울해."
"머리도 양갈래로 발랄하게 묶고는 뭐가 우울해! 하아- 점점 더워진다."
"진아야! 나 정말 우울해.. 우울증 걸렸나?"
"넌 우울증이 아니라, 졸음증이야. 하얀별. 어떻게 맨날 그렇게 퍼 자냐? 으휴, 지겹지도 않나봐"
"안 지겨워! 흥, 엿 먹어라!"
발랄하게 말하고는 두 갈래로 나뉘어 길게 묶은 머리를 찰랑이며 엿 먹으라는 말과 함께
진아에게 가운데 손가락이 아닌 네번째 손가락을 들어주고는 앞으로 달려가는 얀별.
둘은 알게 된지 겨우 일주일이 조금 넘은, 딱 9일째가 된 친구이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서로에 대해 아는것도 많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컸다.
곧이어 진아가 달려가 얀별의 긴 머리를 잡아챘고, 얀별은 또 다시 엿 먹으라며 네번째 손가락을
진아에게 보여주며 장난쳤다. 진아는 장난스레 얀별의 약점인 허리를 간지럽혔고, 얀별은 괴로운 듯
온 몸을 꼬아대며 밝게 웃었다. 그 들앞으로 큰 그림자가 생겼다.
장난을 치던 둘은 무의식적으로 앞을 쳐다봤고, 엄청나게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173cm의 키가 큰 진아도 올려봐야 될 정도로 키가 커서 햇빛때문에 눈을 찡그려야 했다.
햇빛때문에 눈이 부셔서 그런지 남자의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못생긴 얼굴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웠다. 언뜻 보이는 콧날이 높았고, 입술은 붉은빛이였다.
"장래희망이 뭐야?"
"에에?" "엥?"
동시에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다시 남자를 쳐다 본 얀별과 진아는
토요일 오후 2시 30분. 뜨거운 햇살과 사람들의 열기속에서 못 참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는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해를 등 뒤에 둔 채 둘을 응시하고 있었고, 얀별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발레리나, 얘는 가수에요."
"너."
"네?"
"오늘 밤 10시에 여기 핸드폰으로 전화해. 늦지말고 꼭 10시에 전화해라."
낮고 부드럽지만 어딘가가 싸늘한 목소리의 남자는 얼굴을 볼 틈도 주지 않고 뒤를 돌아 가버렸다.
그리고 얀별에 손에 쥐어 준 명함 하나.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기획 실장 권기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손에 든 명함을 쳐다보고 있는 얀별에게 다가와 명함을 쳐다 본
진아의 얼굴에는 놀라운 표정과 기쁨의 표정이 뒤섞여 있었다.
"진아야. 이 사람 알아?"
"응..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
"엥? 연예인이야? 권기헌? 처음 듣는데?"
"정겨운, 한샛별, 김여진, 이은지, 김성진. 공통점이 뭔지 알아?"
"음… 니 목표잖아! 그 사람들만큼 유명해진다며! 엥? 니 목표중에 두 명 빠졌다! 남새혁, 김수진"
"남새혁, 김수진만 빼고 그 다섯명은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야.."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응.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한 곳."
진아는 항상 목표가 있었다. 정겨운, 한샛별, 김여진, 이은지, 김성진, 남새혁, 김수진만큼 유명한
연예인이 되는 것. 그리고 스마일 엔터테인먼트를 들어가는 것. 이 두가지였다.
진아의 진지한 표정을 본 얀별은 망설임없이 명함을 진아에게 내밀었다.
머뭇거리는 진아의 손을 들어 명함을 올려놓고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난 발레리나가 될거야. 어렸을 때부터 해서 할 줄 아는거라곤 발레밖에 없어.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실장이라잖아! 니가 가수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놓치지 말고 잡아. 으윽, 덥다! 빙수먹으러 가자!"
손 부채질을 하며 앞장서는 얀별을 따라가는 진아.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 복판의 건물 그늘에
서서 둘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키가 큰 남자. 권기헌. 바로 그 사람이였다.
* * * * * *
씻고 나온 진아는 침대에 앉아 시계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9시 59분이라는 시간이 핸드폰에 나오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1분이 마치 1시간이 되는 것처럼 길었다.
드디어 10:00 이라는 숫자가 핸드폰에 뜨자마자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정확히 누르고
신호음을 들으며 목소리가 흘러나오길 기다렸다.
기계적인 신호음이 세 번정도 울렸을 때,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네, 권기헌입니다."
"저.. 아까 시내에서 전화하라고 명함주신…"
-"니가 발레리난가? 아님 가순가?"
"예? 저… 가수가 되고 싶은 앤데요.."
떨리는 목소리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 진아는 얼굴 한 가득 피어있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연예인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통화해보고, 만나보고 싶어 할 사람과 전화를 하고 있다는게
떨리고 들뜨고 흥분됐다.
-"난 분명히 발레리나한테 전화하라고 했을텐데"
날카롭고 싸늘한 목소리가 진아의 귓가에 퍼졌다. 그는 진아에게 관심이 없었다.
햇살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그의 눈은 계속해서 얀별에게 향하고 있었던 것을 진아는 알지 못했다.
"아, 저…"
-"발레리나 전화번호 좀 알려주겠어?"
그의 말에 진아의 입가에 퍼져 있던 미소들은 점점 사라져갔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외워버린 얀별의 전화번호를 불러줬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끊켜져버린 전화를 원망하면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그냥 울어버리는 진아였다.
* * * * * *
발레 연습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나와 기분좋게 집으로 향하려던 찰나에 허벅지쪽에서 진동이 울렸다.
간지럼을 많이 타는지라 서둘러 청바지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처음보는 전화번호였다. 밝게 웃으며 전화를 받은 얀별의 귀에 기분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발레리나?"
"에엑? 예비 발레리나는 맞긴 맞는데.."
-"전화번호 왜 친구한테 넘겼나?"
"아아, 아까 그 장래희망 물어 본 키다리 아저씨?"
-" 풉"
잘 웃지 않는다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기헌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귀엽고 발랄한 목소리에 엉뚱한 생각까지 겸한 얀별의 어휘가 대단히 웃겼기 때문이다.
키다리 아저씨. 키가 큰 기헌에게 잘 어울리긴 했지만, 아저씨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저씨로 보였나?"
"아까 얼굴이 잘 안 보였어요. 햇빛때문에.."
-"다시 한 번 묻지. 왜 명함을 친구한테 넘겼지?"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실장님 맞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가 두려운 기헌은 잠시 머뭇거렸다.
잠깐동안 침묵이 흐르고 듣기 좋은 기헌의 낮은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울렸다.
-"응."
"저는 꿈이 발레리나에요. 진아는 가수구요. 가수한테 당연히 필요한게 아니겠어요?"
-"…"
"제가 발레리나가 되면 소속사는 필요하지 않을거에요. 가수한테는 필요하잖아요."
-"이름이 뭐지?"
"하얀별이에요."
-"하얀별. 친구가 연예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내일 일요일이니까 시간 되지?"
"예?"
-"스마일 엔터테인먼트 건물 8층으로 오후 2시까지 친구랑 와."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전화는 아까 명함을 주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기헌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입을 삐죽이며 집으로 걷는 얀별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내일 진아에게 이 소식을 알리면 분명히 무척 좋아할거라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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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선보입니다... 하하.;
소유욕- 에 실망하신 분들...
정말 죄송,죄송합니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냥그래요
오우오우~ 엄청재미있을것 같은 느낌이..~야하~~ 건필하세용~♡ㅋㅋ
재밌어요!
둘이 혜어질것 같은데...얀별은 좋은 의도데...진아는 그렇게 생각할지...원.....
젬있을것 같아요..ㅋ
왠지 모르게 기대되요~ㅎ 전에 소설도 잼있었능데, 이번에도 물론 잼있겠지요?건필하세요~^^
머리말 "중간"이 아니라 "시작" 아닌가요 ?ㅇ _ㅇ; 아닌가; ㅁ; 무튼 재밌게 봤습니다 ^ ^
ㄲ_ㄲ~!!!!!!!!!!!!!!!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