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이야기
농사꾼이 서울에서 머슴살이 할 때인 1996년 5월경, 3년짜리 적금이 만료되어 5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사실 이 돈은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있었다.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라 12월에 아내와 유럽 여행을 계획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다. 이 돈을 몇 달간만 잘 굴리면 여행 중에 쓸 잡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증권사에 다니는 지인의 권유로 대우건설 주식을 샀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500만 원이 250만 원이 되었다는 얘기다.
아내에게는 말도 못 했다. 업무 시간에도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로 주식 시세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우건설을 추천했던 지인이 미안하다며 이번에는 괜찮은 주식이 나왔다고 했다. LG반도체 주식을 권했다.
이득은 고사하고 본전이라도 건져야 했다. 지인의 말을 믿고 신용카드에서 500만 원을 대출받아 LG반도체에 투자했다.
어라? 그런데 이 주식은 사고 난 다음 날부터 상한가를 치기 시작했다. 두어 달 만에 앞서 잃었던 돈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주가가 올랐다.
그때 스스로에게 물었다.
‘주식이 얼마까지 오르면 네 욕심을 채울 수 있을까? 돈을 얼마나 손에 쥐어야 만족하겠어?’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련 없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고 주식을 끊어버렸다. 벌써 30년이 되었다. 주식을 쳐다보지 않은 지가.
코스피가 5천을 돌파하며 나라가 들썩였다. 그래도 농사꾼은 돌부처처럼 주식을 쳐다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수준을 보면 연내에 1만 포인트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친구 중 한 명도 지난해 말에 나를 만나 삼전과 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한 시간 넘게 설명했다. 근거가 확실하고 나름의 논리가 있는 분석이었다. 친구는 이미 상당액의 투자이익을 얻고 있었고 자기의 말을 듣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질책도 있었다. 그 사람 중엔 농사꾼도 있었다.
친구는 증권사 신용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돈의 몇 배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수억 원을 삼전과 하이닉스에 투자했고,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친구의 계산에는 없었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터져버렸다. 그동안 올랐던 주식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눈앞의 이익도 빠르게 사라졌다. 다행히 친구는 워낙 저점에 사들인 주식이 많아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큰돈을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채 숫자로만 만져보고 잃은 셈이었다.
주식시장이 6천, 7천을 향해 치솟고,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까지 돈을 빌려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 농사꾼은 걱정이 되었다. 후회할 것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9300고점에서 이젠 6800까지 내려왔다 한다.
농사꾼은 주식시장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경제 전문가나 AI가 경제지표와 산업의 흐름을 읽고 주식시세를 분석한다 해도, 한 가지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군중의 욕망과 심리의 움직임이다.
한 개인의 마음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려운데, 수많은 사람이 모인 집단의 군중심리를 정확히 읽고 예측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농사꾼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군중은 언제나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농사꾼에겐 주식에 눈을 돌릴 깜냥이 없는 것이다.
그저 눈에 보이는 잡초나 뽑고 단감나무나 돌보며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