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에서 호놀루루까지 노를 저어 횡단하는 그레이트 퍼시픽 레이스에서 우승한 최준호(오른쪽부터 두번째)씨와 연합국팀 팀원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양의 험난한 파도, 작렬하는 태양과 싸우면서 장장 43일동안 노(Oar)를 저어 태평양을 횡단한 한국인이 있다.
'제1회 그레이트 퍼시픽 레이스(Great Paicific Race)' 4인승 부문에서 우승한 최준호(33)씨가 주인공.
이 대회는 북가주의 몬트레이에서 하와이 호놀루루까지 2100해상마일(1해상마일= 1.85km.약 3800km)을 노젓기 배를 타고 가는 경주대회다.
'인간 한계에 도전'을 모토로 1인승, 2인승, 4인승 부문으로 나눠 사상 처음 열렸다.
뉴질랜드의 크레이그 해켓(31), 네덜란드의 안드레 키어스(42), 영국의 캐스퍼 재퍼(38)와 함께 '연합국(Uniting Nations)'팀으로 출전한 최씨는 몬트레이를 출발한지 43일 5시간30분만인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현지 시간) 호놀룰루에 선두로 입성했다.
연합국팀이 세운 기록은 기네스 첫 신기록으로, 2위인 영국 연방의 '배틀 본' 팀과는 무려 140해상마일 차이, 시간으로는 2~3일 앞선 기록이다.
최씨 등 팀원들은 노젓기 경험이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들로, 단순히 자신과 싸워 이겨보겠다는 도전정신 하나로 대회에 개별 출전해 팀을 결성, 출발 전 한 달간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도 길이 24피트, 폭 6피트의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한달 넘게 쉬지 않고 노를 저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은 배 안에서 식사, 생리 현상, 수면 등을 해결해야 하는 일도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 대자연의 변화무쌍함은 혹독했다.
출발 보름만인 지난달 22일에는 20피트 이상의 높은 파도와 30노트 이상의 강풍으로 2개팀이 조난을 당해 해안경비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연합국팀은 출발 8일 만에 전기 조수기 고장으로 손으로 작동하는 조수기에 의존해 식수를 만들었고, 도착 2주전부터는 노젓기를 원활하게 해주는 중요장치인 '시트'가 고장나 상체와 팔을 이용해 노를 저었다고 했다.
결국 이번 대회에 출전한 13개팀 34명의 선수중 6개팀 10명의 선수들이 중도 포기했다.
한국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최씨는 "내가 태어난 날 한국 청년 두명이 요트로 태평양을 건넜다는 기사를 보고서 나도 남들이 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던 여러 순간들이 가장 멋진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나의 이번 도전과 성공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대회 디렉터인 크리스 마틴씨는 "그레이트 퍼시픽 레이스는 인간의 의지와 정신력을 시험하는 대회였다"며 "우승팀의 도전 정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용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