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라파포트 가격표 벗어날 수 있을까?

[그후로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라파포트 가격표 벗어날 수 있을까?

- 품질 일정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복잡한 천연 가격 체계 적용하는 것은 넌센스 -

드비어스의 라이트박스에서 사용하는 팬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2020년 7월에 열린 웨비나에서 알로사의 전 회장 안드레이 자르코프(현재 랩 그로운 업체 울트라 C를 이끌고 있음)는 대담한 예측을 하나 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가격 책정이 코스트 플러스 모델(원가에 이윤을 더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자르코프는 "2~3년 안에 벤치마킹(우량 기업의 사례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으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책정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거의 3년이 흘렀지만 자르코프의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랩 그로운 가격 책정 방식을 희망하는 랩 그로운 업계인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MV 마케팅의 CEO이자 랩 그로운 컨설턴트인 마티 허위츠는 최근 랩 그로운 산업이 라파포트 가격 리스트에 의거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MV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랩 그로운 판매자의 57%는 라파포트 리스트를 보고 가격을 정한다.) IGDA(국제 합성 다이아몬드 협회)의 조애나 파크 통스 회장 역시 같은 의견이다. 라파포트 리스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랩 그로운 산업의 공급-수요 구조는 천연석과 다르다. 시장 시스템 역시 다르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라파포트 리스트 가격에서 95%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팔리게 되면 상품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라파포트 리스트라는 명칭은 마틴 라파포트 회장의 이름에서 비롯됐는데, 라파포트 회장은 랩 그로운 스톤을 맹비난해온 당사자다.

하지만 천연석 산업의 과거 경험에 따르면, 랩 그로운 산업은 라파포트 리스트에서 쉽게 독립할 수 없을 것이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최근에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천연석 딜러들은 라파포트 리스트를 비판하며 대안을 찾곤 했다. 이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 때론 성명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돌아왔다.

이유가 뭘까? 먼저, 라파포트 회장과 그의 팀은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인들은 라파포트 리스트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특성을 개선해서 심플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일리 있어 보이는 답은 바로 습관이다. 업계는 가격 정보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모두 원한다. 수십 년 전부터 라파포트가 수행해 온 역할이다. 합성 다이아몬드 산업은 전통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파포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허위츠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경우 천연 다이아몬드만큼 컬러와 클래러티가 다양하지 않다. 업계가 웹 포털을 만들어 제조업체들이 익명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격을 입력하게 만들면 된다. 이런 식으로 가격을 집계해서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혹은 보다 과학적으로 온라인 매매 가격(혹은 전자상거래 매매 가격)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라파포트 리스트와 새 가격 리스트가 공존할 수도 있다. 결국 업체들은 각자 선호하는 가격 리스트를 내밀게 될 것이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산업이 가격 책정 방식을 진심으로 고민 중이라면 이를 업계가 상용 중인 또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 즉 GIA의 등급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합성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가장 큰 논쟁거리는 다음과 같다. 합성석과 천연석이 나란히 놓여 있다. 처리 징후(스톤 처리는 합성석 산업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가 확실한 합성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면 두 스톤을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경우 한 스톤이 다른 스톤보다 더 가치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하지만 D컬러와 E컬러, VS1과 VS2의 차이점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그렇지만 가격차는 존재하며, 이에 대해 랩 그로운 산업은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 정말 쓸모 있는 등급 시스템이라면 현미경을 사용하는 감정사들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알아챌 수 있는 외관상 특성에 의거해야 할 것이다.

합성석 산업은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산업보다 훨씬 기술 지향적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을 약간만 받는다면, 클래러티, 커팅, 컬러의 등급을 정하는 보다 나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처리 식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등급 시스템을 일반적인 감정과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결국은 한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보다 많이 사용되게 될 것이다.

선례가 있다. 1990년대에 허위츠의 회사는 아가일 광산에서 생산된 샴페인 컬러 다이아몬드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 당시 허위츠는 자체 개발한 컬러 시스템(C1~C7)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비록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상품을 차별화해서 참신하게 느끼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아가일 광산은 문을 닫기 전까지 아가일 핑크 텐더에서 두 가지 감정서를 제공했다. 하나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아가일 감정서였고, 다른 하나는 GIA 감정서였다. 아가일의 임원들에 따르면 미국 시장은 GIA 감정을 선호했으며, 해외 시장은 아가일 감정서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새로운 등급 시스템이 진정 유용하다면 천연 산업도 이를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천연 산업이 합성 산업을 모방하는 매우 인상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합성석 시장 트렌드는 천연 산업을 따르고 있다. 합성석 업체들은 새로운 소비 부문을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약혼반지 시장을 노크하는데 주력한다.

또한 대부분이 라파포트 리스트와 GIA의 4C 시스템을 차용 중이다. '모조석'라는 단어에 발끈하곤 하는 합성석 부문이지만 분명 얼마간은 모방적이며 심지어 게으른 것이 사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연 산업이 확립한 시스템을 따르는 과정에서 합성석 부문은 천연 시장과 동일한 문제점을 맞닥뜨리게 됐다. 상품의 일반화, 마진 감소, 온라인 판매자와 저임금 생산국이 주도하는 가격 결정 등이 그것이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마진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D2C(소비자에 직접 판매)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미 시작한 업체와 고려 중인 업체들이 있으며, 관심이 없는 업체들도 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부문은 고유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에는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을 그대로 흉내 내는 업체들도 있고 천연 산업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불건전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쏙 빼놓고) 광산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반복 주장한다.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나쁜 일이 발생하면 합성석 업체들은 SNS에 모여 참사 이슈를 축제처럼 떠벌린다.

하지만 합성석의 가격이 라파포트 리스트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됨을 고려할 때 (그리고 두 산업이 서로 긴밀히 얽혀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태는 장기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강성 업체들의 경우 장기적 영향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기술 주도적 제조업체들이 랩 그로운 스톤을 일확천금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은 주로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개발한다. (이들의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들은 주얼리 산업의 건강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은 이 부문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산업에 계속 머무는 데 별 관심이 없다.

인도의 일부 합성석 제조업체들 역시 랩 그로운 스톤을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 부문에 재빨리 발을 담갔으며, 현재 일부 업체들은 들어온 만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부 합성 다이아몬드 업체들은 이제 사업 관행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인지하게 됐다.

현대 랩 그로운 산업의 역사는 수 년에 불과하다. 새롭고, 흥미롭고, 색다른 무언가를 할 기회가 남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대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 온 차량 공유, 소셜 미디어, 비디오 스트리밍, 암호 화폐, 전자상거래, 배달 앱 등 여러 부문이 최근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대부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작된 부문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가짜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시스템 위에 구축된, 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벤처 자금이 이들의 빠른 사업 확장에 현금을 댔다. 하지만 이들 중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 업체들은 많지 않았다. 이러한 업체들은 해당 산업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들이 의도한 바였다.) 하지만 이들 자신 역시 산업 상황을 극복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랩 그로운 산업도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 JCKonline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