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합창 사진입니다^^]
마음의 등대
유치원 졸업반 아가들과 작별을 하며
요기 아가들 가운데 반수 가량이
오늘 유치원을 졸업하였습니다.
정초 불공을 오신 불자님들이 적지 않은데
조금은 서둘러 불공과 축원을 해 드리고
양해를 구해서
스님은 바쁘시면
안내려 오시면 어떠냐는 원장님의 말에
내가 가서 "우리 아가들 졸업 하세요" 해야
"오늘 졸업식이 마쳐 진다" 억지를 부리고
졸업식이 있는 유치원으로 향합니다.
필히 가서 축하를 하려는 이유는
아가들 얼굴을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예술제에 엄마들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열한시에 시작한 졸업식은
날이 맑고 춥지 않아서
마당에 앉고 선 아가들과 부모님들이
봄기운을 듬뿍 느끼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한시 반경에 도착하니 이제 막
아가들에게 표창장과 엄마들에 대한
감사장의 수여와 선물 증정 시간입니다.
스님 인사는 어차피 늦게 도착하였기에
마치는 시간에 하면 좋겠다 싶은데
주임 선생님이 부릅니다.
축사 하시라고.
오늘 같은 날 축사 하란다고
덮석 나가면 모양이 아닌듯 하여
졸업하는 아가들 보고
"스님 이야기 들으려면
기립 박수를 쳐야 나가겠다."
고 떼를 쓰니
녀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길을 열어 줍니다.
입학식에는 백이십여 아가들
부모와 형제 가족들이 오셔서
마당이 가득한 느낌인데
졸업식은 부모님 숫자가
반으로 줄어 드는 대신에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다발이
남은 자리를 대신합니다.
단상에서 처음 하는 말이
아침에 어린이 동화책을 보다가
잠시 소개된 내용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라는 분은 어느 때 기자가
"일평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자
"바로 지금입니다"하고 대답하더랍니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같은 질문을 받으면
지금 이 순간은 생각하지 않고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인가
마음으로 분별하고 따지는 동안
지금의 우리에게 온전히 있는 행복은
놓쳐 버리기 쉽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아마 전생에
동양의 수행자였던 모양인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행복할수 있다면
영원히 행복한 것이라는 선문답같은
대답을 소개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아가들도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이순간의 자리에는
과거도 미래도 녹아 들어 있습니다.
시간을 이야기 하다 보면
이 이야기를 꼭 하게 됩니다.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성은 주씨요, 법명은 덕산, 별칭은 금강이라는
선지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금강경에 나름대로는
최고의 이해와 견처가 있다고 자부하며
스스로 금강경을 풀이한
평생의 역작인 '금강경 소초'라는
자신의 저작물을 걸망에 넣어
등에 짊어 지고 다니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금(金)으로 시작해 경(經)으로 마치고
'여시아문'으로 하루를 깨면
'신수봉행'으로 잠을 자는 스님은
남방에 웬 무리가 있어서
조용히 앉아서 마음을 깨달아
견성 성불을 한다는 허망한 소리로
불법을 훼손한다 들은 이후에
내 한번 그들을 찾아가
호되게 꼬짖어 정법의 당간을
높이 치켜 들리라 생각하고
이름이 꽤나 알려진
용담 숭신 선사를 찾아 갑니다.
가던 길에 공양 시간이 되어
용담 스님 사는 산 아래 주막에서
만두를 시켜 먹으려는데
주모가 묻기를
"스님 그 등에 짊어 진 것이 무엇인데
그리 무거운 것을 땀을 흘려 가며
짊어지고 다니시는가?"
하고 묻자
주금강의 본명인 덕산 스님은
"아, 이속에는 내가 금강경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을 적은 경의 소초가 있습니다.
내가 이 산위에 웬 이상한 자가 있어
좌선을 하여 마음을 밝혀
부처를 이룬다는 소리를 한다기에
한마디 일러 주어 법을 깨치도록 하려
이곳에 온것입니다."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모는
"스님 나도 금강경을 조금 보아서
경문을 알기는 아는데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만약 제 질문에 시원한 가르침 내리시면
만두를 그냥 공양 올리고 답을 잘 못하시면
그냥 굶으시고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주모가 말하자
주금강 스님은 자신으로 말하자면
금강경을 바로 읽고 거꾸로도 읽으며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금강경 자체라 할만큼 무불통지인데
주모의 질문 하나를 답하지 못하랴 싶어
그리 하자 합니다.
주모는
"스님 그러면 금강경에 보면
과거심도 얻을수 없고
현재심도 얻을수 없으며
미래심도 얻을수 없다고
부처님이 하시지 않습니까?"
"예 그리 말씀 하셨지요."
"그럼 스님께서는
지금 점심을 하시고자 하시는데
어느 마음에다 점심을 하시렵니까?"
하고 묻는 순간 주금강 스님은
앞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공부하고
아는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하여
마치 백과 사전 한권보다 더 많은
머리 속의 금강경에 대한 내용을
쏜살같이 훑어 내려 가 보지만
그 말에 대한 답을 구할수가 없습니다.
하는수 없이 용담 숭신 선사를 만나기 전에
아래 마을 주모에게 백기를 들고는
용단 숭신 선사를 찾아가
비로소 마음에 도리를 깨달으니
그동안 짊어 지고 다니던 금강경 소초를
불 살라 버립니다.
그처럼 지금 이 마음 자리에
행복을 느끼는 마음은
거기에 지난 과거도 현재라는 수식어도
앞으로의 미래라는 것도 붙을수 없는
대대가 끊어진 절대 현재의 자리입니다.
엄마 아빠들에게
오늘 우리가 행복하다면
영원의 행복을 얻는 방법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고 가야 합니다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덕산 스님이라면
만두를 잘 자시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나는 오늘 졸업식에 오신 분들과
아가들에게 드리려고
유치원에서 끓여 준 잔치 국수를
아주 맛잇게 먹었답니다. ㅎㅎ
아가들에게 당부한 말은
초등학교에 들어 가면
집에 티브이를 없애자 하였습니다.
벽장에 넣어 두고 절대로 보지 않으며
오직 가까이 할 것은 책뿐이 없다 하니
오히려 엄마들이 큰일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가들을
바르고 훌륭하게 키우는 방법 가운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바보 상자를 멀리 하는 일이며
아가들도 나름대로 보아 오던 습이 있어서
골이 나 있을 때면
아빠와 엄마도 평소 즐기는
곡차와 담배를 끊는 것으로
서로 약속을 하고
집안에서 같이 책을 보는 속에
아가들의 교육은 완성된다 하였지요.
그리고 아가들에게
원효 유치원을 크게 읽어 보게 하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커 나가면서
상급 학교에 올라 가고 회사에 취직하면서
자기 소개서를 쓸 때면
언제나 원효 유치원이라는 이름이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니
유치원에서 배운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을 언제나 기억하자 하였습니다.
원효 예술제 사진을
카페에 올려 주시는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였기에
사진 올려 주신 어머니를 나오시게 하여
달마 스님을 그린 그림에
심즉불이라고 쓴 작품 한점씩 드리고
그래도 몇점이 남기에
오늘 스님에게 하나 받아 가지 못하면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 하는 분 손 들으라 하여
나머지도 역시나 한칼에 해치웁니다.
여하튼 아가들 졸업식이라 해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유치원에서 마련해 드린 푸짐한
아가들 생활 앨범과 선물등
한 가방 가득 행복을 담아 들고
국수 한그릇 맛나게 드시면서
석별의 정을 나눕니다.
우리 졸업반 선생님들은
석별의 인사말을 하면서 눈물까지 주르륵
장내가 갑자기 눈물 바다 직전인지라
박수를 유도하여 위기를 탈출합니다.
아 내일은 또 대불련 학생들 졸업식
점심시간에 조촐한 졸업 법회를 한답니다.
세 딸들을 어떻게 떠나 보내야 할지,
녀석들은 어느 마음에서 떠나 가는지
한번 물어 봐야 하겠습니다.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이라
우리의 영원한 스승 원효 스님은
친구 사복이 엄마의 장례에
나지 말지니 죽는게 고통이요
죽지 말지니 나는게 고통이라
하였다가 사복이한테 한마디 듣습니다.
대사의 말이 너무 길다 한마디로
"생사가 고통"이라 하면 될 것을
생사가 과연 고통인가요?
한 생각 돌이키면
원각의 미묘한 성품 자리가
온 법계에 가득합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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