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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8 (목)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54분 중 20분 들머리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기자회견에 할애한 시간은 모두 54분이었다. 기자회견은 애초 예정됐던 40분보다 14분 더 이어졌지만, 들머리발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은 20분 동안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몸을 낮췄지만, 새 정부 100일 동안 주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정책 폐기를 통한 ‘정상화’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동맹 강화 △폴란드 방산 수출 △규제개혁과 법인세제 정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발표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및 경찰국 설치를 통한 초법적 권력에 대한 통제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20분에 걸쳐 취임 100일의 성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주요 현안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은 34분으로 줄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들머리발언은 애초 계획됐던 기자회견 40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간이었다. 질의·응답 순서가 되자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이 120명의 내·외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목했다.
기자들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사 문제 이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발언에 대한 반응 △대북·대일 문제 해법 △출근길 약식회견 지속 여부 △부산엑스포 유치 방안 △노동개혁 방법론과 법·원칙 강조에 대한 우려 △폭우 피해 대책 등 12개의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중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나 이준석 전 대표 발언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넘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문서답을 해도 이를 다시 물어볼 수 있는 보충질의 기회도 없었다. 배정된 시간이 부족해 김건희 여사 행적을 포함한 대통령실 사유화 논란과 관련된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기자회견의 핵심인 질의·응답 시간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인 2017년 8월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65분 동안 회견을 진행했다. 들머리발언은 6분 30초였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오찬간담회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갈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속 깊은 정국 구상’을 청취하기가 어려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 소통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들머리발언 말미에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다”,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혼선을 거듭했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도 “계속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고 하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고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며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하는 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건(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尹 대통령 취임 100일… 10인의 쓴소리 "민심 착각 말라"
윤석열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초심(初心)을 꺼내 들었다. 대선을 63일 앞둔 1월 5일, 지지율 난조 등으로 코너에 몰려 선거대책위원회를 전면 해체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초심을 강조했다. 20%대로 주저앉은 국정 지지율로 대통령실이 뒤숭숭했던 지난 8월 8일 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말도 초심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제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일은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다지게 됐다”며 “지난 선거 과정, 인수위, 취임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초심을 강조했을까.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정치 초년생’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전후로 다양한 국민과 만났다”며 “이들을 만나면서 다짐했던 초심을 윤석열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되새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율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희망과 기대를 전달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100일을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여정에 동행한 10인에게 ‘윤석열의 100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서양 철학자인 노정태(39)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기획한 ‘쓴소리 간담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면전에서 “가진 것 없는 ‘흙수저’가 열광하기엔 솔직히 윤석열 후보는 거리감이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8월 15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이재명만 아니면 다 돼”라고 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우린 이재명 아니니까 됐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뚝심과 배짱, 자기 확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강점인 만큼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개혁으로 향후 20년, 30년 뒤의 국가 포석을 까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운동권 출신 자영업자인 함운경(58) 네모선장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부름으로 단기간에 당선된 만큼 아무래도 준비가 덜 돼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함문경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윤석열 후보와 전북 군산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비판하는 대화를 나눴다. 함씨는 “부족하더라도 점차 자리를 잡고 손발을 맞추다 보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포용력 있는 사람이니 국민에게 품이 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곁에서 수어 통역을 맡았던 수어통역사 한은희(56)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도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고 향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되길 기대했지만 실현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한씨는 “대통령이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고, 수어 통역도 곧 소통인 만큼 개선되길 기대한다”며 “5년 뒤엔 서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6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윤석열 후보와 간담회를 했던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호평하면서도 한마디씩 보탰다. 김지희(35)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탈원전 폐기 정책은 만족스럽고, 각 부처가 낸 방안보다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시의적절했다”며 “다만 인사를 할 때 분야별로 조금 더 전문적인 사람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재완(32)씨는 “탈원전에서 비롯된 문제를 느리지만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다만 시민 불안이 큰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등 장기 비전이 미흡해 앞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 노동 분야 전문가들과도 활발하게 만났다. 권순우(61)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지난해 5월 8일 윤석열 후보와 만나 자영업자 문제를 토론했다. 권순우 원장은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방향성을 잘 잡은 것 같다”며 “다만 정책을 실제로 펼쳐나가는 부분에서는 다소 혼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 문제의 경우 미봉적 대응 수준의 ‘자영업 대책’이 아닌 자영업 정책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승국(65)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11일 노동 정책에 관해 윤석열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승국 교수는 “대통령이 노동 개혁 과제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까지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다만 정책을 본격 실행하기 전에 지지율이 떨어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승국 교수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비정규직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보인 만큼 향후 노동 개혁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만났던 20대 청년들도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7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했던 장지호(25) 닥터나우 대표는 “정부의 규제 혁신 메시지가 스타트업 산업 현장에는 큰 힘이 됐다”며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얼마나 많은 유니콘 기업이 발굴되고, 현장 맞춤형 규제 혁신이 이뤄지는 지가 성공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을 지낸 한우성(27)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경험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거나 불안정한 부분도 있었다”며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체계를 잡아가려고 노력한 100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씨는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주변에 귀를 잘 기울이고 제언을 잘 받아들이던 리더였다”며 “윤석열 정부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부친인 이종찬(86) 전 국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잘했다”며 “솔직한 스타일인 대통령의 어법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은데, 대통령 스스로 고민을 하면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종찬 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깨에 많은 짐을 지고 임기를 시작했는데,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장실서 발견한… 110년 전 훈시하는 '초대 총독' 사진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2년 5월 25일에 찍힌 사진입니다.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에게 일장기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이고, 저 학생들은 누구일까요?
■ 초대 총독의 조선인 학생 '훈시 행사'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는 학생들에게 직접 훈시를 했습니다. 앞서는 일본인 학생들을 불러 모았고, 이날은 조선인 학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장소는 총독 관저였습니다. 총독의 위세를 어린 조선인 학생들에게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사진 분석 결과, 경성 관내 보통학교 학생 3,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토요일 - 데라우치 총독은 반드시 오는 25일(토요일)에 조선 학생 2,800명을 불러 만나고 다과와 국기(일장기)를 나누어 줄 것이라고 하더라 - 매일신보 1912.05.24.
이 행사는 당시 신문기사로만 관련 기록이 남아있었는데, 최근 사진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곳은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서울 광희초등학교의 교장실입니다. 발견된 사진은 총 14장입니다. 행사 과정이 동선별로 나와 있습니다.
이 사진은 일장기를 받아든 학생들이, 총독 관저 뒤쪽 '녹천정'이라는 건물 앞을 지나 이동하는 장면입니다. 사진 속 소나무에 붙어 있는 표지판에는 "작년 총독 부인이 양잠(누에를 치는 일)을 했던 곳"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어, 당시 시대상을 짐작게 합니다. 다음 사진은 녹천정을 지나온 학생들이, 안쪽에 있는 식물원 옆을 지나는 장면입니다. 총독 관저의 공간 배치 현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됩니다. 총독 관저 뒤편으로 경성 시가도 보입니다.
다음 사진은 다리를 건너가기 전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학생들마다 손에 작은 꾸러미를 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데라우치 총독이 배포한 과자 선물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선인 학생들에게 일장기 한 자루씩과 과자 한 봉지씩을 나눠줬던 겁니다. 일제 강점기 통치자의 입장에서 치적을 과시하는 모습이 여럿 보입니다. 당시 식민지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진들의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자료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 만들어"
앞서 설명했듯 이 사진들이 발견된 곳은 행사에 참여한 서울 광희초 교장실에서였습니다. 전임 광희초 교장이 2019년 '학교에 오래된 자료가 있는데 관리하기 어렵다'며 교육청에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인데요. 몇 년 동안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에서 보관만 하고 있다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자료 해석을 의뢰하면서 그 내용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한은정 서울시교육청 기록연구사는 "이 사진들은 근대 교육사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전반의 기록연구사에 있어서도 가치가 있을 만한 자료"라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자료라도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를 만드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공원 주차장 꽉 채운… 포르쉐 · BMW · 벤츠
8월 16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 세 구역으로 나눠진 이곳 주차장 중 두 구역에 차량 1130여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지난 8일부터 9일사이 수도권을 덮친 폭우로 침수돼 보험사에 맡겨진 차량이다. 보험사 직원들은 각각 천막과 컨테이너를 세우고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이 구역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8월 9일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는 서울·경기권에서 접수된 침수차량을 이곳 주차장에 임시 적치하고 있다. 주차장에 모인 차량 대부분은 침수 정도가 심해 전손 차량으로 분류됐다.
보험사는 전손 차량을 폐차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다시 중고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침수 차량의 경우 상태에 따라 해외 중고차 시장으로 매각되기도 한다. 10대 중 1대 꼴로 차량 덮개까지 흙탕물을 뒤집어 썼지만 대부분 외관은 비교적 멀쩡했다. 언뜻 봐서는 침수 차량임을 알기 어려웠다. 이들이 입은 피해는 차량 전면부 유리창에 하얀색 글씨로 기록돼있다. 피해 차량을 접수한 보험사 직원들이 화이트펜으로 유리창에 피해 정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시동이 걸리는지, 전기장치는 작동하는지, 침수 당시 운행 중이었는지 등을 기록한다. 주차 중 침수된 경우 상·중·하로 수위를 기록한다.
흙탕물 자국으로 뒤덮인 차량에는 기록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량은 대부분 지하주차장에서 봉변을 당한 경우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A씨는 13년 가량 타던 소형 국산 세단을 이번 폭우로 잃었다. 지난 8일 안양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놨다가 차량 전체가 침수된 것이다. A씨는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부터 몰던 차라 정이 많이 갔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양모씨(67)는 지난 8일 밤 10시쯤 자택 인근 사거리에서 본인 소유 아반떼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양씨의 차는 집을 5분여 앞둔 거리에서 차량 발판까지 물이 차올라 시동이 꺼졌다. 폐차를 앞두고 있는 차량 내부의 물건을 찾으러 온 양씨와 가족들은 이날 "100만원 들여서 바퀴를 바꾼 지 1주일밖에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 고가의 차량도 눈에 띈다. 외관만으로 침수차량임을 알기 어려운 포르쉐 SUV 차량 유리창에는 '시동 걸렸다 꺼짐'이라는 글자가 피해 정도를 말해줬다. 맞은편에 주차된 흰색 BMW 세단 역시 외관은 멀쩡했지만 엔진룸이 침수돼 운행이 불가능해졌다.
벤츠 SUV 차량 한 대는 외부가 흙으로 뒤덮여 브랜드를 알아보는 것도 한참 걸렸다. 서울대공원 적치장에 있는 차량은 대부분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바퀴가 3분의 2 이상 잠기면 엔진 흡입구에는 물이 차지 않았더라도 전기 배선이 차량 하부에 있기 때문에 추후 오작동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차량을 점검하던 관계자 역시 "시동이 걸리고 멀쩡해보일지 몰라도 전기장치에 물이 들어가면 언제 멈춰설지 모른다"고 밝혔다.
운행 중 침수된 경우는 침수 정도와 관계없이 대부분 전손으로 분류된다. 내연기관은 공기를 흡입해 압축한 뒤 분사하는 구조라 흡입구까지 물이 차면 엔진 내부로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50~80cm 높이에 흡입구가 달려있어 성인 기준 무릎 높이까지만 물이 차도 피해를 입는다. 양씨의 차량 역시 차량 외부에는 물이 찬 흔적이 없으나 엔진 흡입구로 물이 차 폐차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8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1만1142건으로 추정 손해액은 1583억여원이다.
항공기서 아기 울자 "시끄럽다"… 폭언·난동 40대 입건
항공기에서 아기가 울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폭언을 쏟아내는 등 행패를 부린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A씨(46·경기도)를 입건했다고 8월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14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로 운항하는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돌이 갓 지난 아기가 기내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A씨는 "시끄럽다"며 좌석에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의 부모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기 부모에게 "왜 피해를 주느냐. 누가 애 낳으라고 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죄송하다고 해야지 XX야. 네 애한테 욕하는 것은 X같고 내가 피해 가는 건 괜찮냐. 어른은 피해 봐도 되느냐"고 폭언을 내뱉었다. 아기 부모가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승무원들이 제지했지만, A씨는 마스크 벗은 뒤 "그럼 내가 여기서 죽느냐"며 몸부림치며 소란을 피웠다. 승무원들은 결국 아이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들을 비행기 끝자리로 피신시켰다. A씨는 당시 음주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 시에는 마스크 착용으로 음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벗으면서 술냄새가 진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승무원들에게 제압돼 제주 도착 후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며, 조사를 통해 기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부분 등에 대해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보안법 제23조는 기내에서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에 위협을 끼쳤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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