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 -로라, 노라네 / 노랗네
-노라 / -로라
ㄱ. 내로라하고 거들먹거린다.
ㄴ. 내노라 하고 거들먹거린다.
위의 예문 중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ㄱ’이 맞는 말이다.
‘내로라’는 기원적으로 대명사 ‘나’에 서술격 조사 ‘이-’, 주어가 화자와 일치할 때 쓰이는 선어말어미 ‘-오-’, 평서형 종결어미 ‘-다’가 차례로 결합된 ‘나이오다’ 형식이다. 이 ‘나이오다’가 중세에 와서 ‘나이로라’로 변하였고 ‘내로라’는 그 줄어진 말이다. 여기서 보듯이 ‘-로라’는 ‘나’와 같은 체언 아래 오는 조사다. 즉 서술격 조사 ‘이다’의 활용형인 ‘이니, 이고, 이면, 이로다, 이로라’의 한 형태이다.
이 ‘-로라’는 ‘아니다’의 어간에도 붙는 연결어미로 자기 존재를 의식적으로 쳐들어 뽐내는 뜻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내 잘못은 아니로라 하고 끝까지 우기다’와 같이 쓴다. 그러니 ‘로라’는 ‘이다’,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드러내어(뽐내어)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는 자기 책임이 아니로라 우기기만 한다.
‘노라’는 동사의 어미로, 자기의 동작을 장중하게 선언하거나 감동의 느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나는 지금부터 숙제를 하겠노라.
나는 사람을 잘못 보았노라.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노라’는 동사 어간 뒤에만 나타나고, 형용사 ‘아니다’나 서술격 조사 ‘이다’ 뒤에는 각각 ‘-로라’가 나타난다.
노라네 / 노랗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용언(동사 형용사)의 불규칙 활용 중에 ‘ㅎ’ 불규칙이란 게 있었다. ‘막다’의 어간 ‘막-’ 뒤에 어미 ‘-아’가 오면 ‘막아’가 된다. 그러나 ‘파랗다’는 어간 ‘파랗-’ 뒤에 어미 ‘-아’가 오면 ‘파랗아’가 되지 않고 ‘파래’가 된다. 어간 말 자음 ‘ㅎ’이 탈락하면서 어미도 모습이 바뀐다. 곧 ‘파랗다’는 ‘ㅎ’ 불규칙 활용을 하는 용언(형용사)이다.
‘노랗다’, ‘동그랗다’, ‘조그맣다’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들 말의 어간 뒤에 어미 ‘-아’가 오면 ‘노랗아’, ‘동그랗아’, ‘조그맣아’가 되지 않고 ‘노래’, ‘동그래’, ‘조그매’로 ‘ㅎ’ 불규칙 활용을 한다. ‘좋다’를 제외하고 어간이 ‘ㅎ’ 받침으로 끝나는 형용사는 모두 이러한 불규칙 활용을 한다.
그래서 어미 ‘-네’가 올 때의 이들 활용형은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가 된다.
그런데 현실 언어에서는 ‘노랗네’를 맞는 표기로 알고 발음도 그렇게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2015년 12월,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를 표준어로 추가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노라네/노랗네’, ‘동그라네/동그랗네’, ‘조그마네/조그맣네’가 각각 둘 다 맞는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의 발음은, ‘ㅎ’ 뒤에 ‘ㄴ’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ㄴ]으로 발음한다는 규정에 의하여, 각각 [노란네], [동그란네], [조그만네]로 발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