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한라산 행
일시 : 2008. 12. 12. 금요일. 맑음.
인원 : 13명
위치 : 제주도
안내 : 경북 중서부권 관광 협의회
코스 : 성판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관악사
소요시간 : 7시간 30분 (출발 08:30 - 종료 16:00)
사람이 한세상을 살다보면 기회가 오나 보다. 이번 한라산행은 경북 중서부권관광협의회 워크샵 일정에 포함되어 등반하니 일석이조다. 한라산은 이번 등정이 두 번째다. 회상하니 10여 년 전 봄날 영실 코스를 택했으나 휴식년제라 정상을 포기한 바 있다. 만약 이번 기회가 없었다면 재도전을 하였으리. 현지 가이드가 “여러분은 금주 내 날씨가 무척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08:30 일행은 도시락을 받아 성판악 휴게소에 내려 아이젠을 구입했다. 혹시나 눈이 내렸을까 염려했으나 역시 눈이 쌓였다. 한편 기쁘나 염려스럽다. 출발 계단부터 빙판이다. 09:23 서서히 호흡을 가다듬으니 1,000m고지다. 간판엔 “진달래대피소 12:00도착해야 정상 가능하다”는 글귀가 보인다. 대피소는 아직 3.8km 거리다. 갑자기 어디서 날아왔을까. 산 까마귀 떼들이 까악까악 소리 지른다. 10:10 다들 해발 1,200m 고지에 오르니 평상이 놓여있어 아이젠을 채운다. 날씨는 무척 포근하다. 휴식도 잠시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교훈으로 오르니 11:00 일행은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는다. 휴게소에서 맛 본 초코파이랑 따끈한 커피 맛은 피로를 풀기에 충분하다. 가게 벽면엔 초코파이 400원, 생수 500원, 커피 500원 등이 적혔으며 한 켠에는 ‘한라산에는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시기 바랍니다.’ <한라산 국립공원> 이라 적혔다. 여기서도 정상은 빤히 보여도 아직 2.3km 거리다. 점점 길은 가파르고 미끄럽다. 11:27 삐걱삐걱 오르니 1,600 고지다. 아직 숨을 몰아쉬며 정열을 불태워도 정상은 0.8km 거리. 다시 강풍이 몰아친다. 힘겨운 비탈길 계단 난간 대를 잡고 뒤돌아보니 저 아래 설경은 히말라야산맥도 전혀 안 부럽다. 바람처럼 흐르는 저 아래 운해는 우리 인생과 뭐가 다를까. 다들 설경에 취해 연신 카메라에 손이 간다. 11:59 비탈길에 서니 마치 비행기를 탄 기분이다. 드디어 1,800 고지에 오르니 강풍이 불어도 다들 아이처럼 좋아한다. 12:25 비로소 해발 1,950m 백록담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한라산 동 능 정상’이라 고목에 쓰였다. 백록담은 마치 커다란 대소쿠리에 하얀 눈을 뿌려놓은 풍경이다. 저 멋진 우리민족의 기세가 너무 장하다. 일행은 강풍과 싸우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욕심 같아서는 백록담을 다 둘러봐도 발을 떼지 못할 것 같다. 강풍에 휩싸인 남한 최고봉 백록담에 오르니 이미 다녀 온 설악산, 금강산, 백두산 정상이 생각나네. 나 이제 백록담 여기서 꽁꽁 얼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한반도의 최고봉을 오늘로써 다 오르다니...혼자 중얼거려본다. 일행은 어젯밤 과음한 탓일까. 도무지 밥 먹을 생각을 않는다. 다들 칼바람을 뒤로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린다. 눈 덮인 한라 봉을 바라보며 하산하니 그 장관은 평생 못 잊겠다. 어느새 14:00 밧줄 타고 하강하니 명당자리에 또 하나의 휴게소가 건립중이다. 완공 후 이 자리에서 정상을 보는 재미도 솔솔 하리라. 13:00 일행은 바람이 덜 부는 평지에 앉아 도시락을 풀었다. 난 밥맛이 없어 도시락 반을 비우고 까마귀들에게 던지니 푸드득 날아든다. 아마 오늘은 한라산 까마귀 날인가 보다. 14:00 푹푹 눈길에 빠지며 1,300 고지에 닿으니 바람도 숨을 죽인다. 계단 길 따라 균형 잡으며 내려오니 무릎에 통증이 오는 것 같다. 오늘은 스틱도 없이 눈길을 팡팡 내려온 게 부담된 모양이다. 난 그래도 끝까지 가야지. 15:37 어느 산비탈 검은 구멍이 뚫린 구린 굴에 도착 안내판을 보니 이 곳은 옛 선조들이 용도를 냉장고로 사용한 모양이다. 산중턱 잘 정비된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기분이 새롭다. 어느새 관음사 주차장이 보이니 천우신조인가. 어느 네팔 산악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나 혼자 남더라도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했다. 산에는 꿈, 우정, 사색, 순수, 생명이 살아 숨쉬지 않은가. 산에 왜 오르는가. 산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일행은 주차장에 도착해 마지막 사진을 찍으며 한라의 추억을 남긴다. 다시 우린 용두 암 해수랜드로 달려가 피로를 푸니 몸이 나비처럼 가볍다. 18:10 저녁 답 일행은 해변 마니주식당에 도착해 푸짐한 횟감에 백년차를 마시며 제주의 이튿날 밤을 보내다.
어스름 녁 바닷가에 서 있으니
해풍은 내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까만 수평선에 떠 있는 오징어 배 한척
만선의 꿈을 엮나보다.
철석이는 푸른 파도는 님을 부르나
키다리 갈대숲은 조명 불 아래 누워
먼 바다 그리운 육지손님을 기다리네
2008. 12. 13.
오늘은 일정을 조금 변경해 다들 마라도 행을 원한다. 10:00 바람 휘몰아치는 모슬포 항을 출항하니 쪽빛 바닷물이 너무 곱다. 배는 출항 후 30분 만에 마라도에 접안하니 눈 덮인 한라산, 웅장한 삼방 산, 야트막한 마라도가 눈에 선하네. 섬에 도착한 우린 갈대숲을 헤치며 예쁜 모양의 카를 탈까 생각하다 도보를 즐긴다. 섬 일대는 작은 촌락이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이를테면 교회, 성당, 짜장 면 집, 쵸콜렛 가게, 숙박 집 등이 띄엄띄엄 보인다. 일행은 나그네신세가 되어 철석이는 기암을 보며 연신 카메라 셔트를 누른다. 언제 다시 여기 올까. 미련도 후회도 없이 찍는다. 11:20 섬 일주를 하는데 소요시간은 약 50분이다. 섬을 돌고 난 후 바람과 싸우며 마신 커피 향과 오뎅 맛은 내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우린 배가 도착하기 전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모여 김치소리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13:10 아까 그 배는 왔던 길 되돌아 삼방 산이 보이는 로 변 형제도 식당에서 얼큰한 해물 탕에 밥을 비우며 소주 맛을 즐긴다. 오늘은 마지막 날 해가 지기 전 다들 걸음이 바쁘다. 버스는 제주 1120 도로를 따라 평화공원에 도착, 태평양 전쟁 시 일본인들이 파 놓은 가마 오름 땅굴을 보니 금년 8월에 본 베트남 구찌 터널이 떠오른다. 구찌와 제주 터널의 구조는 비슷하나 제주 땅굴은 바닥이 넓으며 천정은 높다. 입구에서 만난 남성가이드는 “당시 제주 고지에는 이런 땅굴만 해도 100여개 이상 있다”하니 다들 놀란다. 이어서 14:30 선인장 마을에 도착한 우린 백년차를 마시며 배움의 장을 가졌다. 이제 다들 여행을 접는 쇼핑 센타에 들러 선물을 사다. 17:20 일행은 제주공항에 다시 와 아시아나 항공기에 오르니 쪽빛 제주 해안선이여 안녕! 에머랄드빛 바다 물이여 안녕!
내 시야에는 구름 속으로 점점 제주시가 사라진다.
이 다음 또 제주에 올 수 있을까. 삼다도바람이여 안녕!
* 우리들께 2박 3일간 현지가이드를 맡은 제주토박이 신라여행사 김 미라 여사님께 거듭 감사드리며 여행기를 접는다.
마라도
여기는 한반도의 큰 누나라 할까
자그마한 제주도 모슬포 항구
일행은 들뜬 기분으로 유람선에 오르니
얕은 파도에 밀려날까
염려되는 섬이여!
바람결 땅 끝 해풍에 날리는 갈대숲은
어느 누구의 그리움일까
파도소리 들으며 달리는 저 예쁜 카는
육지 손님 가득 태워
동네 한바퀴 왱왱 선회 하더라
귀한 짜장 면 집, 어여쁜 성당, 높은 교회,
팔도 민박 집, 초콜렛 가게랑 해녀상 등이 우뚝 수평선을 지키더라
해풍과 싸우며 마신 오뎅 국물과 커피 맛은 천하의 일품
어제 오늘도 내일처럼 육지 손님 기다리는
그 이름 귀여운
제주도의 막내 녀석은 마라도였네
삼다도 소식
(겨울)
각 도처마다 나뭇가지를 깃발처럼 흔드는 바람소리
뻥 뚫린 로 변마다 고깔모자 쓴 갈대 잎 서걱대는 소리
누가 그 열정을 불태우나 동백꽃 웃음 터지는 소리
첫댓글 성판악-진달래대피소-백록담-관악사
까지 종주 너무 힘들었겠습니다
그리고 시심에도 빠져감을 느낍니다
행복하신 휴일이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