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동양 문인들의 삶에 깃든 예술성과 철학 읽기
산수공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아침이면 느긋하게 일어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다茶 한 잔 마시고, 이번엔 서화에 탐닉한다. 지루해지면 밖으로 산보를 나가는데, 만약 근처에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낚시를 가거나 배를 타고 즐긴다. 이러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되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통한 쇄락灑落한 즐거움을 누린다. 이럭저럭 세속적인 것에 거리를 둔 소요자재逍遙自在한 한가로운 하루가 간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민환
인물정보
미술사학자
曺玟煥: 성균관대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겸 유학대학원장으로 있다. 풍수명리철학회 회장, 동양예술학회 회장, 도가철학회 회장, 도교문화학회 회장, 서예학회 회장, 간재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인문학) 등을 역임하였다. 철학연구회 논문상과 원곡 서예학술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조선조 서예미학」, 「동양의 광기와 예술」, 「동양예술미학산책」, 「중국철학과 예술정신」, 「유학자들이 보는 노장철학」, 「노장철학으로 동아시아문화를 읽는다」가 있다. 공저로는 「강좌 한국철학」 등 20여 권이 있다. 역서로는 「道德指歸」, 「이서 筆訣 역주」, 「太玄經」 등이 있다. 학술논문으로는 「노장의 미학사상에 관한 연구」, 「주역의 미학사상 연구」 등 150여 편과 서화 잡지에 실린 100여 편의 서화 평론글이 있다. 동양의 그림과 글씨 및 유물·유적에는 유가철학과 도가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양철학과 동양예술의 경계 허물기에 주력하면서 예술작품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눈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 1장 놀이와 문인문화: 동양 문인들의 인문기물人文器物 | 2장 시詩와 문인문화: 「시경」이 주는 메시지 | 3장 예禮와 문인문화: 예와 인간됨의 전제조건 | 4장 효도孝道와 문인문화: 인간과 짐승의 차이 | 5장 초상화와 문인문화: 조상숭배의 종교성 | 6장 정자亭子와 문인문화: ‘머무는 삶’이 주는 지혜 | 7장 신선神仙과 문인문화: 신선처럼 사는 삶 | 8장 바다와 문인문화: 도道와 성인聖人의 상징 | 9장 서화書畵와 문인문화: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 | 10장 도자기와 문인문화: ‘마음의 도자기’(心磁) | 11장 ‘금琴’과 문인문화: 서상영徐上瀛 「계산금황谿山琴況」 | 12장 다茶와 문인문화: 마가선馬嘉善 「이십사다품二十四茶品」 | 13장 여성과 신화: 절대미인 ‘서왕모西王母’ | 14장 AI시대와 풍수, 명리, 한의학의 미래 모색 || 나오는 말
출판사 서평
동양 문인들의 삶에 깃든 예술성과 철학 읽기
산수공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아침이면 느긋하게 일어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다茶 한 잔 마시고, 이번엔 서화에 탐닉한다. 지루해지면 밖으로 산보를 나가는데, 만약 근처에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낚시를 가거나 배를 타고 즐긴다. 이러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되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통한 쇄락灑落한 즐거움을 누린다. 이럭저럭 세속적인 것에 거리를 둔 소요자재逍遙自在한 한가로운 하루가 간다.
관료적인 삶과 은일적인 삶, 경외적인 삶과 쇄락적인 삶의 경계에서 살았던 동양의 문인들은 이와 같은 삶을 동경하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호에 몸을 맡기며 우아하고 한가로운 삶을 보내는 다양한 은자와 은일적 삶이 나타났다. 그러나 은일을 꿈꾸지만 현실의 여러 이유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자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바로 인경人境에 살지만 궁벽한 공간에 사는 것처럼 조용하고 한가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도연명陶淵明의 ‘심원心遠’ 추구의 삶이 그것이다. 속세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은둔자로 살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듯 유가적 현실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은일 지향을 추구한 삶은 이른바 ‘유가와 도가의 상호 보완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삶은 학문, 특히 문예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내었는데, 문인들은 기교 습득에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서예와 회화 및 금琴 등에 대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이에 다양한 예술 장르에 탁월한 장기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문인들의 이러한 삶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바로 ‘우아함’(雅)에 대한 숭상과 추구였다. 다시 말하면 문인들의 이 같은 예술창작적 정신과 의식 속에는 문인 자신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이른바 ‘구별짓기’(distinction) 사유가 담겨 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茶 마시는 일은 별일이 아니었지만 문인들은 다를 한 잔 마셔도 일반인들과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또 회화에서는 화원화와 구분되는 문인화라는 장르를 통해 화원화가와 다른 사의寫意 화풍을 전개하고자 하였고, 서예의 경우는 마음의 그림(心畵)이라 하면서 초경사抄經士나 사자관寫字官들과 다른 차원의 서풍을 펼치고자 하였다.
이 책은 동양 문인들이 숭상한 우아함 및 구별짓기와 관련된 다양한 경우를 14가지 주제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1장에서는 놀이와 문인문화를 동양 문인들의 인문기물에 초점을 맞추어 규명하였다.
2장에서는 문인문화에서 시詩가 갖는 위상을 다루었다.
3장에서는 문인문화에서 예禮가 갖는 위상을 다루었다.
4장에서는 문인문화에서 효孝가 갖는 위상을 다루었다.
5장에서는 제사에서 초상화가 갖는 위상을 다루었다.
6장에서는 문인문화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 정자亭子문화를 다루었다.
7장에서는 조선조 유학자들의 신선처럼 사는 삶이 갖는 의미를 다루었다.
8장에서는 문인들에게 바다는 어떤 철학적 의미가 있는가를 다루었다.
9장에서는 문인들이 시간이 나면 즐겨 했던 서예와 회화가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는가를 서화동원론 입장에서 다루었다.
10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된 도자기가 갖는 철학, 미학적 의미를 다루었다.
11장에서는 동양 악기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금琴이 갖는 의미를 서상영의 「계산금황」을 통해 규명하였다.
12장에서는 중국 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茶문화를 마가선의 「이십사다품」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되, 인품을 제일 먼저 거론한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루었다.
13장에서는 동양의 신화에 등장한 여신 중에 미인으로 일컬어지는 서왕모를 음양론 차원에서 규명하고자 하였다.
14장에서는 과거 유학자들이 득세한 조선조에서 잡과에 분류되어 폄하되었던 풍수, 명리, 한의학이 AI시대가 도래됨에 따라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았다.
이 같은 14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있으면 동양 문인들의 일상적 삶에 깃든 예술성과 철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저서로
『동양 문인의 예술적 삶과 철학』(2022),
『동양의 광기와 예술』(2020),
『동양 예술미학 산책』(2018),
『노장철학으로 동아시아 문화를 읽는다』(2002),
『유학자들이 보는 노장철학』(1998),
『중국철학과 예술정신』(1997)이 있으며,
『강좌 한국철학』(1995) 등 20여 권의 책을 함께 썼다.
옮긴 책으로는
『태현집주(太玄集註)』(2017),
『이서(李?) 필결(筆訣) 역주』(2012),
『도덕지귀(道德指歸)』(2008) 등이 있다.
「노장의 미학사상 연구」,
「박세당의 장자 이해」,
「주역의 미학사상 연구」등 150여 편의 학술논문들을 발표했으며,
평론가로서 서화잡지 등에 게재한 소논문과 서화평론이 100여 편에 이른다.
동양의 명화와 명필, 이름 높은 유물과 유적들에는 언제나 유가와 도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예술과 철학 사이에 놓인 경계 허물기에 주력하면서 예술작품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각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