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꿈_소설같은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면
너의 두 팔은 수초처럼 미끄러져
물푸레나무가 된다
내 가슴에 두고 간
너의 긴 머리카락 한 올
입술에 떼어 물고 창을 연다
누군가 밖에서
내 창을 거울 삼아
은빛 긴 머리카락을 빗고 있다
내 손등에 묻어 있는
간밤의 뜨거웠던 꿈
그리고 풀 비린내
살다 보면 누구나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살아 있다는 것이
신비스러운 순간이 있다
너를 떠 올릴라치면
내 가슴엔
무시로 바람이 드나든다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언젠가 주머니에 넣었던
시를 기억해내고 천천히 읽는다
내 삶의
굽이굽이를 지나는 동안
잠깐씩 떠오르는 그리움이리라
풀 비린내 나는 식물성 욕망들
너에게서는
언제나 수액 내음이 났다
내 삶의 갈피마다
너로 인한 혹독한 바람 불고
눈 내렸지만
뜨거운 여름날에도 너는
어느 간이역에서
햇살에 반짝이는 은사시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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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박 웃음꽃 화 알짝 피우는 즐거운 주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