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하는 연애 가운데 특히 ‘불륜’은 문제를 안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빠져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저 아는 사이로 지내다가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묘하게 발전합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본인 스스로 주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끌려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종종 봅니다. 우리네 마음속에 그런 속성이 다분히 스며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흥미 있게 따라갑니다. 소위 공감을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기가 실제로 해보지 못하는 연애를 대리만족해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슬아슬 곡예를 하며 진행하는 연애는 또 다른 묘미도 있습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삶의 긴장을 유발합니다. 그런 말도 있습니다. 훔쳐 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고 말입니다. 맛 자체보다는 그 긴장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지요. 금지된 사랑이 그런 긴장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무슨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자칫 사랑을 신격화하여 자기 합리화까지 만듭니다. ‘사랑하니까’ 모든 이유를 초월할 수 있는 방패가 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 마치 세상의 질서를 초월할 수 있는 법 위의 법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동정심까지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마약과도 같습니다. 아예 손을 대지 말아야 하고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알아서 차단시켜야 합니다. 사랑의 묘약이 사랑의 마약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한번 감정이 휩싸이면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자신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 마약이나 도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면서도 은근하게 빠져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가까운 사람이니 단순히 도우려는 심정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몇 번 반복되면서 이상한 기류가 발생합니다. 쌍방이 감지하기 어려운 환경과 함께 발전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서 하는 말이 ‘내가 귀신에 홀렸나봐,’ 그럽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조그만 마을의 경찰서장을 맡고 있습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아내와는 이혼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서류에 최종 날인은 미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실망하여 남편을 떠나려 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함께 근무하다가 형사로 진급합니다. 나름 실력과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란 뜻이겠지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확실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서장 ‘매트’는 동료 부하직원의 아내 ‘앤’이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쩌면 동정으로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둘이 깊은 관계로 발전하여 비밀 연애를 즐기고(?) 있습니다. 매트의 아내도 매트가 다른 여자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앤이 시한부 암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면서 생명보험에 들어있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보험문제가 조금 복잡합니다. 아무튼 딱한 사정을 알게 되고 매트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합니다.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치료해볼 길은 있는데 거액이 필요합니다. 경찰서에 마약사범 검거하고 압류한 거액의 돈이 있기는 합니다. 일단 도와주고 나중에 채워놓으면 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오가고 나서 주택 방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시신이 있습니다. 그 바로 전 매트가 그곳을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이웃집 할머니가 목격을 하였지요.
마침 사건을 형사가 된 매트의 아내 ‘알렉스’가 담당합니다. 그래도 전 남편이 서장이니 도움을 청하고 함께 수사에 임합니다. 목격자 할머니를 불러 몽타주를 만듭니다. 매트와 흡사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요. 수사가 진행되며 매트의 행적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앤과 남편의 소식은 감감합니다. 분명 보험과 연관이 있다고 여깁니다. 앤의 통화기록이나 그 행적을 추적합니다. 매트와의 관계가 드러날 조짐이 보이지요. 매트가 수사에 개입하여 용케 요리조리 피합니다. 그래도 충직한 부하 직원이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점점 조여들어옵니다. 게다가 알렉스도 몽타주를 다시 확인하며 매트를 주시하고 쫓습니다.
마약수사대에서 보관 중인 돈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마침 앤과 연락이 되었는데 위급상황입니다. 그 남편이 가지고 있는 준비된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합니다. 드디어 모든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게 됩니다. 앤과 남편,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진실은 무엇인지 반전에 반전을 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됩니다. 남편을 의심했던 알렉스는 남편의 진심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의 해피 엔딩으로 끝납니다. 아주 묘하게 이루어진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매트와 알렉스는 왜 이혼까지 다다를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진작 이렇게 사이가 좋은 관계로 부부생활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지요. 영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2003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