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72] 나를 돌본다는 것

[귀암(龜巖) 김재형]

오피니언전문가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372] 나를 돌본다는 것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4.09.20. 23:52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09/20/J4YO4TKQBJA6TNLS4AJ5CUT7H4/

[백영옥의 말과 글] [372] 나를 돌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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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내가 산책하는 공원에는 저녁이면 청년 한 무리가 모인다. 인사 외에 거의 말이 없는 이 모임은 러너스 클럽인데, 공원 트랙을 한 바퀴 뛰면 별 대화 없이 각자 흩어진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시대의 MZ식 해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리나 허츠의 책 ‘고립의 시대’에는 감옥을 숙식과 돌봄이 있는 공동체로 인식해 일부러 경범죄를 저지르는 일본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일본에는 고립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 이미 외로움이 국가 문제로 인식된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체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현대적 외로움은 역설적으로 24시간 연결된 세상과 연관돼 있다.

외로움은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자기 돌봄과도 직결된다. 삶에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타인이 아닌 자신과 이룬 관계다. 하지만 나를 가장 소외시키는 게 자신인 경우가 많다. 최근 자기 돌봄을 자기 계발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보디 프로필을 찍고 특별한 곳을 여행하는 등 경험을 인증하는 게 자기 돌봄이라 믿는 것이다. ‘갓생’을 살면 정말 자존감이 올라갈까. 문제는 과도한 인증 문화가 경쟁을 부추겨 자신을 더 소외시킨다는 데 있다.

자기 돌봄은 보디 프로필 사진에 붙은 ‘좋아요’ 수보다, 불가능했던 푸시업 한 번을 해냈을 때의 뿌듯함에 가깝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건 그러므로 일정 부분 타인과 단절함을 전제한다. 홀로 일기를 쓰고 명상하듯 타인과 비교하는 지옥에서 벗어나 내 안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응답하는 것이다.

3세대 항암제가 표적이 아닌 면역 치료제이듯, 외로움은 타인이 아니라 나와 건강하게 연결이 복원될 때 치유된다. 사실 외로움은 존재의 필연적 조건이다. 그럼에도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부족한 나를 비난만 하지 않고 다독여 기다려주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때, 외로움은 끝내 견고한 고독으로 진화한다.

先進韓國

2024.09.21 01:08:19

백영옥 작가 지적이 맞습니다. 오늘날 사회소통망의 내용 절반 이상은 쓸 데 없는 내용들입니다. 아니 왜 자기가 어디 가고, 무엇을 먹었다는 걸 남에게 알립니까? 그것도 사진까지 찍어가면서요. 정말 시간 낭비이자 인생 낭비입니다. 그런 사람들 보면 머리가 텅 빈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런 걸 올림으로써 남들의 관심을 받는 게 좋겠지요. 그러나 그게 진짜 믿을 만한 관계, 소중한 관계입니까? 그저 순간 관심받고 바로 잊어버리는 관계 아닙니까? 왜 그런 관계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합니까? 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혼자 산책하거나, 그냥 음악 감상하거나, 책을 보거나 아니면 유튜브라도 보는 게 낫지요.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노인이 되고 보면 현직일 때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아무 소용 없습니다. 노인은 그저 가족과 관계만 좋으면 되고, 친구는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 한두 명만 있어도 됩니다. 그외에는 혼자서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 있어야 무언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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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9.21 06:18:35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취미나 운동 등을 통해서 고독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살아야 한다. 라디오 듣기나 독서도 고독 해소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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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9.21 03:06:14

<홀로움>을 즐기는 습관을 터득해야 합니다. 외로움을 벗어나려고 관계중독에 침몰되지 말고. 남을 향한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 나를 돌보고 나를 사랑하고...그리고 타인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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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09.21 08:03:40

너자신을 알라.. 그말같은데.. 그게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걸 깨닷게되면 비로소 도사의경지에 오름니다.. 거울보기죠.. 희얀하게 나를비추는데 남이보이니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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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루

2024.09.21 05:19:45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듣고 공감해 주는것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여기서 초월할수 있는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반면 얼마전의 기사(記事), 일본에서의 한 예로서 ‘사람과의 얽힘이 적은 사회에 자살율이 떨어진다’ 는 사실을 접한적이 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내공(內功)을 다지는 것이 베스트 라는 것 일까? 그렇게 여길만한 자신감이 최소한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희비가 얽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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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삶

2024.09.21 06:42:44

우주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지만 인간은 내면성이 독립적이라서 홀로 서기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홀로애서 이웃과 주변을 만나고, 자기를 초월하는 우주를 만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