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아빠이자 무주택자인 회사원 최길석(가명ㆍ37) 씨는 지난 2004년 여름을 떠올리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당시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 처음 분양됐던 시범단지 W아파트에 큰맘 먹고 청약하려다 “분양가가 비싸고 서울 출퇴근이 힘들다”는 주위의 만류로 포기했던 일 때문이다.
평당 720만원대에 분양됐던 이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1년여 뒤에 나온 동탄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보다도 값이 쌌다. 입주를 1년여 앞둔 지금 W아파트에는 분양가의 절반 수준인 1억원대의 웃돈이 붙어 있다.
요즘 판교를 포기하고 김포 신도시 장기지구를 눈여겨보고 있는 최 씨의 머리 속에 동탄의 ‘실패’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다.
김포 신도시 아파트의 첫 청약이 시범단지 격인 장기지구에서 지난 8일 개시됐다.
2기 신도시로는 화성 동탄에 이어 두번째 스타트. 수도권 요지에 358만평 대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온통 판교로만 몰려있는 탓에 김포는 다소 소외된 듯한 분위기도 없지 않다.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수도권 신도시의 첫 시범단지라는 매력에 이끌리면서도 당장의 생활여건이나 장기적 투자가치 등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로 “주거환경이 매우 쾌적해 장기 실거주 목적으로는 청약해 볼 만 하지만 큰 투자이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장점= 26만여평 규모인 장기지구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위치가 김포 신도시의 중심일 뿐 아니라 가장 먼저 개발ㆍ분양되는 시범단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단지의 가치는 분당이나 일산 등 1기 신도시 뿐 아니라 앞서 분양된 2기 동탄 신도시에서 높은 집값으로 입증돼 있다.
시범단지는 대체로 신도시 내 다른 단지에 비해 분양가는 싸고 입주 뒤 집값은 더 많이 오른다. 동탄 신도시의 경우 시범단지 중소형 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650만~720만원대였지만 1년 뒤에는 87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김포 신도시는 이 같은 분양가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장기지구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분양가는 평당 740만원 안팎으로 김포시 일반 아파트값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 분양될 김포 신도시의 다른 단지들은 토지 보상가가 평당 평균 500만원 이상으로 장기지구보다 200만원 이상 비싸다. 용적률을 적용한 토지원가만 따져도 평당 100만원 넘게 차이난다는 얘기다.
원가연동제 적용에 따라 10년간 전매제한을 받는 판교 등과 달리 장기지구의 중소형 아파트들은 전매제한이 5년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집값 마련을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당수 서민에게 돈이 묶이는 ‘5년’의 부담은 작지 않다.
◇단점= 장기지구의 입주 시점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다른 김포 신도시 지역은 이때부터 개발이 시작된다. 신도시 전체의 개발이 끝날 2010~2011년까지는 마치 바다속 섬처럼 공사판 흙먼지 속에 고립된 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포 지역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열악한 교통환경도 제대로 정비되려면 적지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김포 신도시를 강 건너 일산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줄 일산대교는 2009년 개통될 예정이다. 올림픽대로로 연결되는 고속화도로도 2009년 말 완공 목표지만 아직 서울시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도시 전체와 장기지구를 관통해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과 이어지는 경전철이 가장 기대를 모으지만 이 역시 2011년에나 뚫릴 전망이다.
장기지구에서 분양하는 주택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가 전망=이처럼 장기지구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청약 수요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김포 신도시의 장기적인 투자가치, 즉 흥행 가능성이다.
경부축에 위치해 동서남북의 폭넓은 수요를 끌어들이는 분당ㆍ판교ㆍ동탄 등과 달리 김포 신도시는 수요층이 서울ㆍ수도권 서부에 한정돼 있다. 관심은 결국 서울과의 소통이 얼마나 원활해질 것이냐로 모아진다.
김포 신도시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공사 신도시계획처의 정운태 차장은 “올림픽대로와 연결되는 간선도로가 확충되고 경전철이 놓이면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아져 장기적 전망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지구 분양에 나선 신영의 채정석 팀장도 “아직은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택지지구, 그것도 신도시의 가치는 함부로 평가절하할 수 없다”며 “요즘은 주택품질 차이도 거의 없고 브랜드 파워가 약한 업체들일수록 품질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동탄ㆍ파주와 달리 김포는 자족기능에 다소 문제가 있고 브랜드도 약하다”며 “개발 잠재력이 나타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는 “장기지구는 신도시 시범단지로서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결코 싸지 않다”며 “큰 욕심없이 3,000만~4,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정보업체는“김포 신도시는 교통여건이 개선될 재료가 있지만 수요를 끌어들이는 자족기능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장기지구의 경우 시범단지이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어느정도의 차익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첫댓글 좋은자료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