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한자를 파자破字해서 살펴보면 경청傾聽의
의미가 더 잘 와 닿는다.
'경傾'은 사람ㅅ을 향해 머리가 기 울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귀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청聽'을 풀이하면 더 심오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마음 심心으로 이뤄진 형태다.
'임금처럼 진득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눈을 크게
뜨고 사람을 바라보면 상대의 마음마저
얻을 수 있다' 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청은 듣는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우리가 타인의 음성을 듣는 행위는 큰 틀
에서 보면 '수동적 듣기'와 '능동적 듣기'로 나뉜다.
경청은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청취
hearing 하는 '수동적 듣기'가 아니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인 listening 다음
적절하게 반응하는 '적극적 듣기'에 해당한다.
경청은 말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배어 있는 감정은 물론 상대의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박한 말까지 헤아리는 일이다.
맥락적 듣기 contextual listening 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일부 뇌공학 전문가들은 경청이 어려운 이유를
인간의 고등한 뇌 메커니즘에서 찾기도 한다.
언어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람은 1분 동안
대략 200단어까지 말할 수 있다.
반면 우리 뇌는 그보다 4배나 많은 800단어 정도를
받아들인다. 뇌 능력을 4분의 1만 사용해도 상대의
말을 충분히 해석할 수 있으므로 굳이 타인의 말을
경청할 필요 자체를 못 느낀다는 얘기다.
우린 늘 상대를 안다고 여기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미미하지도 않다.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이야기 했듯이,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지체가 높고 귀한 존재다.
사람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고, 사람의 밤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받은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닮은 소우주宇宙다.
인간의 말은 작은 우주에서 생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들리는 것을 듣는다고 해서 다 듣는 것이 아니다.
귓속을 파고드는 음성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포착해 본질을
읽어내야 한다. 상대방이 가슴에서 퍼 올린 말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서 인간은 늘 무력하다. 다만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독한 허탈감과 무력감 속에서도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는지 모른다.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아